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도 떨고 있니? 공포탐욕지수

the 독자: 🥶어떡하죠? 주식 창이 온통 파란불이에요. 지금 모두 팔아야 할까요? 

어피티: 공포탐욕지수를 한번 볼게요. 흠, 11이군요. 극단적인 공포 상태네요. 

the 독자: 그게 뭐예요? 저는 지금 공포에 질려있긴 한데요. 

어피티: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가 어떤지 보여주는 지수인데요. 지금 같은 극단적 공포(Extreme fear) 상태는 모두가 겁을 먹고 있다는 뜻이에요.


공포 영화는 우리들이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것을 다뤄요. 그 대상은 유령이 될 수도, 목숨을 위협하는 살인자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나 외계인의 침공이 되기도 하죠. 공포 영화 속의 인물들은 두려움에 잠식된 나머지 이성을 잃고 합리적이지 못한 선택을 하기도 해요. 그리고 그 선택은 끔찍한 결과를 불러오곤 하죠.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투자하면서 종종 공포를 느껴요. 내가 보유한 주식들이 무더기로 하락하는 상황이 대표적이에요. 이렇게 주식이 급락하면 당장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하락할 것 같은 두려움에 얼른 팔고만 싶죠. 결국 손실을 보고 매도하는 결정을 내리고 나중에 시장이 회복됐을 때 후회하는 일도 벌어져요.


그 반대도 있어요. 주식이 오를 때는 나 혼자 뒤처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껴요. ‘탐욕’이 이성을 잠식하면 계획되지 않은 높은 가격에 매수 버튼을 눌러버리죠.

이런 두려움을 나타내는 지수가 있어요. 바로 CNN에서 개발한 ‘공포탐욕지수(Fear & Greed Index)’예요.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심리를 여러 가지 객관적인 근거 자료를 바탕으로 수치화한 거예요. 우리는 이 지수를 통해 현재 시장의 심리와 감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공포탐욕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인 공포를,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인 탐욕을 나타내요. 즉, 공포 지수가 높은 경우 시장이 저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탐욕 지수가 높은 경우 시장이 고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출처: CNN Fear & Greed Index, 25년 11월 19일 기준(한국 시간) 


공포탐욕지수 활용법
워렌 버핏의 투자 격언 중에 ‘공포에 사서 탐욕(환희)에 팔아라(Be fearful when others are greedy, and greedy when others are fearful)’라는 말이 있어요. 장기투자 관점에서 주식이 가격이 떨어졌을 때 매수하면 수익을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에요. 즉, 남들과 반대로 가는 ‘역발상 매매’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죠.

그런데 이를 실현하는 건 생각하는 것만큼 쉽지 않아요. 그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공포탐욕지수예요. 이 지수가 극단적인 공포 시그널을 주면 매수를 시작하고, 그 반대의 탐욕 시그널일 때 과열된 종목에 대해 수익 실현을 하는 신호로 삼는 거예요. 

극단적 공포 시그널(0~25)
시장 전체가 공포에 휩싸여 가격이 비이성적으로 떨어질 때를 의미해요. 영원히 주가가 하락할 것 같지만, 작은 신호에도 튀어 오를 가능성이 있어요. 장기적으로 보면 좋은 기업을 저렴하게 살 기회가 되기도 해요.

극단적 탐욕 시그널(75~100)
시장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모든 뉴스가 긍정적이며, 가격이 빠르게 오를 때 나타나요. 이런 구간에서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커서,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 유효해요. 

지난 5년간 공포탐욕지수, S&P500 지수 흐름 비교


그러나 이 신호가 항상 ‘정답’인 건 아니에요. 방향을 알려주는 참고에 가깝죠. 극단적 탐욕 구간에서 주가가 계속 오르기도 하고, 공포 구간에서 바닥이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기도 해요.

그럼에도, 공포탐욕지수가 최저치(10 이하)를 찍었을 때, 매수를 한다면 6개월~1년 뒤에는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요. 주가의 바닥을 가늠하기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무릎’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알려주죠. 공포지수는 시장에 뒤처질까 봐, 혹은 손해를 볼까 봐 두려운 순간에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공포탐욕지수를 구성하는 요소들
공포와 탐욕 지수는 주식 시장 움직임을 측정하는 7가지 지표를 바탕으로 해요. 시장 모멘텀, 주가 강도, 주가 폭, 풋옵션 및 콜옵션 비율,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 시장 변동성, 그리고 안전자산 선호가 그 항목이죠.

공포탐욕지수는 현재 시장 감정을 하나의 숫자로 보여줘요. 그렇기에 그 근거가 되는 구성 요소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투자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가 모멘텀(Stock Price Momentum)
S&P500이 장기 이동평균(보통 125일) 대비 얼마나 위·아래에 있는지를 보여줘요. 가격이 평균보다 훨씬 위에 있으면 시장이 과열돼 있을 가능성이 크고, 평균보다 낮으면 투자 심리가 약해졌다는 뜻이에요.

