MZ세대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

글, 어피티

어피티가 378명의 대한민국 MZ세대(1980년대생~2000년대생)에게 물었습니다. 


“언제 행복을 느끼나요?”

 

※ 2024년 12월 13일부터 12월 19일까지 어피티 머니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조사 결과, 378명 참여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로또 당첨처럼 일확천금의 기회가 찾아올 때 행복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나누는 순간을 행복으로 여길 거예요. 행복은 일상 가까이에 있는 것 같다가도 어떨 때는 너무 멀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MZ세대에게 행복은 어떤 의미일까요? 언제 행복을 느끼고, 무엇을 통해 행복을 찾고 있을까요? 설문조사를 통해 MZ세대가 생각하는 행복의 조건에 관해 들어봤어요.

“일주일에 3~4번 행복을 느껴요” 42.3%


MZ세대 대다수가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평소 얼마나 자주 행복을 느끼는지 묻는 항목에 ‘일주일에 3~4번 정도 느낀다’는 응답이 42.3%로 가장 많았고, ‘매일 느낀다’는 응답이 16.4%로 나타났거든요. ‘한 달에 몇 번 정도 느낀다’는 답변도 33.3%였어요. 반면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7.2%,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0.8%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적었어요.

행복을 느끼는 순간으로는 ‘취미와 여가 생활을 즐길 때’(273명)가 가장 많았어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260명),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245명)도 많은 선택을 받았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힘을 얻고, 자신만의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보충하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그 밖에도 ‘새로운 경험을 할 때’(171명), ‘일이나 공부에서 성취감을 느낄 때’(142명) 행복을 느낀다는 답변도 있었어요. 


물론, 행복을 방해하는 스트레스도 존재해요. MZ세대의 83.1%는 진로, 직장, 경제 등 앞으로의 생존 문제와 직결된 요인들로 인해 행복을 방해받고 있었어요. 현재의 삶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진로와 미래에 대한 불안’(29.4%)이 꼽혔고, ‘직장과 학업 문제’(27.0%), ‘경제적 문제’(26.7%)가 비슷한 수준으로 뒤를 이었죠. ‘대인관계’(7.7%), ‘건강 문제’(4.7%)는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을 보였어요. 대인관계나 건강 같은 현재의 문제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더 큰 스트레스 요인인 셈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행복한 순간을 과시하기 위해 SNS에 게시물을 올리곤 하죠. 또 어떤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 멋진 여행, 화려한 선물이 잔뜩 전시된 SNS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실제로 SNS에서 보이는 남들의 행복한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복수 응답으로 답변을 요청했더니, 가장 많은 166명이 ‘불필요한 비교를 피하고자 SNS 사용을 자제한다’고 답했어요. 많은 MZ세대가 이미 타인과의 비교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SNS와의 거리두기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나의 현재 삶에 만족하며 참고만 한다’(145명)와 ‘과시성 게시물이라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는다’(134명)는 응답도 많았고요. 

 

하지만 ‘부러움과 동시에 비교하게 되고 불안을 느낀다’(128명)는 응답도 결코 적지 않았어요. M세대 듀힁 님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SNS가 주는 심리적 영향에 관해 이야기했어요. “예전에는 SNS 속 다른 사람들의 삶과 나를 비교하면서 ‘뒤처지고 있다’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때도 제 나름대로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었더라고요. 우리나라는 남들과 비교하는 문화가 있어서 많은 사람이 저처럼 자책하기 쉬워요. 하지만 타인과 비교하기보다는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나만의 기준을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보는 게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 같아요.”

 

그렇지만 동시에 ‘나도 저런 삶을 살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된다’를 선택한 응답자도 107명에 달했어요. SNS에서 드러나는 행복의 순간들이 누군가에겐 동기부여가 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불필요한 비교와 불안의 원인이 되는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소확행에 5~10만 원을 써요” 32.8%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좋아하는 빵을 사 먹거나, 자신을 위한 작은 선물을 구매하는 등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예요. MZ세대는 ‘소확행’을 위해 한 달에 사용할 수 있는 비용으로 ‘5~10만 원’(32.8%)을 가장 많이 선택했어요. ‘10~20만 원’(28.0%)이 그 다음이었고, ‘5만 원 이하’(17.4%), ‘20~30만 원’(13.0%), ‘30~50만 원’(4.8%), ‘50~100만 원’(4.0%) 순으로 뒤를 이었죠. 응답자의 50.2%는 10만 원 이내의 합리적인 소비를 통해 ‘소확행’을 즐기고 있었어요.


