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사 먹을 돈으로 다른 걸 할래요!’ 책과 영화를 좋아하는 출판사 3년 차 직원의 머니로그

[머니로그 Ep.19] 

무슨 사진을 할까 하다가 그동안 남긴 사진첩의 사진으로.
선천적, 후천적 기록 광. 무엇이든 찍고 무엇이든 기록한다. 그래서 머니로그 쓰는 것이 어렵거나 새롭지도 않았다.

Profile.

  • 나이 (만 나이) 26세
  • 직종 / 근속년수 출판사/ 3년 차
  • 연봉 3000만 원대 초중반
  • 월 실수령액  200만 원대 초중반
  • 주거 형태 본가 거주

Q. 매 달 고정비는 어떻게 나가나요?

  • 월세 0원(본가에서 생활 중.)
  • 교통비 11만 원(혼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대중교통비가 많이 나오는 편이다.)
  • 통신비 2만 원(아이폰 X를 현금 박치기로 산 후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 중이다.)
  • 유료구독서비스 멜론 2,900원
  • 저축 이율 3%짜리 적금 30만 원 / 카카오뱅크 70만 원 / 주택청약 2만 원
  • 투자 주식을 하고 있다. 실장님 말을 듣고 카카오와 삼성전자를 3주씩 샀으나 내핵까지 뚫을 기세. 10년 존버 예정.
  • 기타 엄마에게 생활비 100만 원 / 수영 강습 7만 원
  •  

Q. 소비성향은 어때요?

밥 사 먹을 돈으로 다른 것을 사겠다는 주의. 그래서 도시락을 싸 다니거나 집에서 아침을 많이, 마않~이 먹고 나온다. 아니면 집에 있는 떡, 고구마, 프로틴 등을 싸 공원이나 거리를 다니며 먹는다.

Q. 돈을 관리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우선 적금으로 몽땅 넣어 놓고 남은 돈으로 어떻게든 연명한다. 어떻게든 살게 되어 있다.

일주일 간의 총 지출은?

식비4,000원
문화생활 19,900원
쇼핑(옷) 11,800원
기타(우산, 선물) 6,000원

TOTAL – 41,700원

일주일 머니로그 시작!
DAY1, 월

PM 13:00 – 아메리카노 1,000원, 옷 2벌 11,800원
오늘은 혼밥 데이. 책상에 앉아 후딱 도시락을 먹고 산책 겸 홍대 어귀를 걸었다. 월요일이니까 아메리카노 한 잔 드링킹 해야지. 

커알못이라 가장 저렴한 천 원짜리 아아메를 한 잔 마신다.

길거리를 방황하다 레이더망에 딱 걸린 5,900원짜리 반폴라 스트라이프 티. 아우터는 백화점에서, 티셔츠는 보세에서. 신조에 따라 두 벌 질렀다. 

하나를 사더라도 괜찮은 걸 사라는 엄마의 잔소리가 자동 응답기처럼 귀에 맴돈다.

 

PM 16:00 – 편의점 삶은 달걀 2개 1,900원
3, 4시경에는 항상 당이 떨어진다. 회사 서랍 속 간식을 실컷 털어놓고는 ‘그래. 탄수화물 먹었으니까 단백질도 먹어야 해’하고 합리화하며 편의점으로 향한다. 어쩐지 탄단지를 적절히 잘 섭취했다는 뿌듯함이 들지만, 실상은 영양 과잉 이었을 뿐이다.

DAY1 TOTAL – 14,700원

DAY2, 화요일

PM 12:00 – 점심밥과 커피 0원
좋아하는 선배님과의 점심. 회사에서 15분이나 떨어진 곳으로 원정을 갔다. 시간이 아깝지 않은 닭곰탕의 깊은 맛. 닭고기를 암만 발굴해도 끝이 없다. 그뿐 인가. 다리, 가슴, 날개 등 각종 부위가 골고루 들어간 이 다양성은 ‘호불호’라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엄숙한 선언이다. 서교동에 노다지가 있다면 바로 이곳이리라.

시간이 아깝지 않은 닭곰탕의 깊은 맛.

얼마 전 내 생일이었으니 선물이라며 선배님은 밥과 커피에 후식까지 풀 코스로 쏘셨다. 아메리카노가 5,500원이라는 살인적인 물가 펀치도 오늘은 솜방망이 같다. 

한적한 카페에 앉아 쳇 베이커를 듣고 있자니 이 말이 절로 나온다.
“아. 집 가고 싶다.”

