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우가 60억 빚을 지게 한 그 ‘선물’ – 1탄

the 독자: 선물 옵션을 하지 않으면 단기 고수익은 바라기 힘들다는 말을 들었어요. 리스크가 크다는 것은 알지만 혹하더라고요. 

어피티: ‘단기 고수익’ 부분이 사람을 좀 홀리죠?

the 독자: 선물이라는 단어가 너무 헷갈려요. 생일날 주는 그 선물 같잖아요. 옵션도 자동차 살 때 쓰는 말 같고요.

어피티: 어쩌면 그렇게만 아는 게 나을 수도… 🤔

the 독자: 네? 😶

© (주)싸이런픽처스 / 넷플릭스
 
금융시장에서 투자하다 보면 맞닥뜨리게 되는 화려한 단어, 선물과 옵션이에요. 선물·옵션을 하지 않으면 큰 수익을 내기는 힘들다는 말과, 잘못 건드리면 수익은커녕 원금도 지키지 못하고 빚을 잔뜩 지게 된다는 말이 공존하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어느 정도 사실이랍니다.
 
<오징어 게임> 시즌1에는 선물투자에 실패해 큰 빚을 지고 목숨을 건 ‘오징어 게임’에 참여하게 된 ‘상우’라는 인물이 등장하기도 해요.
 
선물이 뭐기에 그렇게 큰 빚을 지게 만들었냐고요?

‘파생상품에 속해 있는 선물과 옵션은 레버리지 효과를 활용하기 때문에 단기 고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내 투자금 수준보다 훨씬 큰 포지션을 잡아야만 유효’하거든요.

 

이 설명을 읽고 나면 이런 말이 절로 나오죠. “뭐라고요?” 

 

😔 선물과 옵션, 

이렇게 복잡할 필요가 있나요?

복잡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쉬워요. 과거를 돌아볼 땐 뭐든 쉬워 보여요. 이미 결과가 나와 있는 상태니까요. 현재를 판단하기란 늘 어렵죠. 안목과 결단력 모두 필요해요. 하지만,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건 미래를 예측하는 거예요. 과연 어떤 변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아무리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도 대략적인 확률만 계산할 수 있을 뿐이죠.


오늘 알아볼 ‘선물’과 ‘옵션’은 파생상품에 해당하는데, 이 파생상품은 미래를 예측해서 대비하기 위한 상품이에요. 그래서 복잡할 수밖에 없답니다.

파생상품, 미래를 사고파는 계약이에요

미래를 사고팔다니, 마치 SF 영화 설정에서나 볼 법한 말이 아닐 수 없어요. 금융시장에 갑자기 시간여행 타임머신 같은 계약이 왜 등장했는지 설명하기 위해 파생상품의 개념과 탄생 이유부터 돌아볼게요.

 

파생상품(derivative)의 ‘파생’은 국어사전의 말뜻 그대로 ‘어디선가 갈려 나와 생김’이라는 의미예요. 영어는 라틴어에서 파생되었다든가, 이 이슈는 관세 전쟁에서 파생되었다든가 하는 식으로 사용되죠. 짐작하셨겠지만 무언가 파생되려면 본체가 되는 부모의 존재가 있어야 해요. 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의 부모 격은 ‘기초자산’이에요.

 

기초자산은 ‘실제로 거래되고 있는 금융상품’이에요. 예를 들어 주식이나 채권, 금과 구리 등의 원자재나 주가지수 같은 것들이죠. 기초자산은 영어로 underlying asset이라고 해요. 직역하면 ‘밑에 깔려 있는 자산’이죠. 파생상품은 바로 이 기초자산을 본체 삼아서 미래에 기초자산의 가격이 오를지, 내릴지 맞히는 상품이에요. 조금 더 복잡해지면 특정 기간 안에 얼마나 오를지, 얼마나 내릴지 맞히기도 해요. 

