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블룸버그
IMF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렇게 경고하기도 했어요. “AI를 둘러싼 투자 열풍은 위험할 정도로 1990년대 닷컴 버블을 닮았다. 높은 수익 기대치가 궁극적으로 충족되지 못하면 심각한 시장 조정이 올 것이다. 당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수요가 증가하면 결국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것이다. 그럴 경우, 중앙은행은 긴축 정책을 펴게 된다. 이는 시장 전체의 총자산 감소로 이어져 소비를 위축시키고, 금융 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확산할 수 있다.”
지금까지 AI 버블을 둘러싼 관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말도 맞는 것 같다고요? 더 헷갈린다고요? 맞아요. 결론은 아직 알 수 없어요. 어떤 가능성을 더 믿을지는 각자의 선택이겠죠.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있어요.
아무리 AI 기업들이 성장하고, 투자가 늘고, 증시가 오른다고 하더라도 실물 경제가 무너진다면 결국 주식 시장도 같이 무너져 내립니다. 실업률이 급증하고 세상에 발을 딛고 있는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수익성은 하락하고, 투자도 멈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최근 ‘AI 대부’이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제프리 힌턴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AI가 대량 실업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어요. “AI 혁명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지 않고서는 경제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기술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인간의 노동을 반드시 더 저렴한 것(AI)으로 대체해야 한다.”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 시작에 대해 불과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마존부터 타겟, UPS, IBM 등 대기업들은 대규모 해고를 연이어 발표했고, 올해만 미국 대기업에서 6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줄었어요. 물론, 이 해고는 모두 AI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고, (AI 분야 외에서) 다가올 경제 둔화에 대한 방어용 조치라는 의견도 있어요. 하지만, 이런 해고가 지속된다면 경기가 부러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AI와 함께 살아갈 미래는 그저 물흐르듯 평탄하게 오지 않을 것만 같죠.
어쨌거나, 이미 인류는 AI라는 신세계를 경험했고, 변화의 흐름을 다시 돌이키긴 어려울 거예요. 앞으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거고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전쟁의 중심에 AI가 있는 것도 의미심장한 부분이에요. 두 나라 모두 규제를 완화하고 그러면서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지키고(엔비디아 칩 수출 금지 등), 기간 산업 급으로 육성하는 등 총력을 다해 지원하고 있으니까요. 지금의 상황이 버블로 판명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과잉은 자멸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또 그것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겁니다. 닷컴 버블의 인터넷이 그러했듯이 말이죠.
<빅쇼트>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
마지막으로, 영화 <빅쇼트>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 영화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인 금융 시스템의 탐욕을 비판하는 블랙코미디인데요. 사회 비판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기회를 수익으로 바꾸기 위해선 지난한 기다림과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는 영화이기도 해요. 구체적으로는 이것이었어요.
- ‘숏’에 베팅하는 것은 어렵다.
금융시장이든, 기업이든 대상이 망하는 것에 베팅하는 건 괴롭고 외로운 과정이에요. 근본적으로는 타인의 고통으로 돈을 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죠. 결국 누군가의 희생이 뒤따릅니다. 필요한 경우 숏은 필요할 수 있으나, 결국은 희망(상승)에 즉, ‘롱’에 베팅하는 것과의 무게는 다르기 마련이고요.
- 탐욕은 결국 ‘끝’을 불러온다. 다만 그 ‘끝’이 언제인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감히 시기를 맞추려 들지 않되, 예민하게 시장을 파악해야 합니다. 너무 빨리 발을 빼버리면 그에 따르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또 그렇다고 너무 늦게 나와버리면 다음이 없을 수도 있어요.
1998년 닷컴 버블 때도 그랬고, 이 영화의 배경인 2008년도 그랬고, 17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에요.
투자자로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자세
그렇다면,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자세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불확실성에 인정하고 경계하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아닐까해요. 닷컴 버블은 5년 동안 지속되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전 주택 시장 호황은 6~7년간 유지되었어요. 지금의 시장이 그때와 똑같을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참고는 할 수 있을 거예요.
단순히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이 버블이 터질 이유가 되지는 않아요. 하루이틀, 아니 일주일의 하락이 버블 붕괴를 단언할 수 없듯이요.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가 변하는지, 인플레이션 혹은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있는지, 잠시 유예된 무역 전쟁의 여파가 어떨지, AI 기업들이 지금처럼 성장과 투자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지 등을 입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하죠.
모건 하우절은 책 <불변의 법칙>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비관론자처럼 저축하고 낙관론자처럼 투자하라. 비관론자처럼 대비하고 낙관론자처럼 꿈꾸라. 얼핏 생각하면 낙관론자나 비관론자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성공하는 모든 일에서는 그 둘이 공존한다.”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겠지만, 그렇다고 비관론에 빠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불확실성 속에서 어떤 것이 정답인지 알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다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을 떠안고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