DAY2 TOTAL – 0원

DAY3, 수요일

PM 6:00 – 알라딘 중고서점 책 2권 9,900원
잠깐 외근 나갔다가 복귀하려던 차에 비가 내렸다. 비를 피하는 척, 슬쩍 역 인근 중고서점에 들른다. “최근에 해변에 카프카를 읽고 있어요. 잘 읽히더라고요.” 함께 전시회를 같이 간 분의 말이 일요일부터 맘에 걸려 있었다. <상실의 시대<가 아주 좋았다는 내 말에 대한 답이었다.

<해변에 카프카> 상권을 산 다음 신나게 아이쇼핑을 하다 문지 시선집이 보이길래 충동적으로 장바구니로. 그래도 2권에 만 원도 안 한다니. 현명한 소비를 했다고 위안 삼아 본다.

PM 10:30 – GS25 나랑드 사이다 600원
수영 끝나고 마시는 나랑드는 꿀맛이다. 원래는 편의점에서 사자마자 길빵 때리는데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해서 오늘은 집에서 마셨다. 나랑드 정가는 1,000원인데 GS25에서는 행사 중이라 무려 600원이다. 몇 달 전부터 꾸준히 할인 행사 중인데 언제까지 유지될지 모르겠다. 부디 GS25와 동아오츠카가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랑드를 마시면서 저녁에 샀던 시집을 읽으려 했으나 몇 페이지 넘기지 않아 잠이 온다.  
내가 활자 포비아여서가 아니다. 이건 전부 수영을 한 ㅌ..ㅏ…ㅅ…… Zzz…

DAY3 TOTAL – 10,500원

DAY4, 목요일

AM 9:20 – CU 우산 4,500원
출근길에 우산 대가 뽑혔다. 난 내가 아서 왕이라도 된 줄 알았다. 왕은커녕, 현실은 갑작스러운 지출에 슬퍼하는 도시 빈민. KT 할인되는 GS25에 갔어야 했는데 역 앞에는 CU뿐이다. 할인은 받지 못하더라도 포인트 적립은 알뜰하게 챙기도록 하자.

우산을 펴니 귀여운 캐릭터가 프린팅되어 있었다. 집에 한가득 쌓아둔 우산들이 잠시 잊혔다. 비가 와서 미세먼지가 씻겨 나가 기쁘고, 쓸데없이 귀여운 우산 캐릭터에 신이 나는 출근길.

DAY4 TOTAL – 4,500원

DAY5, 금요일

PM 10:30 – 물 1병 500원
수영 후, 보고 싶었던 영화를 심야로 보기로 한다. 얼마 전에 생일이었던 터라 콤보 쿠폰이 있었지만, 영화 볼 때 씹는 걸 좋아하지 않는 터라 동생에게 넘기기로. 인간 연가시로 의심될 만큼 물을 많이 마시는 나는 물 한 통이나 사기로 한다. 영화관 내에서도 물은 팔지만 1,000원이 넘는걸. 시간도 많이 남으니 밖으로 나와 편의점을 향한다. 편의점은 PB상품이 저렴해서 좋다.

 

PM 11:30 – 영화 ‘스타이즈본’ 7,000원
최근 보고 싶은 영화가 쏟아지듯 많이 나왔다. 예매해둔 영화는 이전에 개봉했던 ‘스타이즈본’. 이번 주 내로 보지 않으면 스크린에서 내려갈 것 같아 부랴부랴 예매했다. 내일은 토요일이니 수영 끝나고 졸린 눈을 비벼 가며 봐야지. 체크카드 써서 쌓인 포인트로 결제했지만 어쨌든 포인트도 돈이니까. 일요일에 만료되는 할인 쿠폰을 적용하니 결제 가격이 7,000원!

줄거리는 기대보다 빈약해서 ‘라라랜드’가 훨씬 더 좋았는데 OST들이 다 금쪽같았다. 역시 음악 영화는 스크린으로 봐야 제맛이야. 올빼미 버스를 타고 귀가하니 새벽 4시경. 좋은 음악으로 마음이 충만하니 피곤하지도 않다. 아마 몇 주 동안은 영화 보느라 바쁠 것 같다.

DAY5 TOTAL – 7,500원

DAY6, 토요일

PM 4:40 – 빼빼로 2통 1,500원
오늘은 거의 반년 만에 대학교 동기들 보는 날. 강남에서 볼 일을 마치고 약속 장소로 가는데 내일이 빼빼로데이인 것이 기억났다. 한 통씩 주면 좋겠다 싶어 편의점에 들어가 빼빼로를 사기로 한다.

