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프린세스메이커처럼 계획적으로 살아요’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된 디자이너의 소소한 일주일

[머니로그 Ep.15] 사는 건 프린세스 메이커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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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건 프린세스 메이커 같기도 합니다. 오늘은 실 수 없이 잘했다, 오늘은 집에서 쉬었다, 이렇게 계획을 넣으면 그날은 하루 종일 그것만 하는. 고전 게임 만큼 단순한 스케줄입니다.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학생 때부터 꾸준히 외주를 했는데, 완전히 프리랜서가 된 건 올해 초에요. 광고 대행사에서 1년, 디자인 회사에서 1년 근무했고 올해 1월 퇴사했어요. 어머니, 동생 둘(하나는 강아지예요.)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퇴직금은 노트북과 모니터 사는 데 절반 쓰고 남은 건 생활비 통장에 넣었어요.

Profile.

나이 만 24세
하는 일 프리랜스 디자이너 10개월 차
연봉과 월 실수령액 2800?
월수입만 따로 기록하고는 있는데 보니까 8월까지 1800만 원 좀 넘게 벌었어요. 사대보험도 안 들고 떡값도 안 나오니 남들보다 더 벌어야겠구나 싶어 지금은 좀 더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월 실수령액은… 40을 벌 때도 있었고 400을 벌 때도 있었어요. 현재는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일이 있어 월에 140 이상은 벌게 되었습니다.

주거 형태 본가 거주

Q. 매 달 고정비는 어떻게 나가나요?

  • 월세 X(전세)
  • 월 평균 교통비 약 6만 원(달에 한 번 정도 서울을 가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내에서 데이트를 할 때 나가요.)
  • 통신비 84,940원(할부금+통신비)
  • 저축 주택청약 10, 자유적금 50~100
  • 기타 월 30 부모님께 생활비, 건강보험료 110000원

Q. 소비성향은 어때요?

저는 혼자 있을 때는 거의 돈을 안 씁니다. 근데 막 자린고비처럼 먹고 싶은 걸 안 먹고 사고 싶은 걸 안 사고 이런 건 아니고요. 애초 좀 물욕이 적은 편입니다. 화장품도 옷도 크게 관심 없고 커피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펴요. 욜로성향도 전혀 아니고요. 근데 약속이 있거나 어디 놀러 가게 되면 그때는 써요. 술 마실 때도 돈을 잘 씁니다.

Q. 돈을 관리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요?

체계적으로 돈을 관리해본 적이 없습니다. 겁이 많아서 투자는 못 하고요. 그냥 안 써서 돈이 좀 모이는데 이런 건 모일 때마다 부모님 드렸어요. 회사를 다닐 땐 월 100만 원 적금을 넣었는데 퇴사하고는 수입이 일정치 않아 자유 적금을 새로 들었습니다.

은행에 가는 걸 극도로 싫어해요. 뭐 대기하고, 서류 작성하고, 설명 듣고 이런 것들… 3년 전부터 월 10만 원씩 주택 청약에 넣고 있어요. 최소금액으로 변경하려고 했는데 귀찮아서 놔둔 게 지금까지 왔습니다.

일주일 간의 총 지출은?

카페, 음식 45,400원
기타 2,840원

TOTAL – 48,240원

일주일 머니로그 시작!
DAY1

AM 6:00
공휴일이지만 일을 계속한다. 어제는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들었다. 오전에 넘겨야지 하고 생각했던 일들을 마무리하려고 일찍 일어났다.

AM 11:00 – 사골 국물에 떡국 떡 0원
점심 때쯤 어머니께서 떡국을 끓여 주시기로 했다. 달걀 이랑 파랑 다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떡만 있었다. 육수 내기 귀찮을 때 쓰려고 사둔 비비고 사골국물에다가 물에 불린 떡만 넣어서 먹었다. 맛있었다.

 

PM 2:00 – 브라우니 0원
오전에 해야 할 일도 다 끝냈고 저번 주에 한 일도 정산했다. 이럴 땐 스스로에게 포상을 줘야 한다!

