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LETTER #060

커플 통장을 만들겠다고요?

* 2019년 2월 22일 머니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남자친구와 커플통장을 개설하여 돈 관리를 하려고 하는데,
어느 은행에서 어느 상품으로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안 옵니다.
예금주를 누구로 해야 할지 어떤 상품이 혜택이 많은지 도움 요청드립니다.

커플 통장 또는 데이트 통장. 이거 엄청 핫한 이슈죠. 애매한 답변보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어서, 커플 통장에 대한 뼈 아픈 경험이 있는 유경험자를 모시고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커플 통장을 언제, 왜 만들었나요?

2015년에 만났던 구남친과 만들었어요. 당시에 둘 다 대학생이었는데 거의 같이 살았거든요? 버는 돈은 없는데 지출이 너무 커서 커플 통장 얘기를 꺼내게 됐어요. 월세, 식비, 술값 등을 커플 통장으로 내면 좋겠다고 하면서요.

커플 통장은 제 통장 중에서 안 쓰는 통장으로 만들었어요. 비밀번호는 둘이 처음 만난 날짜로 바꿨고요(이불킥). 처음엔 나름 약속도 했어요. 매월 10일에 각자 15만 원씩 통장에 넣고, 둘이 같이 돈 쓰는 일 생길 때는 이 통장에 연결된 카드로 긁자고요.

구남친이라고 했는데, 그 커플 통장은 어떻게 정리(?)하게 됐나요?

제가 수입이 일정하지 못한 상황이라 입금을 제때 하지 못했어요. 당시에 상대방이 아무 말도 안 하길래 그냥 넘어갔는데, 어느 날 싸우다가 상대방 입에서 ‘너 근데 요즘 입금 안 하더라’라는 말이 나오더라고요. 제 잘못이긴 한데 돈 문제로 넘어가니까 을이 된 것 같아서 찝찝하더라고요.
결국 커플 통장은 흐지부지됐고, 그 통장은 구남친과의 기념일이 비밀번호인 채로 제 비상금 통장이 되었답니다 🙂

솔직히 커플 통장을 만드는 게 좋을까요?

서로 부담이 될 정도로 둘 다 씀씀이가 너무 크거나, 현실적인 문제로 둘이 함께 소비를 줄여야 할 때는 커플 통장이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지점. 반드시 ‘둘 다’ 겪고 있는 문제여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해요. 상대방 문제 때문에 내 소비를 통제하게 되면 짜증이 나거든요(…) 처음엔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더라도 나중에는 괜히 신경질 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커플 통장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요?

일단 과거의 저처럼 놀고 있는 개인계좌를 활용하는 건 절대 비추! 잔액 확인과 입출금 내역 확인을 계좌 주인만 할 수 있으니까요.

+ Tip
다행히(?) 잔액 확인, 입출금 내역 확인을 두 명 이상이 할 수 있는 상품들이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카카오뱅크 모임통장, KB국민은행 KB짝꿍통장, IBK기업은행 썸통장 등이에요. 이것도 한 명의 명의로 개설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계좌 확인은 계좌 주인이 지정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요.

그럼 계좌 주인은 누가 맡는 게 좋나요?

둘 중 돈 관리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 사람이요!

커플 통장에 걸어놓을 카드는 어떤 게 좋나요?

계좌에 모아놓은 돈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체크카드로 걸어두세요. 혜택을 많이 못 받는 게 아쉽긴 하지만, 굳이 다른 사람과 같이 쓰는 통장에 전월실적 등 이런저런 조건이 붙어있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커플 통장에 있는 돈은 언제 사용해야 하나요?

커플 통장은 ‘둘 다’의 이슈로 필요하다 싶을 때 만들라고 얘기했는데요,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둘 다 만족스럽게 소비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커플 통장의 돈을 사용하세요.
나는 입이 짧은데 상대방은 1.5인분 거뜬하게 먹는 편일 때, 나는 술 안 먹는데 상대방은 술 즐기는 편일 때, 난 아메리카노만 마시는데 상대방은 자바칩 프라푸치노 그란데 사이즈로 먹을 때 등… 함께 돈을 쓰긴 하지만 한 명이 더 이득인 상황에서 괜히 맘 상하는 일이 생길 수 있거든요.

+ Tip
커플 통장에 있는 돈을 어떤 상황에서 사용할지 미리 정해두세요. ‘10만 원 이상 결제할 때만 사용하기’, ‘식비/영화표/입장권 구입 시에만 사용하기’ 등 구체적으로 룰을 만드는 게 좋습니다.
한 명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절대 금지! 쓰더라도 미리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고 쓰고, 반드시 쓴 만큼 채워두세요.

금액은 어떻게 정하는 게 좋을까요?

그냥 데이트 비용 반반 나누는 건 절대 비추입니다. 솔직하게 각자의 상황과 입장을 이야기하고 금액을 정해 보세요. 소득이 많은 사람이 더 낼 수도 있고, 소득과 상관없이 절대 금액을 정할 수도 있겠죠.
전체 금액은 한 달 예상 지출보다 약간 더 여유 있게 잡는 게 좋습니다. 머리로는 둘이 합쳐 한 달에 30~40만 원 쓸 것 같지만… 둘이 돈 쓰면 생각보다 많이, 또 금방 쓴답니다.

+ Tip
우선 각자 얼마씩 넣을지 합의하고, 그 돈이 내 통장에서 커플 통장으로 알아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처음부터 자동이체를 걸어두세요. 한두 번 입금 깜빡했다가 괜히 싸우는 분위기 되는 수가 있습니다. 

헤어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머리로는 정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헤어진 상태라면 정산의 ‘ㅈ’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겠죠… 이때를 대비해서 커플 통장에는 돈을 너무 많이 남겨두지 마세요. 항상 한 달 지출금액 + 약간의 여윳돈 정도만 남겨두고, 한 달이 다 되어갈 때쯤에는 잔고가 거의 남지 않도록 쫙 쓰는 게 좋습니다.

독자님이 계좌 주인이라면 관계가 안 좋아질 무렵에 커플 통장을 미리 청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통장 정리를 좀 해야 될 것 같은데 커플 통장도 이참에 없애는 게 좋겠다. 예전처럼 각자 알아서 긁자’라고 얘기하며 정리하는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이 글을 읽고 한 번이라도 ‘절레절레’ 하셨다면 커플 통장 만드는 것, 비추입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알아서 내는 게 나아요. 커플 통장은 두 명의 공동목표가 있을 때, 확실한 룰을 갖고 만들어야 하는 거지 적당히 데이트 비용을 나누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니까요.
결국 이것도 돈 문제기 때문에 갈등 생기기도 쉽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사회초년생  필수 금융팁’은 어피티의 머니레터에서 매주 화, 금요일에 연재됩니다.

writter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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