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곧 엔비디아로 통한다, 만 31세 기업의 패기가 궁금하시다면

글, 강예지


📌 필진 소개: 어피티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경제전파사 편집장 강예지입니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잘 살지 고민하는 평범한 30대이자 경제기자의 시선으로 어렵고 딱딱한 경제를 쉽고 친절하게, 숨은 행간을 풀이합니다. 호기롭게 사표 던지고 창업했다 실패한 경험을 복기하는 마음으로 잘나가는 글로벌 기업들의 과거와 현재, 가능하면 미래까지 풀어보고자 합니다. 짧은 이야기로나마 소개해 드리는 기업에 친숙해지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요!

시가총액 약 4600조 원, 애플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타이틀을 다투는 회사. 오늘 친해져 볼 기업은 AI 반도체 스타 엔비디아입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막 올린 이래 그 풍요로움을 엔비디아만큼 누린 회사가 있을까요. 광활한 AI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막강한 지위는 논쟁할 여지조차 없습니다. 요즘 시장은 마치 ‘AI = 엔비디아’라는 보이지 않는 공식으로 움직이는 듯하죠. 


엔비디아, 원래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 회사였다


1993년 설립된 엔비디아는 그래픽 카드(GPU, Graphics Processing Unit)를 개발한 회사로 먼저 알려졌어요. 직장 또는 학업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분들이라면 익히 아시겠지만, 하드웨어의 가격은 그래픽 처리 기술이 얼마나 뛰어나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죠. GPU를 처음 개발하고, 창업 6년 뒤인 1999년 이를 컴퓨터 산업에 소개한 회사가 바로 엔비디아예요.

지구 멸망(!)을 걱정했던 세기말 엔비디아는 지포스(GeForce)라는 GPU 브랜드를 출시합니다. 3D 그래픽 품질을 크게 개선해 게이밍 그래픽 카드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어요. 출처: NVIDIA 

게임용 컴퓨터에 쓰는 그래픽 카드 만드는 회사가 어쩌다 21세기 AI 산업을 쥐고 흔드는 존재가 되었냐고요? 2020년대 들어, 엄청난 양의 데이터 처리를 필요로 하는 AI 개발에 탄력이 붙기 시작하며 엔비디아가 개발한 GPU가 주목받게 됐어요. 성능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AI 모델을 개발하고 학습시키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더라는 거죠. 


그래픽 카드가 AI 산업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 


엔비디아의 영향력을 가늠하려면 GPU가 어떤 원리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컴퓨터의 연산은 중앙처리장치(CPU)가 맡는데, 복잡한 그림이나 영상을 처리하는 건 CPU 혼자 하기가 버거워요. 이때 GPU가 CPU를 돕는 거죠. 비유하자면 CPU는 똑똑한 사람 한 명으로, 한 번에 하나의 일을 주면 빠르게 처리하지만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주면 버벅대요. 


반면 GPU는 사람 수천 명을 모아놓은 거라 볼 수 있어요. 마치 공장에서 많은 사람이 동시에 일하는 것처럼 복잡한 일을 훨씬 빨리 끝낼 수 있죠. 이걸 ‘병렬처리(Parallel Processing)’라고 합니다. 


요약하면 한 번에 하나씩 계산하는 CPU와 달리, GPU는 동시에 여러 계산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건데요. 이 병렬처리의 고효율이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빛을 발휘하더라는 겁니다. 게임을 넘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자율주행, 의료 진단, 가상화폐 채굴 등 요즘 핫한 산업은 모두 엔비디아로 통해요. 


결정적으로 엔비디아가 만든 GPU를 발판 삼아 AI와 챗GPT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세간의 어마어마한 주목을 받게 되자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제 엔비디아의 주력 사업은 더 이상 그래픽이 아닌 AI’라고 선언했어요.

‘마이크로소프트 이그나이트(Ignite) 2023’ 무대에 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나델라는 MS가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가장 강력한 AI 슈퍼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했죠. 출처: NVIDIA

엔비디아가 돈 버는 방법? ‘AI 공장’을 만든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요. 한데 이 말이 최근의 IT 산업에도 들어맞는 것 같아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1955년이에요. 이후 AI에 대한 연구와 도전이 계속된 가운데 20세기 말 엔비디아의 GPU가 등장! AI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는 기폭제가 된 거예요.


엔비디아가 어디서 돈을 버는지 보면 현재 세계 IT 산업의 지형이 보여요. 현재 엔비디아 매출의 90% 가까이 차지하며 고성장하는 부문이 데이터센터예요. 방대한 데이터 처리와 복잡한 계산에 필요한 데이터센터에 엔비디아의 GPU와 AI 솔루션을 넣어 파는 거죠. 


최근 나온 3분기 실적을 보면 데이터센터 매출이 1년 전보다 112%(!) 늘었어요. 엔비디아는 거대 언어 모델(LLM)과 생성형 AI 등에서 ‘호퍼(Hopper)’라 이름 지은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 수요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수직 상승하는 데이터센터 매출 그래프!

      챗GPT가 공개된 이후 기업들은 산업을 불문하고 제품·서비스에 생성형 AI를 도입하고 있는데요. 생성형 AI는 데이터를 학습해 독창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요. “거래처 제안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비즈니스 이메일을 써줘” 하면 꽤 괜찮은 텍스트를 뱉어내는 GPT-4가 생성형 AI의 대표적인 예죠. 이걸 빠르게,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엔비디아표 GPU와 솔루션이 필요한 거예요. 


