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상균
요즘 사회에 흐르는 기류, 느끼고 계신가요?
겉으론 평온해 보여도, 마음 한구석이 살짝 불안해지는 그런 느낌.
마치 폭풍 전야처럼요. 밀려올 폭풍의 실체는 다름 아닌 AI입니다. AI는 단지 ‘기술’이 아니에요. 우리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고 있어요.
AI가 보고서도 쓰고, 고객 상담도 하고, 개발 업무까지 도와줘요.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죠. “AI가 내 일을 대신 해주고, 업무 시간을 줄여주니까 꿀이다!” 그런데 AI가 내 일, 내 시간을 줄여주는 것을 넘어 내 일자리, 아니 ‘나’를 통째로 대체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닥터 후아’라는 AI가 진료하는 병원이 등장하기도 했어요. 물론, 아직은 인간 의사가 옵서버(관찰자) 형태로 상근하고 있지만요.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맞이한 ‘AI 쇼크’는 사실 예고편에 불과해요.
진짜 본편은 따로 있어요.
그건 바로 AI가 몸을 갖게 되는 순간, 즉 휴머노이드가 우리 곁에 나타나면서 시작돼요.
몸이 없어서 괜찮다는 건 이제 옛말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AI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왔어요.
“AI가 똑똑하긴 해도, 몸이 없잖아.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건 사람이야.”
이 말, 참 위로가 됐죠.
AI가 코딩은 잘해도 배달은 못 하고, 수술 계획은 짜도 직접 칼을 잡지는 못하니까요.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균형이 무너지고 있어요.
휴머노이드가 현실 세계에서 인간처럼 움직이고, 말하고, 반응하고 있어요.
여기에 생성형 AI를 결합하면 어떻게 될까요?
몸과 두뇌를 동시에 갖춘 존재, 즉 지능형 노동자가 등장하는 거죠.
AI는 더 이상 화면 속 조수나 키오스크가 아니에요. 눈을 마주치고, 손을 내밀고, 우리 곁에서 실제로 행동하는 존재로 변해가고 있어요.
휴머노이드가 일하는 시대, 인간은 어디로 갈까?
이쯤 되면 진짜 묻게 돼요.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을까?” 일단 공장은 이미 상당 부분이 자동화 돼 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그 기계를 돌리는 사람, 즉 중간자의 역할은 여전히 필요했어요.
그러나 휴머노이드는 기계를 관리하던 사람조차 필요 없게 만들어요.
서비스업도 마찬가지예요.
백화점 안내, 호텔 체크인, 병원 접수, 요양센터 돌봄 등
사람이 해야 할 것 같지만, 감정을 흉내 내는 AI와 휴머노이드는 이미 이 일을 거의 인간처럼 해내요.
심지어 감정 소모도 없기 때문에, 더 오래, 더 친절하게 일할 수 있어요. 간병 휴머노이드가 환자 옆에서 24시간 머물면서, 지치지도 짜증 내지도 않고 일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현장에서 일을 빨리, 정확하게, 쉬지 않고 처리하는 하는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된다면 기업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노동자가 없는 기업, 그럼 세금은 누가 낼까?
휴머노이드 도입, 기업 입장에선 당연히 이득이에요.
한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데 드는 연봉, 교육비, 복리후생, 감정 관리 등, 모든 게 필요 없어져요.
대신 초기 투자만 하면, 또는 월별 렌탈 비용을 내면 24시간 근무가 가능한 ‘슈퍼 직원’이 생기는 거죠.
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 나라의 세금 기반도 무너져요.
개인이 돈을 벌지 못하면 소득세를 낼 수 없고, 소비도 줄어들고, 사회복지 재정도 불안해지죠.
2017년, 빌 게이츠는 이런 말을 했어요.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면, 그 로봇에게 세금을 물려야 한다.”
처음엔 너무도 뜬금없고 급진적인 이야기처럼 들렸지만,
이젠 정말 필요한 논의가 되었어요.
로봇세, 혹은 휴머노이드세.
이게 현실화하지 않으면, 우리는 곧 ‘실업 대란 + 세수 부족’이라는 이중 쇼크를 맞게 돼요.
기계가 대부분의 일을 하고, 사람은 점점 소외되는 사회.
이게 미래라고 생각하면, 참 슬프죠.
인간은 노동자로만 존재해온 걸까?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이 있어요.
인간의 의미가 정말, 일을 하므로 존재하는 것일까요?
역사적으로 보면 인간은 일을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예술을 만들었고, 놀이를 했고, 서로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면서 문명을 쌓아왔어요.
노동은 삶의 중요한 일부지만, 인간의 전부는 아니었어요.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단순한 재교육이나 신기술 배우기가 아니에요.
정말 중요한 건 “나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관한 각자의 답, 우리 사회의 답이에요.
기계가 못하는 영역, 인간이 해야만 하는 영역,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
그걸 스스로 찾지 않으면, 기술이 아닌 존재의 위기에 빠지게 돼요. 너무 철학적 고민으로 읽히나요? 어찌 보면, 역설적이지만 기술은 우리에게 사색할 기회를 주고 있어요.
희망이 없는 걸까요?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이 진짜 인간다운 삶을 고민할 기회예요. 물론, 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겠지만요.
기계는 빠르고 똑똑하고 정확하지만, 어떤 행동이 옳은가를 고민하지 않아요.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정의 모순에 괴로워하고, 누군가의 손을 잡으며 위로받는 건 인간의 영역이에요. 오직 인간만이 삶의 의미를 정의하고, 나아갈 수 있어요.
앞으로 교육의 목적을 바꿔야 하고, 일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하며, 사회 시스템도 재설계해야 해요. 그리고 이런 일은 AI, 휴머노이드가 아닌 우리가 해야죠. AI와 로봇이 우리를 대체하는 미래가 무서울 수 있지만,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그건 위기가 아니라 성장의 기회일지도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