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K-푸드 주가는 그대로인 이유 지금처럼 한국이, ‘K’로 시작되는 것들이 이토록 주목받았던 적이 있나 싶습니다. 그중에서도 먹는 걸 빼놓을 수 없죠. 유튜브에는 우리 음식을 먹고 감명받은 지구촌 사람들의 간증(!)이 수두룩합니다. 주식에 관심 많은 투자자라면 이런 생각이 떠오를 거예요.
‘K-푸드 기업에 투자하면 돈 벌지 않을까?’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반도체와 방산, 조선, 뷰티 종목이 재평가받았습니다. 그런데, 식품만 유독 그 흐름에서 빠져 있어요. ‘K-푸드, 수출 역대 최대’라는 헤드라인이 뉴스를 장식하는 것과 달리 주가는 뜨뜻미지근하기만 해요.
코스피가 사상 처음 9,100을 넘으며 폭등한 올해 상반기는 더 극명한 대비를 이뤘어요. 연초부터 코스피가 종가 기준 최고치를 찍은 6월 22일까지, 코스피가 약 116% 오르는 동안 코스피 음식료·담배 지수는 0.6% 올랐어요. 왜 그런 걸까요.
식품주는 원래 ‘경기 방어주’ 경기가 좋으나 나쁘나 사람은 밥을 먹어야 해요. 필수소비재인 생필품이나 식품을 파는 회사들이 경기를 크게 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죠. 대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지도 않아요. 투자자는 식품주를 하락장에서 덜 빠지는 방어주로 생각하고 매수하죠.
코스피가 6월 22일에서 7월 29일까지 한 달 새 9100에서 5,600선으로 37% 빠질 때 음식료·담배는 오히려 2.68% 올랐어요. 비록 반도체 등 주도주들이 상승세를 탔을 때 소외되었지만, 시장이 흔들릴 때 방어주의 역할을 톡톡히 했을 법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오해를 풀어야 하는데, 주가와 무관하게 식품기업은 당연히 돈을 벌고 있다는 점이에요. 증권가에서는 올해 식품업종 합산 영업이익이 10% 남짓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요. 하지만 비교 대상인 반도체 업종의 성장세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식품업종의 실적을 보여주는 숫자들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입니다.
또 한 가지 짚을 점은 식품주 안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났다는 거예요. 해외에서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의 주가 상승세는 두드러졌고, 내수 비중이 큰 기업은 단가 인상과 원재료 부담에 주가가 눌렸어요. 해외 매출이 84%에 육박하는 삼양식품과 오리온(70%), 농심(40%)은 식품주 안에서도 수출주로 구분되는 반면 해외 비중이 10% 안팎인 빙그레와 오뚜기는 내수주로 분류되고는 해요.
삼양식품이 보여준 ‘속도의 덫’ 식품주에서 삼양식품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죠. 불닭볶음면 하나로 3년 만에 시가총액이 9000억 원에서 9조 원대로 10배가 됐거든요. 불닭볶음면, 도대체 얼마나 팔렸길래 라면업계 ‘만년 3위’가 농심을 넘고, 식품 대장주 CJ제일제당까지 제치며 ‘황제주’로 칭송받게 된 걸까요?
5월 말 불닭시리즈의 누적 판매량은 100억 개를 넘었습니다. 100여 개 나라로 팔리며 누적 매출 7조 원 이상을 벌어다 준 효자 제품이에요. 삼양식품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수출되는 라면 10개 중 6개 이상이 불닭이고, 1년에 20억 개, 1초에 63개꼴로 팔린다고 해요. 맥도날드에서 빅맥이 1개 팔릴 때 불닭은 2개 넘게 팔린다는 추산이 나오더군요. 실로 대단합니다.
이쯤 되니 삼양식품은 방어주가 아니라 ‘성장주’ 대접을 받아도 충분해 보여요. 성장주에는 ‘앞으로도 지금 또는 지금보다 빨리 클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는데요. 최근 AI와 반도체 종목들이 보여주듯 이익이 늘어도 성장이 조금이라도 느려질 기미가 보이면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해요.
삼양식품도 다르지 않아요. 삼양식품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꾸준히 힘을 받지 못하는 모습인데, 라면 수출 증가율이 둔화한 영향이 커요. 증권가에서는 삼양식품의 이익 증가 속도가 성장주 프리미엄을 유지하기에 적정할지 주시하고 있어요. 삼양식품의 주당 순이익(EPS) 증가율은 2024년 115%에서 올해는 40%, 내년에는 20%로 내려올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점 또한 주가를 누르는 요인으로 꼽혀요.
요약하자면 시장은 삼양식품이 ‘계속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가’를 본다는 의미예요. 삼양식품 사례는 덩치가 커질수록 시장의 기대에 걸맞은 성장 속도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줍니다.
해외에서 잘 팔수록 환율에 흔들린다 우리 기업이 달러로 번 돈은 원화로 환산해 장부에 올라가는데요.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양을 팔아도 원화 매출이 줄게 돼요. 때문에 환율이 급락하면 수출형 식품 기업들의 매출이 하락할 거라는 우려에 보통 관련 주식에 대한 매도세가 짙어져요. 결과적으로 해외에서 잘 팔리는 K-푸드는 수출주가 된 뒤 환율이라는 새 변수를 갖게 된 셈이에요.
삼양식품과 함께 초코파이를 비롯한 스낵으로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에서 입지를 다진 오리온이 대표적이에요. 원-달러 환율이 7월 1,550원대에서 불과 두 달 사이 1,300원대로 가파르게 떨어졌고, 삼양식품과 오리온 주가는 9월 중순 현재 최근 고점보다 20% 이상 조정을 받았어요. 반면 원재료 수입 부담이 큰 중소형 내수주의 경우, 환율이 내릴 때 오히려 유리한 면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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