주가 강도(Stock Price Strength)
상승한 종목 수와 하락한 종목 수를 비교해, 시장 전체가 얼마나 고르게 상승·하락하는지를 보여줘요. 상승 종목이 압도적으로 많으면 ‘위험자산 선호(탐욕)’가 강한 장세, 하락 종목이 많으면 ‘위험 회피(공포)’가 커진 거예요.

주가 폭(Stock Price Breadth)
자금이 실제로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파악하는 지표예요. 많은 종목에서 꾸준한 매수세가 나오면 시장 전체의 체력이 좋다는 의미지만, 소수 종목만 버티고 다수 종목이 약할 경우, 시장이 불안정하다는 신호예요.


풋·콜 비율(Put/Call Ratio)
풋옵션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사고, 콜옵션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삽니다. 풋·콜 비율이 높아지면 투자자가 위험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커졌다는 뜻이고, 낮아지면 낙관적 기대가 크다는 의미예요. 옵션 시장은 단기 심리에 민감해 투자자 심리 변화를 빠르게 반영해요.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Junk Bond Demand)
신용등급이 낮지만 금리가 높아 리스크가 큰 하이일드 채권은 시장이 낙관적일 때 인기가 많아요. 하이일드 채권금리와 국채금리의 스프레드가 줄어들면 그만큼 하이일드 채권에 대한 선호가 강해졌다는 뜻이고, 커지면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국채를 선호해 위험을 피하고 있다는 의미예요.

시장 변동성(VIX)
VIX는 ‘공포지수’라고 불릴 만큼, 시장이 불안할 때 급등하는 대표적인 지표예요. 미국 시카고 옵션 거래소(CBOE)에서 발표하는데, S&P500 지수 옵션의 향후 30일간 기대 변동성을 의미해요. VIX가 상승하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의미예요.

안전자산 수요(Safe Haven Demand)
지난 20거래일 동안 국채 수익률과 주식 등 위험자산의 수익률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예요. 불안해질수록 자금은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려요. 반대로 위험자산 수요가 늘면 투자자들이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예요. 

Gemini로 도표화


참고하면 좋을 다른 지표들: 버핏지수와 실러 PER

공포탐욕지수 외에도 참고하면 좋을 지표는 다음과 같아요.


버핏지수(Buffett Indicator) 

전설적인 투자자인 벤자민 그레이엄과 워런 버핏이 장기 시장 과열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한다고 알려진 지표예요. 전체 미국 주식 시장의 시가총액을 미국 GDP로 나눈 값을 의미해요. 100%를 넘으면 경제의 생산성 대비 비싸다는 신호이고, 80% 이하이면 상대적으로 주가가 저렴하다고 해석해요. 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요.

출처: GuruFocus 


현재(25년 11월 20일 기준) 기준으로는 버핏지수가 200%가 넘는 상당히 높은 구간에 진입한 상태예요. 이렇게 상승하면, 장기 기대수익률은 역사적인 평균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의견도 있어요. 


물론, 주식이 지금 당장 하락한다고 볼 수는 없어요. 유동성, 금리, 생산성 향상 등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지수가 과거보다 높은 수준에서 새로운 ‘평형’을 형성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고요. 


이 지표 하나만으로 매수·매도 타이밍을 단정하기보다는, 신규 매수를 늘리는 시점인지,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하는 시점인지 판단하는 데에 활용하는 게 좋아요. 


실러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 실러 PER)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가 제안한 지표로, 현재 S&P500 지수를 이 10년 평균 실질 EPS(인플레이션 조정 순이익)로 나눈 값이에요. 시장의 장기 수익률 기대치를 가늠할 때 널리 활용되고 있죠. CAPE가 S&P500 지수의 장기 수익률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이 지수로 현재 시장이 역사적으로 비싼 구간인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싼 구간인지 판단할 수 있어요.


다만, CAPE는 단기(1~3년) 주가를 맞추는 도구는 아니에요. 1년 수익률에 대한 CAPE의 예측력은 사실상 0에 가깝고, 5년이나 10년 구간에서만 어느 정도 예측력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현재(25년 11월 20일 기준) S&P500 CAPE는 약 39배 수준으로,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매우 비싼 구간’에 진입했어요.


공포와 탐욕 사이에서 균형 잡기

시장의 바닥과 고점을 예측하는 건 쉽지 않아요. 미래에 다녀오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고요. 주식이 너무 오르면 상승장에 동참하지 못해 두려워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와 증시가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판단해 주식 시장을 떠나는 포포(FOPO·Fear Of Peak Out)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죠. 주가 하락이 계속되면 더 떨어질까봐 진입을 주저하거나 다 팔고 도망가는 ‘패닉셀’을 하기도 해요. 


투자자로서 우리는 매번 끊임없이 의심하고, 흔들려요. 힘들게 내린 결정들이 합리적이지 않을 때도 있고요. 불확실성 속에서 최선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아요. 


그렇기에 투자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커다란 이익을 가져다주는 리스크’를 받아들이면서, ‘파멸로 이어지는 리스크는 철저하게 피하고’ 살아남는 거예요.(⟪스킨 인 더 게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공포영화에서 최후의 승자가 끝까지 죽지 않고 살아남는 사람이듯 말이죠. 공포탐욕지수가 정확한 정답을 알려주지는 못하겠지만, 투자자로서 생존력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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