빵집 알바를 하는 동생이 가지고 온 브라우니. 주말마다 온갖 빵을 가지고 오기 때문에 간식비가 거의 안 든다. 또 이 빵집은 알바에게 빵을 후하게 주고, 맛있기까지 하다. 엄청나게 꾸덕꾸덕한 식감에 초코로 꽉꽉 차 있고 게다가 얇은 시트 위에 딸기잼까지 발라 놓은 브라우니기 때문에 저 사이즈면 조각조각 잘라서 온 가족이 3~4일은 먹는다.

 

PM3:00
다시 일. 노동요로 유튜브를 틀어 놓는다. 그럴 거면 유튜브 레드를 구독하라고 친구들이 말하는데… 노동요는 거의 반복재생이라 아직까지 필요성을 못 느낀다.

 

PM 7:00 – 인절미 치킨 0원
어머니가 따로 저녁 약속이 있다며 동생과 둘이 먹으라고 시켜주셨다. 집 근처 걸어서 15분 거리에 치킨집 메뉴 중 인절미 치킨은 한 번도 못 먹어봐서 이걸로 시켰다. 동생도 나도 그냥 그랬다. 원래 시키던 매운 치킨을 시킬 걸 싶었다.

PM – 8:00
다시 일.

DAY1 TOTAL – 0원

DAY2

AM 8:00 – 먹다 남은 치킨 0원
클라이언트들이 출근하기 전에 시안들을 보내야 한다. 새로 들어온 일이 있는지 체크 후 조금 출출해져서 어제 먹다 남은 치킨을 먹었다.

PM 12:00 – 우체국 등기 2,840원
오늘은 점심에 우체국을 가기로 했다.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 킥오프 미팅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하고 계약서도 인터넷 서명을 붙여 메일로 보내는 편인데 저번에 규모가 조금 있는 일이 들어와서… 직인을 찍은 계약서를 우편으로 꼭 보내 달라 하셨다. 이런 서류 작성에 취약하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고 있던 일인데 그러다 보니 마감이 코앞에 와 500원을 더 내고 빠른 등기로 부치게 됐다. 500원인데도 아깝다.

다음부턴 일찍 일찍 하자….

 

PM 3:00 – 제주 말차샷 라떼 6,600원
동사무소 갔다가 우체국 갔다가, 내일 그룹 과외가 잡혀 스터디룸을 알아보러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좋은 장소를 찾아서 예약해놓고 건물 1층 카페에 왔다. 배가 고프긴 한데 막 뭐가 먹고 싶진 않아 밀도가 있는 음료를 시키기로 한다. 500원이 아깝단 건 이런 것이다. 카페에서 톨사이즈를 시킬지 500원 더 비싼 그란데사이즈를 시킬지는 고민하면서 등기는 일찍 일찍 안 부치는 것. 별이 두 개 적립되는 신메뉴가 끌려서 시켜봤다. 

그럭저럭 괜찮지만 스타벅스는 빨리 호지 티 라떼를 다시 돌려줘라….

 

PM 5:00 – 샐러드 9,800원
먼 곳에 사는 친구 연락을 받았다. 마침 근처로 출장을 왔는데 시간이 적당해 저녁 약속을 잡았다. 샐러드를 먹고 싶다 했는데 카페에서 걸어서 3분 걸리는 샐러드 집이 있어 그쪽으로 가서 일찍 저녁을 먹었다. 평소 같으면 먹지 않을 메뉴였지만(집에서 10분 거리인데 오늘 처음 가본 곳이다) 친구가 수프도 사주고 주스도 사줘서 맛있게 잘 먹었다.

오랜만에 만났고 또 만나면 항상 즐거운 친구라 밥 먹고 배웅 겸 공원도 걸었다. 뜻밖의 일정이었지만 딱히 낭비란 생각이 들지 않는 시간이었다. 남은 일은 그냥 집에 가서 계속하기로 했다.

