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 해도 미래는 재생에너지

글, 서영민 



“결국 태양광이 100%가 될거야.”


일론 머스크의 생각입니다. 아래 머스크의 포스팅과 그가 인용한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의 그래프를 보시죠. 인류 역사상 태양광이 가장 빨리 2,000TWh에 도달한 에너지원이에요. 불과 11년 만에 발전량이 1,000TWh가 됐어요. 같은 지점에 도달하는데 풍력은 15년, 원자력은 20년 걸렸네요. 가스나 석탄은 대략 40년쯤 걸렸어요. 에너지별 확산 속도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그래픽1. 머스크 엑스 포스팅>

여기서 주목할 것은 기울기예요. 태양광과 풍력은 점점 더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요. AI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 그래프와 비교하면 그 의미가 더 와닿으실 거예요.

아래 두 그래프를 한번 보시죠. 왼쪽은 빅테크들이 매출 1000억 달러 달성까지 걸린 시간을 비교한 그래프예요. 가장 빠른 성장을 보여주는 회사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죠. 가파른 기울기가 엄청난 속도의 성장세를 보여줍니다. 이 그래프에선 엔비디아도 주목할만해요. 최근 3년 그래프 기울기는 OpenAI와 비슷하죠.

이번엔 인터넷과 챗GPT를 비교한 거예요. 인터넷은 이용자의 90% 수준에 도달하는 데 23년이 걸렸어요. 오픈AI는 단 3년 걸렸고요. 
<그래픽2. 오픈 AI의 매출, epoch ai>
<그래픽3. LLM의 성장 속도, BOND>

그래프의 가파른 기울기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미래’입니다. 미래를 선도하는 기술과 기업일수록 성장세가 가파를 수밖에 없죠. 분야는 다르지만, IT 산업에서 AI가 미래를 주도하듯, 태양광이 에너지 산업을 주도하리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요.  

더 저렴할수록, 더 빠르게 확산돼요 
자, 그럼 이 기술과 기업들이 미래를 열어 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그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는 말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가장 빼어난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말로는 조금 부족합니다. 뛰어나다고 시장에서 항상 살아남는 건 아니거든요. 혁신적인 것은 기본이고, 여기 더해 가격이 지속적으로 저렴해져야 해요. 그래야 빠르게 확산할 수 있고, 그래야만 미래가 됩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죠. 

<그래픽4. 떨어지는 추론(Inference) 비용, epoch ai>


AI 추론에 드는 비용 변화를 보여주는 그래프인데요, 기울기 방향이 우하향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싸져요. 스탠퍼드 대학교의 이 AI 지수 보고서를 살펴보면, 학습(Training)에 드는 비용은 여전히 막대하지만, 이미 학습된 모델에 질문하고 답을 얻는 추론(Inference) 비용은 지난 2년 사이 급감했어요. 동일 성능 수준 추론 비용이 ‘일반적 언어 과제’에서는 280배 감소했고, ‘박사급 난이도 과학문제’에선 40배, 또 최대 900배까지 절감됐죠.


더 저렴해지기 때문에 더 급속히 확산하고 미래가 되는 거예요. 이것을 ‘기술의 학습곡선(Learning Curve) 효과’라고 부릅니다. 이 측면에서 재생에너지를 살피죠.

재생에너지가 에너지의 미래인 이유는요  

<그래픽5. 떨어지는 태양광 패널 단가, EMBER>


태양광 발전이 에너지의 미래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비슷해요. 태양광 패널의 가격은 1976년 이후 99.6% 하락했어요. 설치 용량이 두 배 늘 때 가격은 20% 떨어졌죠. 더 많이 생산할수록 더 싸지는 상황이에요. 명백하게 규모의 경제, 그리고 ‘기술의 학습곡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죠.


반면 화석 연료는 달라요. 시추량에 따른 석유 가격은 오히려 살짝 올랐어요. 가스 역시 시추 난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이 생산한다고 해서 더 저렴해지지 않죠. 이러면 미래는 더 분명해져요. 더 싸지는 쪽이 미래가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태양광은 사기야‘라며 태양광과 풍력을 박해(?)하는 중인데요. 미국의 최근 신규 발전원 비율을 살펴볼까요? 트럼프가 아무리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해도 지난 25년간 미국의 신규 대형 발전소 비중은 돌이킬 수 없어요. 2000년 신규 발전소 95%가 천연가스 발전소였다면, 2025년은 90%가 태양광, ESS, 풍력 발전소예요.

<그래픽6. 미국도 거부 못하는 중력, eia>


나라마다 이 속도가 다를 수는 있어요. 땅이 부족한 나라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죠. 우리나라가 신재생에서 좀 느릴 수밖에 없는 것도 국토 면적과 무관하지 않아요.


다만 강조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장기적으로 더 저렴한 발전원이 더 빠르게 확산하는 흐름은 되돌릴 수 없어요. 과학적 결론이고, 세계 에너지 산업을 주도하는 변화예요. 그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는 순간, 그 기업과 나라는 경쟁의 무대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요. 


