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한국 방산의 위상과 입지는 어떠한가요?
스톡홀름 평화연구소 SIPRI 기준으로 한국 방산 수출 규모는 전 세계 10위예요. 우리보다 방산 수출이 활발한 나라는 핵무기 보유국 혹은 과거 많은 식민지를 보유한 강대국들이죠.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중에서는 우리 방산이 최고인 셈이에요.
K-방산의 발전에 대해서 외국 언론과 산업분석가들은 매우 놀라고 있어요. 특히 최근 20여 년간 한국만큼 방위산업의 기술 발전이 빠른 국가는 터키와 중국 제외하고는 거의 없을 정도예요.
한국 방산의 한계 및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국 방산의 한계라기보다는 어려운 점이라고 해야 할까요. 모든 문제의 시작인 저출생인데요. 지금까지 한국 방산은 탄탄한 내수시장. 즉 1,500대의 자주포, 300대의 탱크, 120대의 전투기 등 내수 수요가 많으니, 수출에서도 가격 경쟁력이 있는데 인구가 줄어들면 한국군의 규모가 자연스레 감소해 들어 수요도 줄겠죠.
방산기업들의 인력 문제도 심각해요. 주요 방산기업들이 창원, 사천, 구미, 세종 등 지방에 있어 지방에서 인력을 구하기 매우 어려워요. 지방 본사가 있는 기업들의 구인난이 심각한 상황이죠. 이에 대한 지원과 자구책이 있어야만 지금의 K방산이 유지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방산은 왜 중요한가요? 혹은, 방산은 중요한가요?
국방력이 강하다고 무조건 주권을 지킬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외교를 잘해서 우리 편은 가급적 늘리고, 적은 줄이는 게 나라의 안전을 보장하는 기본 조건이지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방력이 약한 나라는 자기 뜻대로 국제 정세를 바꿀 수 없어요. 국방력은 국가에 있어서 일종의 ‘안전 자본’인 셈이죠.
국방력이 ‘안전 자본’이라면 방위산업은 ‘자본 축적의 수단’이에요. 방위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국가들은 무기를 수입해서 안보를 강화한다 해도 무기 수입국과의 외교 관계에 따라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러시아에서 탱크, 장갑차, 헬리콥터를 도입했는데요. 러-우 전쟁 이후 대체품이 있던 탱크와 장갑차와 달리, 헬리콥터가 문제였어요. 러시아 카모프사의 KA-32 헬기는 군에서 추락한 파일럿을 구조하는 탐색구조 헬기로, 산림청과 소방청 등에서 산불을 끌 때 사용해요. 러-우 전쟁 이후 이 헬기의 부품 확보가 어려워 가동률이 매우 떨어졌어요. 이번 경상북도 산불에서도 동원할 수 있는 헬기가 얼마 남지 않아 크게 고생했어요.
방위 산업이 발전하면 국방력도 함께 강해지는 걸까요?
방위산업이 발달한 국가들은 국방력이 대부분 강하지만, 국방력은 방위산업만으로 이뤄지지 않아요. 군대의 조직과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운영 효율성이 어느 정도인지가 국방력을 결정짓지요.
하지만 반대로, 국방력이 강한 나라들은 자연스럽게 방위산업이 발달했어요. 강한 군대는 무기를 잘 쓰는 법을 알고, 무기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QC(Quality Control)’를 잘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무기를 보는 고객을 갖춘 방위산업은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어요.
방산을 둘러싼 여러가지 입장과 시선들을 소개해 주세요.
국가라는 개념이 사라지게 되더라도 집단의 방위와 안전보장을 위한 물리력은 남아 있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방위산업은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산업이에요.
물론, 살상 장비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있고, 군축(군비 축소)을 통해서 인류의 평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요. 하지만, UN은 국가의 자위권을 보장하고 있어 방위산업은 앞으로도 존속될 가능성이 커요.
다만, UN 및 세계 각국은 비인도적인 무기체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가령 대량살상무기에 활용될 수 있는 무인항공기 및 미사일에 대한 규약인 MTCR(Missile Technology Control Regime)가 있어요.
경제 주체로서 방위산업 뉴스를 어떤 방식으로, 무엇에 초점을 맞춰서 바라보면 좋을까요?
경제적으로 볼 때 방위산업 주식은 국내 소식보다 해외 소식, 수출 소식에 주가가 많이 반응하는 것이 보여요. 하지만 실제로 수출만큼 내수가 굉장히 중요한 것이 방위산업이고요. 이 때문에 수출실적은 물론 내수의 국방 사업 입찰 결과에도 주목하셔야 해요.
머니레터 구독자분이라면 알아두어야 할 주요 방산 기업들과 투자 시의 유의사항을 알려주신다면요.
잘 모르는 기업 중에서 대규모 무기체계를 완성하는 ‘체계기업’외에 부품기업들을 주목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적외선 탐지기 관련한 독자적 기술을 보유한 아이쓰리시스템, 기갑장비 유압부품을 만들고 터키에도 수출하는 엠앤씨솔루션, 탱크와 장갑차의 기관포나 변속기를 개발하는 SNT다이내믹스도 내실과 수출이 모두 있는 기업이므로 주목할 만해요.
방위산업은 주식 공시나 공개 정보가 드물죠. 실제 매출 발생 후 한참이 지나서야 공개하거나, 어디에 누구에게 판매했는지 비밀에 부쳐져 확인되지 않은 루머로 수출 소식이 나오기도 해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조심하시고 관련 정보 확인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향후 방산 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흐름이나 아젠다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드론과 인공지능 기술과 연구 동향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셔야 해요. 대한민국의 드론 산업이나 AI 산업은 그 규모가 미약하지만, 방위산업 입장에서는 국산 군용 드론, 군용 AI가 매우 필요한 시점이에요.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이 드론과 AI에 얼마나 주목하고 있는지가 중요할 거예요. 마침, 얼마 전 방위사업청, 대한항공, LIG넥스원이 미국의 드론·AI 군사 스타트업 안두릴과 MOU를 맺은 것이 그 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