DAY2 TOTAL – 19,240원

DAY3

PM 1:00 – 어제 먹다 남은 주스 0원
딱히 배도 안 고프고… 사실 늦게 일어났다. 오전에 새로 일이 들어와서 견적서 보내고 어제 하던 일도 마무리 지었다. 다시 새로운 일을 하기 전에 떨어진 당을 채울 겸 어제 먹다 남은 주스를 꺼냈다. 아끼는 컵에 얼음 넣고 주스를 부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근데 이게 라벨에 보면 오렌지 100에 무설탕이라고 적어 놨던데 진짜일까? 색이 너무 진하고 달다.

 

PM 3:00 – 프링글스 0원
아주 예전 집 앞 마트에서 1통에 1,000원 하길래 한 번에 10통 샀다. 이런 과자는 뭔가 한번 손에 잡으면 멈출 수가 없다.

PM 6:00 – 된장찌개 0원
7시에 과외를 가야 해서 저녁을 먹었다. 집에서 먹는 된장찌개. 진짜 너무 맛있는데… 시간이 촉박하고 마음도 불안해서 사진 찍는 것도 까먹었다. 쓱쓱 먹고 바로 과외하러 갔다. 스터디룸 대여료로 지출이 있을 줄 알았는데 수강생분이 먼저 도착하셔서 내주셨다… 다음 주에는 꼭 내가 내야지…

DAY3 TOTAL – 0원

DAY4

PM 1:00 – 까르보나라 0원
저녁에도 계속 일했다. 그대로~ 밤을 새우고…. 사실 점심때부턴 집이 비어 남자친구가 오기로 되어있었다. 대충 씻고 마중을 나갔는데 감사하게도 내가 전날 밤샌 걸 알고 점심을 해주려 본인 집에서 미리 재료를 챙겨 와줬다. 슈퍼만 들렸다 다시 집에 와 나는 일을 마무리하고 남자친구는 요리를 했다. 생크림 없이 달걀 노른자로 만드는 까르보나라인데 남자친구가 종종 해주는 메뉴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다.

 

PM 8:00 – 치킨텐더와 낙지 볶음밥, 맥주 0원
밥 먹고는 그대로 쭉 잤다. 자고 일어나니 6시. 일어나서 어제 못 본 쇼미 재방송 보고 배가 좀 고파서 저녁을 차리기로 한다. 엄마가 어디서 받아오신 냉동 볶음밥과 예전에 사놓으신 치킨텐더를 냉동실에서 꺼냈다. 후후 우리 집은 올여름 에어프라이어를 샀다. 뭐든 넣으면 1.5배 이상은 맛있어진다. 남자친구가 사온 맥주와 같이 먹었다. 적당히 먹고는 영화도 봤다.

DAY4 TOTAL – 0원

DAY5

PM 12:00 – 먹다 남은 치킨텐더, 비빔면, 우육면 0원
아침에 급하게 수정이 와서 일했다. 점심으로는 어제 먹다 남은 치킨텐더와 비빔면, 우육면. 라면들은 유통기한이 지났는데 한 3~4달 지난 거라 그냥 먹었다.



PM 7:00 – 참치 초밥, 도미 머리 구이 29,000원
계속 일만 할 뻔했는데 자정까지 보내기로 했던 일의 마감 기한이 좀 미뤄졌다! 그간 나도 고생했고 옆에서 이거저거 챙겨준 남자친구도 고마워서 초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고급 일식집이었는데 확실히 돈값을 한다고… 아주 맛있었다. 밥 온도가 적당하고 참치가 진짜 입에 넣자마자 사르르 녹는 느낌. 유자 드레싱을 살짝 발라놨는데 그 향도 너무 좋았다. 이러려고… 이럴 때 쓰려고 이때까지 일을 한 거지… 그렇지…?