선도계약: 장사할 때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어요

미래에 기초자산 가격 방향을 맞추는 게임을, 굳이 왜 시작했을까요? 그건 기초자산을 거래하는 장사꾼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에요. 금융시장이 발달하고 인터넷 사용이 활발한 지금은 기초자산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보다 제삼자, 즉 투자자들이 파생상품 거래에 더 많이 참여해요. 하지만 원래 파생상품 거래는 기초자산을 직접 파는 당사자와 기초자산이 필요한 사람 사이의 거래였답니다. 이를테면 이런 거죠.

 

🥙 대형빵집: 덕분에 올해 사과 샌드위치가 가장 잘 팔렸습니다. 내년에는 달고 과즙 많은 사과 12톤 부탁드립니다. 너무 잘 팔려서 주문 물량을 20% 늘렸어요.

🍎 과수원: 저희는 너무 감사하죠. 그런데 내년 날씨가 심상찮네요. 올해처럼 작황이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 대형빵집: 그것 참 걱정이네요. 저희는 미리 대량 계약을 할 테니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이 1kg당 1,000원에 납품해 주실 수 있나요?

🍎 과수원: 내년에 올해보다 사과 가격이 오르면 저희로써는 손해인데… 하지만 미리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시죠.

🥙 대형빵집: 좋아요. 우리 둘 다 손해를 줄일 수 있겠네요.

 

이것이 바로 파생상품의 첫 번째 자식인 ‘선도계약(forward)’이에요. 이 선도계약 거래의 어느 부분이 손해를 줄이는 계약이냐고요? 계약 내용을 살펴볼게요.

 

  • 계약 당시 사과 1kg 가격: 10만원
  • 계약 물량: 12톤(=12,000kg)
  • 선도 계약 체결: “내년 가을에 1kg당 10만원으로 사과를 거래하기로!”
 

상황1: 그런데 이듬해 가을이 되자 수확량이 줄어서 시장에서 사과 가격이 1kg당 15만 원으로 급등했어요.

  • 🍎 과수원: 사과 12톤을 시장에 팔면 1억8000만 원을 벌 수 있지만, 빵집에 1억2000만 원만 받고 팔아야 함
  • 🥙 빵집: 사과 12톤을 시장에서 사면 1억8000만 원을 내야 하지만, 과수원에 1억2000만 원만 내고 가져갈 수 있음

 

이 경우, 빵집은 원가를 크게 절감할 수 있어요. 시장 전체가 사과 품귀 현상을 겪는 만큼, 물량을 구하려고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되고요.

 

상황2: 반대 경우도 있어요. 사과 농사가 너무 잘 되어서 시장 전체에 사과 물량이 확 풀려버린 거죠. 시장에서 사과 가격이 1kg당 8만 원으로 급락했어요.

  • 🍎 과수원: 사과 12톤을 시장에 팔면 9600만 원밖에 벌지 못하지만 선도 계약을 한 덕에 1억2000만 원을 벌 수 있음
  • 🥙 빵집: 밖에서 9600만 원만 주면 사과 12톤을 살 수 있지만, 선도 계약대로 1억2000만 원을 내고 사야 함
 

이때는 과수원이 넘쳐나는 사과를 팔려고 새 거래처를 찾아 발을 동동 구르지 않아도 되겠죠.

 

만약 실제로 과수원에서 사과 12톤을 모두 생산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냐고요? 선도계약은 사과라는 실물이 반드시 공급되어야 하니까, 계약 불이행이 되어 위약금을 물지 않으려면 다른 과수원에서 사과를 사서라도 납품해야 하겠죠. 기업 간 실물 계약이 돌아가는 방식이에요.

 

이 선도 계약은 1848년, 투자용 금융상품이 되어 정식으로 증시에 들어오게 돼요. 이때부터는 ‘선물(futures)’이라고 불리죠. 어떻게 선도계약이 선물로 진화했는지, 다음 편에서 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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