근데 뭐? 카카오페이로 사면 50% 할인이라고? 시류와 대세에 저항하리란 의지는 할인 프로모션 앞에서 무너진다. 편의점 문 앞에 서서 누구보다 빠르게 카카오페이에 가입했다. 

돈 앞에선 디지털 반항아, 그딴 거 없다.

 

PM 5:00 – 카페 0원
학과 내 ‘아싸’들이 모인 모임이라 ‘아싸모임’. 우리는 1학년 때부터 술에는 관심이 없었다. 남들이 시험 끝나고 죽어라 술을 마실 때 우리는 맛집과 카페를 부수곤 했지. 몇 년이 지나도 우리는 여전했다. 갈 데 없는 강남역에서 핫플레이스를 겨우겨우 찾아내 시그니쳐 메뉴를 주문했다.

난 고작 빼빼로 한 통 사갔을 뿐인데 한 명은 빼빼로데이라고 마카롱을 주질 않나, 한 명은 자기는 준비한 게 없다며 카페를 쏘겠다고 하질 않나. 두어 번 말리다 ‘다음에는 내가 살게’하며 못 이긴 척 얻어먹었다. 디저트까지 알차게 시켜서 3시간 동안 입을 털었다. 

3년 전만 해도 캠퍼스를 같이 돌아다녔는데 각자도생 중인 우리.
마카롱 상자를 달랑달랑 들고 돌아오는 길. 어쩐지 옛날로 돌아간 것만 같다.

DAY6 TOTAL – 15,000원

DAY7, 일요일

PM 10:00 – 영화 ‘신비한 동물 사전 1′ 다운로드 3,000원
곧 개봉하는 2편을 보기 위해 1편을 내려받았다. 나는야 돈 주고 영화를 다운 받는 굿 다운로더. 사실 양심 때문은 아니고 컴맹이어서 그렇다. 돈 주고 보는 게 맞기도 하고. 주로 네이버 n스토어를 이용하는 편인데 할인을 하는지 단돈 3,000원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다. 2편은 영화관에서 봐야지. 

밥값은 아까워도 책이나 영화, 공연 값은 아깝지가 않다.
당분간은 영화 값으로 돈이 꽤 나갈 것 같으니 허리띠를 더 졸라야겠다.

DAY7 TOTAL – 3,000원

Epilogue.

난 사실 한 번 쓸 때 많이 쓰는 편이다. 100만 원이 넘는 핸드폰을 일시불로 산 것도 그렇고, 옷도 코트 같은 건 3, 40만 원씩 턱턱 내고 산다. 적금 등으로 깨알 같이 모아서.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평소에 돈을 아끼고 안 쓰려고 애를 쓴다. 이번 주 소비 중에 후회되는 건 딱 하나다. 편의점에서 달걀 사 먹은 것. 집에 있는 삶은 달걀 챙겨올 걸.

사실 이 머니로그를 우리 엄마가 보면 무지 속상해하실 거다. 월급치고는 엄마한테 용돈을 많이 드리는 편인데, 엄마가 내심 이걸 미안해하시거든. 엄마가 모으니 너는 그냥 사고 싶은 거 사고, 돈 쓰면서 살라 하신다. 근데 뭐 엄마한테 드리는 돈은 돌려받을 생각 없이 주는 것이라…. 나도 따로 돈을 모아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다.

소비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 할인받기 위해 무슨 무슨 페이에 가입하고, 혜택을 따져가며 체크카드를 쓰다 보면 나만 이렇게 웃긴 꼴로 사는 건 아닐까 싶다. 가끔은 내 취향이 너무 궁핍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평생을 천 원, 이천 원에 일희일비하면서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아마 난 월급이 올라도 편의점에서 2천 원 주고 달걀 사 먹은 게 후회되어 시무룩하겠지. 그래도 열심히 모아서 큰 소비를 할 때는 참 행복하다. 그거를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아껴보자.

머니로그(Moneylog)는 말 그대로, 돈에 대한 일기입니다.

다양한 직업을 갖고 일하는 여성들이 얼마를 벌어서 어떻게 쓰는지를 익명으로 공유하는 기고 시리즈 입니다.
직장인 여성들이 7일 간 직접 기록한 ‘돈 쓴 이야기’를 담습니다.

돈 관리의 첫 번째 단추는 자신의 소비를 되돌아 보는 것입니다.
여러분만의 머니로그를 작성해 보시고, 또래 친구들과도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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