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 없는 관계는 언제든 무너진다 대부분의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쪽으로 에너지가 쏠리죠. 그러다 보면 연인과의 관계도 변하기 마련이에요. 연애 첫 2주 차에는 폭발적으로 만나고, 메시지를 수십 개씩 주고받지만 시간이 지나면 빈도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어요.
문제는 여기서 시작돼요. 서로의 일정이 달라지고, 연락 패턴이 달라지고, 만남이 줄어들면 갈등이 생기고 그러다 결국 헤어지는 수순으로 넘어가죠.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믿음이 없기’ 때문이에요. 믿음이 있으면 가끔 관계가 소원한 기간이 찾아와도 “저 사람이 오늘따라 연락이 뜸하고, 이번 주말에 못 만나는 건 나를 덜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냥 바빠서일 뿐이다.” 하고 생각할 수 있어요. 반대 상황에서는 상대방도 그렇게 이해해줄 거라 여기고요. 그러나 기본적인 믿음이 없는 관계는 긴 시간 지속되기 어려워요.
투자도 마찬가지예요. 기본적인 믿음을 가질 수 없는 투자는 지속할 수 없어요. 믿음을 갖기 힘든 투자는 마치 연애하다 헤어지듯 중간에 끊을 수밖에 없죠. 그럼 믿음을 가질 수 없는 투자는 무엇일까요? 내 머리로는, 내 마음으로는 이해가 안 되었는데 남들이 하니까, 하라니까 하는 투자예요.
원리금 보장형 vs. 실적배당형 IRP를 포함한 국내 퇴직연금에서 할 수 있는 투자는 크게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으로 나뉘어요. 퇴직연금에 들어있는 돈의 85% 이상이 원리금보장형에 있다고 하죠. 원리금보장형은 대부분 예·적금 형태고, 수익률은 인플레이션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에요. 이름은 ‘원리금보장형’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실질가치는 줄어드는 셈이죠.
온갖 미디어와 SNS에서는 모두 지금 당장 투자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해요. 퇴직연금에서는 반드시 실적배당형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외치죠. 그런데 실적배당형은 ‘투자’이기 때문에, 아무리 낮은 위험을 가진 상품이라도 손실이 날 확률이 있어요. 퇴직연금은 돈을 잃지 않고 안전하게 가고 싶은데, 그래도 하라니까 실적배당형 상품을 선택해야만 하는 걸까요?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겨요. 기본적인 투자에 대한 믿음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하는 투자는 중간에 손실이 조금만 생겨도 너무 무서워서 중간에 포기하게 돼요. 그리고 돈을 잃게 되면 투자에 대한 나쁜 기억만을 남긴 채 다시 원리금보장형으로 돌아가게 돼요.
투자할 때 믿음을 쌓기 위한 방법론 그럼 어떻게 믿음을 쌓아야 할까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어요. 다음의 스텝을 순서대로 밟는 거예요.
첫째, 2025년 말 현재 우리나라 예·적금 금리는 약 2.5%예요. 원리금보장형 안에서도 예·적금보다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찾아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지금 원리금이 보장되는 국공채는 3%까지 가능해요. 이렇게 단 1% 올린 수익률 차이는 10년, 20년이 지나면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요.
둘째, 첫 번째 단계를 하면서 동시에 어피티를 통해 금융에 꾸준히 관심을 두고 매일 차근차근 공부해요.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100% 원리금보장형으로 되어 있는 IRP 자산 중 10%를 TDF에 넣어보며, 은퇴상품과 자산배분의 개념을 이해하면 좋아요.
TDF는 ‘타깃데이트펀드’라고 불리며, 세계 모든 연금 선진국에서 IRP와 같은 퇴직연금 계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상품이에요. 나이가 들수록 주식 배분을 줄이면서 자산배분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구조예요. 한국에는 넓게 보면 1,500개가 넘는 타깃데이트펀드가 있어요. 무엇을 골라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면 글라이드의 ‘TDF 픽커’를 사용하면 돼요.
셋째, 이렇게 해서 투자에 조금 편안해지고 나면 이제 ETF를 시작할 차례예요. ETF를 할 때는 우선 아주 기본적인 접근을 해야 해요. 예를 들면, 주식과 채권을 대표하는 ETF 두 개를 사는 거예요.
만약 앞선 두 스텝을 통해 스스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판단된다면 주식 관련 ETF 하나만으로 시작해도 좋아요. 단, 이때는 코스피나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로 시작하고, 처음부터 특정 산업 테마형 ETF부터 시작하지 않는 걸 추천해요.
차근차근 시작해 투자에 익숙해지고 자신감이 생기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믿는 테마에 10% 비중으로 투자를 시작해 천천히 늘려가며 시도해보는 것은 괜찮아요.
그런데 장기적으로 큰 수익을 낼 테마를 찾는 법은 어떻게 하냐고요? 그래서 매일매일 경제 뉴스를 읽는 게 중요해요. 나의 판단으로 좋은 기업을 골라낼 수 있어야 하니까요.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해서 따라 샀다가 손해를 보면 투자에 대한 믿음을 잃을 수 있어요. 트렌드를 꾸준히 관찰하고 미래를 선도할 기업이 어디인지, 그 기업을 많이 담고 있는 ETF가 무엇인지 찾아보면 돼요.
꾸준하고 단계적인 노력은 결국 투자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을 쌓게 해줄 거예요. 그리고 이 믿음은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가 흔들릴 때마다 다시 중심을 잡아주는 힘이 되고, 장기간을 버틸 수 있는 진짜 체력을 만들어 줄 겁니다.
💌 지금까지 <IRP 사용설명서>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연재는 어피티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