      “데이터센터는 AI 공장이 되고 있다. NVIDIA H100(호퍼 기반 GPU)은 기업들이 AI가 주도하는 비즈니스를 가속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세계 AI 인프라의 엔진이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 


      ‘GPU’ 하나로 AI에 데이터센터, 자율주행까지


      인텔, 애플, 퀄컴 등 사실 GPU 만드는 회사는 여럿 있습니다만, 엔비디아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에요. 그나마 엔비디아에 맞붙을만한 상대로 AMD(Advanced Micro Devices)가 꼽히는데, 특히 지난해 GPU 경쟁이 치열했죠. AMD는 엔비디아보다 더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며 ‘Instinct MI300’ 시리즈를 야심 차게 선보였는데요. 이런 도전장에도 엔비디아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80%로 확고했어요.


      그렇다면 전 세계 수요를 빨아들이는 엔비디아의 강력함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게다가 데이터센터나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신기술이잖아요. 엔비디아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는지 문득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기업들이 엔비디아 GPU를 선호하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쿠다(CUDA) 플랫폼’ 때문이에요. 엔비디아는 GPU가 단순히 그래픽만 처리하는 게 아니라 병렬 연산에 강점이 있음을 깨닫고는 2006년 프로그래머가 GPU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쿠다 플랫폼을 출시해요. 세계 400만 개발자가 사용하는 쿠다는 ‘엔비디아 GPU 생태계’를 견고하게 만드는 구심점이 되었고요. 


      재밌는 점은 초기에는 사람들이 엔비디아 GPU를 딥러닝 모델 훈련에 ‘암암리에’ 사용했다는 거예요. ‘어? 이거 AI 연산에 유용한데?’ 하는 반응이 나오자, 이 기회를 발 빠르게 포착한 엔비디아가 AI에 최적화해 GPU 제품을 재구성하기 시작했고요.

          기막힌 타이밍이 호기심과 리더십을 만날 때 


          엔비디아는 파죽지세로 이 기세를 몰아갔어요. 2012년 딥러닝이 놀라운 성과로 주목받자 데이터센터용 GPU와 AI 훈련 플랫폼 개발에 집중했고요. 자율주행 차량에도 AI와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발견하고는 2015년엔 ‘엔비디아 드라이브(DRIVE)’ 플랫폼을 선보였어요. 테슬라와 벤츠 등 완성차 제조사들과 손잡고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했고요.


          엔비디아는 소형 AI 컴퓨팅 플랫폼인 ‘젯슨(Jetson)’을 개발해 로봇과 사물인터넷(IoT) 디바이스 시장에도 발을 들입니다. 2년 전에는 설계자와 개발자가 가상세계에서 협업하는 옴니버스(Omniverse)라는 플랫폼을 출시해 이목을 끌었죠. 이외에도 엔비디아 관련 보고서를 살펴보면 혁신적인 사업 아이템들이 곳곳에 눈에 띄어요. 


          거침없이 이 모든 사업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바로 젠슨 황이에요. 어떤 이는 하나의 사업에 몰두하기도 바쁜데, 젠슨 황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기민하게 탐구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고 해요. 성공한 제품 중에는 내부 반발에 부딪혀 세상에 못 나올 뻔한 것들도 있다고 하죠. 


          결국 엔비디아가 광범위한 혁신 사업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건 전략적인 방향성 설정과 기회 포착, 실행력까지 모든 박자가 고루 맞아떨어졌던 셈이죠. 그 중심에 젠슨 황이란 인물의 리더십이 있었고요.

          아, 이쯤 되니 ‘회사는 CEO의 그릇만큼 성장한다’는 말은 진리인가 싶습니다. (테슬라 편 참고)  출처: NVIDIA GTC 2024 Keynote 캡처

              엔비디아 불패 신화, 언제까지 계속될까? 


              수많은 글로벌 투자자와 IT업계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이죠. 특히 내년 AI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지켜보는 눈이 많아요. 


              주식시장은 엔비디아의 행보 하나하나를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당장 매출이 폭증했다 하더라도 조금만 기대치에 못 미치면 크게 실망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어요. 마치 100점 만점에 95점 맞는 우등생에게 언제 150점 될 거냐고 묻는 분위기랄까요. 


              현재 시장의 눈은 종전 주력 제품인 호퍼에 이어 AI 반도체 신제품인 ‘블랙웰(Blackwell)’의 성공 여부에 쏠려 있어요. 기존 제품인 호퍼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있을지, 블랙웰은 계획대로 양산될 수 있을지 등이죠. 

              젠슨 황이 ‘다음 성장의 물결’이라고 암시한 엔비디아 블랙웰(NVIDIA Blackwell), 무려 2080억 개의 트랜지스터를 탑재한 AI 칩이라고 해요. 출처: NVIDIA

                  이런 상황에 놓인 가운데 AMD와 구글, 인텔, 퀄컴 등 쟁쟁한 기업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어요. AI 시장이 커지면서 재기 발랄한 스타트업들이 혁신 기술을 선보이며 바짝 뒤쫓고 있고요. 


                  과연 만 31세 엔비디아는 ‘성장 한계에 도달했다’는 세간의 의심을 지우고, AI 왕좌를 지킬 수 있을까요? 엔비디아가 맞이할 2025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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