재생에너지의 한계, 그리고 에너지 저장장치 

재생에너지가 미래입니다. 그러나 이 재생에너지는 공장에서 화석연료에 불을 내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던 시대의 전원과는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래서 걱정을 자아내죠. 가장 큰 걱정은 바로 이 질문입니다. ‘흐리고 바람도 없는 날엔 어떻게 하죠?’


태양빛과 바람이 비교적 반비례하는 관계에 있으니 어느 정도 보충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어요. 화석연료는 필요한 만큼 주입해서 태우면 되는데 재생에너지는 전혀 달라요. 공급이 자연조건에 따라 제약되는 ‘간헐성(Inttermitence)의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머스크가 ESS를 말한 거예요. 지난 시간에 머스크가 언급한 미래 에너지원 구성요소 세 가지를 말씀드렸죠 태양광 풍력, 에너지 저장장치, 전기차. 이 세 가지가 필요한 이유도 바로 ‘간헐성’ 때문이에요. 


에너지는 ‘상하기 쉬운 생선’입니다. 생산하면 바로 써야 해요. 안 쓰면 사라집니다. 그러니 태양광과 바람에 의지하려면 백업플랜(컨틴전시 플랜)이 있어야 해요. 바람 많을 때, 햇빛이 많을 때 생산한 에너지를 좀 저장해 쓰자는 거예요. 그것이 바로 ‘에너지 저장장치(ESS : Energy Storage System)’예요.


전통적 ESS는 양수발전이에요. 전기가 남으면 산 아래 저수지에 있던 물을 산 정상으로 끌어올려요. 전기 부족할 때 이 물을 아래로 내려서 전기를 생산하죠. 우리나라도 이 양수 발전소를 곳곳에 짓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적당한 산과 물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결국은 배터리가 필요해요. 이차전지 배터리죠. 전기가 남을 때 스마트폰 충전하듯 이 배터리를 충전하고, 필요할 때 빼 쓰는 용도예요.


그래서 머스크는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가 팩토리’를 짓는 겁니다. 지금은 단가가 조금 비쌉니다만, 이 역시 점점 싸지고 있어요. 


문제는 또 있어요. 화재 위험이죠. 전문가들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를 발전시켜서 잘 관리할 수 있다지만, 여전히 위험성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는 어려워요. 과제가 많네요. 


그래서 포기하자고요? 안되죠. 미래라니까요! 중요한 건 다시 ‘과학’이에요. 더 안전한, 더 싼 배터리를 만드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중국에서 소금으로 만든 배터리를 만든다는 얘기가 들리죠. 소듐배터리라고 부르는데요, 만약 소금(바닷물)이 주 재료가 된다면, 장기적으로 매우 안정적이고, 매우 싼 배터리 생산이 가능할 수 있어요.


꼭 배터리일 필요도 없어요. 폐광이나 동굴을 이용하려고도 합니다. 그 빈 공간에 공기를 압축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풍력ESS로 쓰는 거죠. 중국은 장쑤성 같은 곳에서 밀폐성이 좋은 소금동굴을 이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태양열을 반사판으로 모아 소금을 녹이는 방식도 있습니다. 녹은 소금(용융염)이 열을 머금고 있다가 필요할 때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해줘요.


핵심은 과학의 힘으로 도전하는 자세입니다. 그러면 반드시 길이 생길 거예요. 그게 인류 진보의 역사입니다.


수많은 질문이 쏟아질 수 있죠. 지금 해상 풍력은 너무 비싸지 않나요? 트럼프 이후로는 다시 화석연료 아닌가요? 땅이 좁은데 태양광엔 한계가 있지 않나요? 주민 반대는 어떻게 할 거죠? 중국산이 다 점령하는 것 아닌가요? 다른 나라들이 다 한 뒤에 따라가면 안 되나요?


이 질문들 가운데 일부를 앞으로의 연재에서 다뤄보려고 해요. 그런데,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이 있어요. 바로, ‘전력망’입니다. 다음 시간에 알아볼게요.


💌<재생에너지 보고서>는 수요일에 연재됩니다.

📌 필진 소개: 셋째 아이 육아를 위해 잠시 휴직 중인 KBS 기자 서영민입니다. 기재부, 금융위, 한국은행 등을 출입했고 산업부 팀장을 지내고, 최근까지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산업과 사람, 그 사이의 흐름을 기록했어요. 보고 듣고 읽어 알게 된 세상 풍경을 정리해 글로 전하는 일을 즐긴답니다.《거대한 충격 이후의 세계(2023)》와 《삼성전자 시그널(2025)》을 썼습니다. 다큐 ‘전환과 성장 : 수도권 에너지독식체제의 위기’로 제1회 기후·에너지·환경 보도상을 수상했어요. 성장의 한계, 불균형, 인구소멸, 기후위기 같은 지속 불가능성에 답을 찾고 싶습니다. 저는 그 길의 이름을 ‘지속가능성’이라 부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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