MZ세대가 주로 즐기는 ‘소확행’ 활동으로는 ‘맛집 방문/음식 배달’(212명)이 가장 많았어요. ‘카페에서 여유 즐기기’(187명), ‘나를 위한 소소한 선물 구매’(167명), ‘취미용품 구매’(136명), ‘영화나 공연 관람’(134명)도 적지 않았죠. MZ세대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기는 맛있는 음식과 음료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자신만의 행복을 찾고 있었어요. 


인상적인 점은 힘든 현실을 버티고 있는 MZ세대가 보여준 희망적인 태도예요. 앞으로의 삶이 더 행복해질 것 같은지 물었더니, 응답자의 75.7%가 긍정적으로 답했거든요. 자세히는 ‘매우 그렇다’가 34.7%, ‘어느 정도 그렇다’가 41.0%였어요. 진로와 미래에 대한 불안, 경제적 어려움 등 현실적인 고민을 크게 여겼던 앞선 답변들과는 대조적으로, 미래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어요. 물론 ‘잘 모르겠다’(19.8%)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4.5%)는 부정적인 응답도 있었지만, MZ세대 대다수가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죠. 

그렇다면 앞으로의 삶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것은 ‘안정적인 수입과 재정적 여유’(34.1%)였어요. ‘인심은 곳간에서 나온다’라는 말처럼, 많은 응답자가 경제적 여유를 행복의 기본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현재 무용 일을 하고 있다고 답한 Z세대 유디님은 “무용으로 안정적인 수입을 얻기 힘들다 보니, 미래가 불안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에 자존감도 낮아지고, 과연 언제쯤 경제적 자유를 느낄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라며 재정적 안정 없이는 진정한 행복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어요.

‘건강한 신체와 정신’(30.4%)도 행복의 조건으로 꼽혔어요. 건강을 선택한 응답자들은 대부분 본인이나 주변 지인의 건강 문제를 겪어본 경험이 있었는데요. 그들은 건강이 없으면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는 공통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M세대 일계미 님은 건강과 관련한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털어놨어요. “몇 년 전 우울증을 겪으면서 깨달았어요.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좋은 직장도 있고 생활도 나아졌는데, 정신건강이 좋지 않으니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또 친척분이 건강 문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건강이야말로 모든 것의 기본이라는 걸 실감했죠.”


그 외에도 ‘현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감사할 줄 아는 태도’(14.6%)와 ‘나만의 기준을 갖고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자세’(10.3%) 등의 심리적 요소도 행복을 위한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었어요. M세대 롶 님은 “우리는 보통 나보다 조금 더 나은 상태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게 돼요. 그러므로 아무리 성취를 이뤄도 타인과 비교하면 현재에 만족하기 어렵죠. 결국 행복을 위해서는 ‘나는 이럴 때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본인만의 행복 철학이 필요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어요. 


Z세대 콩순이 님도 “일본어 공부를 취미로 시작했을 때는 너무나 행복했지만,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하면서 타인과 비교하기 시작하니 스트레스가 됐어요. ‘다른 사람들은 3개월 만에 합격했다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불합격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죠. ‘나만의 페이스로 가자’고 마음먹고 나서야 다시 즐거움을 찾고 행복하게 일본어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하며, 심리적 요소가 행복에 기여했던 지난 경험을 공유했어요. 

어피티의 코멘트

우리 뇌는 ‘부정’을 수행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어요. 그러니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 코끼리에 대한 연상 작용이 꺼지는 것이 아니라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아야 해!’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맴돌게 되는 거죠. 최근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사실은 ‘불행하지 않아야 해’에 가까워 보여요.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조건은 너무 달라서, 몇 가지로 정리하다 보면 결국에는 최소 공통점만 남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행복에 대한 논의가 대체로 만족스럽고 즐거운 일상을 보내기 위해 ‘이것과 이것이 있어야만 행복하니까, 무엇무엇이 없으면 나는 불행해질 거야.’라는 식으로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피티가 독자 여러분의 일상에 소소한 행복 하나를 더하는 존재였으면 좋겠기도 하고요.


오늘로 2030 설문리포트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귀한 시간 내어 소중한 의견 나누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설문리포트는 어피티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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