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티: 그날은 2020년 9월 18일이었어요…
the 독자: 🤨?
어피티: 그날, 미국 증시에서 거래된 주식은 총 14억 주였어요. 3개월간의 일일 평균 거래량보다 40%나 많은 거래량이었죠.
the 독자: 그러면 안 되나요?
어피티: 온라인 쇼핑몰을 경영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고요. 평소 이 쇼핑몰은 하루 평균 1만 건 정도의 주문이 들어오는 곳이었어요. 서버도, CS도, 재고도 다 1만 건에 맞춰놨죠.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1만 4천 건의 동시 주문이 발생한 거예요! 😱
the 독자: 히이익! 공포 그 자첸데요!
어피티: 그게 바로 2020년 9월 ‘네 마녀의 날’에 미국 주식시장에 발생한 일이었다니까요.
‘네 마녀의 날(Quadruple Witching Day)’은 주식 시장의 네 가지 파생상품, 그러니까 주가지수 선물, 주가지수 옵션, 개별 주식 선물, 개별 주식 옵션이 동시에 만기되는 날을 말해요. 네 가지 파생상품이 동시에 만기되는 날은 분기마다 한 번씩 찾아와요. 미국 시장을 기준으로 보통 3월·6월·9월·12월 셋째 금요일이에요.
이날에는 투자자들이 만기 청산이나 새로운 포지션 전환을 한꺼번에 하다 보니, 거래량이 폭증하고 시장이 평소보다 훨씬 요동치는 특징이 있어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해드릴게요.
파생상품에는 데드라인이 있어요
일단, 파생상품의 특징 중 ‘만기’의 성격을 알아야 네 마녀의 날을 대비할 수 있어요.
파생상품은 기본적으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상품이에요. 실물자산을 미래의 특정 시점에 약속된 가격과 물량으로 거래하겠다는 약속(선도계약)부터, 주식·채권·원자재·주가지수 등의 기초자산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맞히는 게임까지 포함해요. 맞히면 대가를 받고, 틀리면 대가를 치르죠.
파생상품은 본질적으로 ‘약속’에 가까운 거래라고 할 수 있어요. 약속은 만기, 즉 데드라인이 있기에 성립해요. 예를 들어 ‘3개월 만기 코스피200 선물’을 샀다는 건, 3개월 후 코스피200 지수 상품을 미리 정해놓은 가격에 거래하겠다는 약속이에요.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해요. 만기일이 되면 증권사에 등록한 내 계좌에서는 매도와 매수가 자동으로 결제돼요. 만약 계좌에 돈이 부족하면 증권사가 대신 돈을 내고, 부족한 만큼 투자자에게 청구해요. 이때도 돈을 내지 못하면 채무 불이행에 따른 법적 절차를 밟게 되죠.
데드라인이 되면 끝내거나, 갈아타거나
선물도 옵션도 처음 투자할 때 ‘포지션’을 정해야 해요. 포지션은 투자자가 시장에서 어떤 방향(오를지, 내릴지)에 베팅하고 있는지를 말해요.
선물에서는 가격이 오를 것에 걸고 미리 사두면 롱포지션, 가격이 내릴 걸로 보고 미리 팔아두면 숏포지션이죠. 줄여서 롱과 숏으로 불러요. 옵션에서는 특정 조건을 기준으로 사거나 파는데, 이때 사기로 하면 콜, 팔기로 하면 풋이에요. 정리하자면 롱, 숏, 콜, 풋이랍니다.
만기일이 되면 투자자들은 자신이 취한 ‘포지션’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해요. 이 결과를 받아들이고 돈을 벌거나 잃는 걸 ‘청산’이라고 해요. 그런데 실제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청산을 했다고 바로 손을 털고 자리를 벗어나지 않아요. 똑같은 포지션으로 새로운 계약을 하거나 새 계약으로 갈아타죠.
선물·옵션 안 하더라도
네 마녀의 날 신경써야 하는 이유
문제는 파생상품 중에서도 가장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많은 주가지수 선물·옵션과 개별주식 옵션, 개별주식 선물의 만기일이 겹칠 때 발생해요. 바로 그 네 가지 선물과 옵션을 합쳐서 ‘네 마녀’라고 부르는 거죠.
주가지수 선물(Index Futures)
- 코스피200이나 S&P500 같은 지수를 미래의 일정한 가격에 사고팔기로 약속한 계약이에요. ‘앞으로 지수가 오를 것(롱)’ 혹은 ‘내릴 것(숏)’에 베팅하는 방식으로 시장 전체의 방향성에 투자하는 도구라고 볼 수 있어요.
주가지수 옵션(Index Options)
- 지수를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콜), 혹은 팔 수 있는 권리(풋)를 사고파는 거예요. ‘혹시 모를 큰 변동에 대비하는 보험’ 같은 성격이 강해서, 헤지(위험 회피) 용도로 자주 쓰여요.
개별 주식 선물(Single Stock Futures)
- 특정 기업의 주식을 기초로 한 선물 계약이에요. ‘앞으로 이 회사 주가가 어떻게 될까?’를 두고 만기일에 반드시 해당 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사거나 팔아야 하기 때문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요. 물론 손실 리스크도 크게 열려 있고요.
- 우리나라 증시는 개별 주식 선물 거래 규모가 작은 편이에요.
개별 주식 옵션(Single Stock Options)
- 삼성전자 같은 개별 종목 주식을 미래에 특정한 가격으로 살 권리와 팔 권리를 거래해요. 지수 옵션이 시장 전체에 해당한다면 개별 주식 옵션은 특정 회사에 초점을 맞춘 파생상품이죠.
이 네 가지 선물과 옵션의 만기일이 겹치면 시장 흐름은 급한 물살처럼 날뛰어요.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포지션을 정리하거나 새로 잡아야 하니까요.
이 과정에서 매도 물량과 매수 물량이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거래가 이루어져요. 이때 ‘투자자’에는 큰돈을 움직이는 외국인과 기관도 포함돼 있어요. 글로벌 헤지펀드의 프로그램매매도 작동해서 개별 종목 주가도 출렁거려요.
이렇게 거래량이 늘어나면 시장은 순간적으로 불안정해져요. 돈이 확 풀리면서 가격 흐름이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튀는 경우가 잦거든요. 평소 매수·매도가 고르게 맞춰지는 구간에서도 갑작스런 물량 폭주로 호가 공백이 생기고 가격이 휙휙 움직여 버리는 거죠.
그래서 이날은 투자자들에게 변동성이 증폭되는 공포와 기회의 순간이에요. 개별 종목 주가가 하루에도 수차례 급락했다가 급등하기도 하니, 잘 모르는 개인투자자는 공포에 질려 손해 보고 팔아버리거나, 더 오를 줄 알고 급등한 가격에 사기도 해요. 물론, 반대로 행동해 단기 시세차익을 볼 수도 있고요.
우리나라에선 ‘세 마녀의 날’이에요
우리나라 증시에도 분기마다 주가지수의 선물과 옵션, 개별주식 옵션과 개별 주식 선물이 겹치는 날이 찾아와요. 하지만 우리나라 증시에서는 개별 주식 선물 거래 규모가 작아서 영향력이 제한적이에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세 마녀의 날’이라고 불러요.
만기일 겹침이 분기마다 3·6·9·12월에 발생하는 건 미국 시장과 같아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해당하는 달의 세 번째 금요일이 아니라 두 번째 목요일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이렇게 주요 선물·옵션의 만기일이 겹칠 때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으니, 즉각적으로 매매에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며 방향을 고민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 속 뉴스에서 네 마녀의 날에 관한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맥락이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