원래 내가 사주기로 한 건데 좀 비싼 것 같다고 남자친구가 반을 냈다. 감사합니다…

DAY5 TOTAL – 29,000원

DAY6, 목요일

PM 9:00 – 앙버터와 우유 0원
동생이 갖다 준 빵을 먹었다. 새벽에 세 시간 정도 자고 계속 일을 했다. 마감이 코앞이고… 며칠째 계속 일하느라 잠을 제대로 안 잤더니 많이 예민해져 있었는데 단 걸 먹었더니 좀 괜찮아졌다.

PM 12:00
오전에 마무리해야 할 일들은 끝냈기 때문에 강아지랑 좀 놀았다. 그렇게 안 보이지만 이 친구는 포메라니안이다. 얼마 전에 가을 진드기에게 엄청나게 물려 털을 박박 깎았다. 당시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는데 보면 지금은 좀 귀엽게 느껴진다.

 

PM 5:00
또 일을 받았다. 좀 설렁설렁하려고 했지만, 생존 스트레스보다는 일이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여… 사실 지금도 모자란 편은 아닌데 습관적으로 이렇게 시간을 쪼개서 일을 받는 것 같다.

PM 8:00 – 김치찌개 0원
아침에 간식 먹고는 계속 밥을 안 먹었더니 속이 너무 달아서 밥을 먹고 싶었다. 동생도 마침 국물 있는 음식에 밥이 먹고 싶다고 김치찌개를 끓인다 하여 얻어먹었다. 밥 먹으면서 이후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해보니 내일 좀 쉬려면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두 그릇

DAY6 TOTAL – 0원

DAY7, 금요일

AM 9:00 – 어제 먹다 남은 김치찌개 + 떡국 떡 0원
일이 끝났다! 사실 더 있지만 당장 해야 하는 것들은 다 끝냈고 이젠 고정적으로 매주 조금씩 있었던 업무들밖에 안 남았다! 어제 먹다 남은 김치찌개에 떡국 떡을 넣어서 먹고는 좀 자기로 했다. 오늘은 더 이상 일 할 생각이 없다.

 

PM 7:30 – 냉동만두 + 컵피자 0원
침대에서 좀 뒹굴거리고,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잤다. 자고 일어났더니 동생이 미용실 갔다가 왔다. 엄마한테 저녁에 먹을 컵피자도 받아왔다고 한다. 냉동만두와 함께 먹었다. 오뚜기 컵피자는 처음 먹어봤는데 내 입맛에 안 맞아서 거의 안 먹었다. 핸드폰으로 다운받아 놓은 게임 좀 더 하고, 저번 주에 일하느라 못 본 쇼미더머니 재방송 보고 자기로 했다.
먹었다.

DAY7 TOTAL – 0원

Epilogue.

  1. 그간 너무 바빠(^.ㅠ…) 머니로그를 계속 미뤘다. 그리고 뭔가 오늘부터 머니로그 써야지! 하면 꼭 오후쯤에는 까먹고 아무 사진도 안 찍고… 그 날 다 지나가 버리고….

  2. 근데 막상 쓰니까 음. 일단 재밌다. 취지나 내용은 다르지만, 만원의 행복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3. 장기적으로 머니로그를 쓰면 생활비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때까진 어차피 내가 돈 쓸 일이 별로 없는 걸 아니까 그냥 별 계획 없이 살았다. 근데 이렇게 지출내역을 하나하나 기입 해보니 평균적으로 하루에, 또 일주일에 얼마를 쓰는지 알 수 있고 자연스럽게 그 다음 달에 얼마를 쓸지 예상을 할 수 있다. 사실 다음 달부터 혼자 살 예정이기 때문에 생활비에 대한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었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머니로그(Moneylog)는 말 그대로, 돈에 대한 일기입니다.

다양한 직업을 갖고 일하는 여성들이 얼마를 벌어서 어떻게 쓰는지를 익명으로 공유하는 기고 시리즈 입니다.
직장인 여성들이 7일 간 직접 기록한 ‘돈 쓴 이야기’를 담습니다.

돈 관리의 첫 번째 단추는 자신의 소비를 되돌아 보는 것입니다.
여러분만의 머니로그를 작성해 보시고, 또래 친구들과도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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