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위한 ‘진짜 논의’가 필요해요


“퇴근 후 회사에서 오는 업무 연락,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 집에 돌아왔는데 갑자기 울리는 ‘카톡’ 알림음.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보니 팀장님이 보낸 업무 관련 메시지일 때, 갑자기 사무실로 다시 소환된 듯한 느낌이 들죠. 친구들과 저녁 약속 자리에 있다가 갑자기 걸려 온 업무 전화 때문에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다 말고 업무 얘기를 이어가야 했던 경험도 있으실 거예요.


퇴근 후에도 날아드는 전화와 단톡방 공지, 어디까지 연락을 받아야 할까요? 이번 생생MZ톡에서는 퇴근 후 업무 연락에 관한 MZ세대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어요.


생생 MZ톡 참여자

  • 촉촉한귤락쿠키 (31세, 건축사)
  • 바닐라웨이퍼 (32세, 프리랜서)
  • 조이 (33세, 회사원)
  • 원제시 (30세, 회사원)
  • 새까만스팸 (32세, 개발자)
  • 양양 (35세, 회사원)
  • 화난사자 (31세, 구직자)
  • 산영 (28세, 회사원)

퇴근했는데 메시지나 전화로 업무와 관련된 연락을 받은 적 있나요? 

  • 촉촉한귤락쿠키 (31세, 건축사): “제가 지금 일하고 있는 건축 관련 업종에서는 현장 상황 등, 외부 변수가 많아서 업무 시간을 딱 정하기가 어려워요. 당연히 퇴근 후 연락도 많고요.”
    업계 특성상 어느 정도 감당해야 하는 부분은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카톡’ 때문에 퇴근 후 업무 연락이 더 괴롭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기술이 발전하면 일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즉각 답이 가능한 환경 때문에 오히려 일이 늘었어요.

  • 산영 (28세, 회사원): “예전에 방송국에서 일한 적 있는데 휴일과 퇴근 후를 가리지 않고 언제든 연락이 와서 미치는 줄 알았어요.”
    연락 안 받으면 방송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퇴근 후에도 휴대전화를 붙들고 살았어요. 퇴근 후에나 휴일에는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라도 있었다면 적당히 무시했을 텐데 빠르게 답을 요구하는, 긴급한 연락을 계속 받아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어요. 그래서 결국 방송국 일을 그만뒀죠.

  • 원제시 (30세, 회사원): “퇴근 후 업무 연락을 경험해 보지 않은 회사원이 있을까요? 저는 회사가 제 퇴근 시간을 침해하는 게 일상이에요.”
    업무용 메신저보다는 카톡으로 주로 소통이 이뤄지는 회사라서 연차에는 카카오톡 어플을 아예 삭제해 버려요. 연락받기 싫어서요. 그런데도 급하면 전화하시더라고요.

  • 양양 (35세, 회사원): “예전에 24시간 운영되는 카페에서 일할 땐 쉬는 날에 단톡방을 안 보면 메시지가 350개씩 쌓였어요.”
    내용 파악을 못한 채로 출근해 실수를 하면 ‘단톡에 공지로 내용 다 올려놨는데 왜 확인 안 했냐’며 혼나고요. 백화점에서 일했을 때는 명절 당일에도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어떤 직원들은 긴 연휴에 쉴 때 핸드폰을 일부러 회사 서랍 안에 두고 간다고 들었어요. 
퇴근 후 이어지는 회식, 단톡 공지, 업무 연락도 ‘근무’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 조이 (33세, 회사원): “업무 연락은 당연히 근무로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식도 강제성이 있다면 업무로 봐야 해요. 친목 도모와 단합 때문에 회식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단합이 꼭 퇴근 후 회식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을까요? 점심에 하는 회식 또는 티타임으로도 충분할 거 같아요.

  • 새까만스팸 (32세, 개발자): “회사와 관련된 일들은 모두 근무라고 생각해요. 회식도 업무의 연장선으로 봐요. 업무 관련 내용이 논의될 수 있으니까요.”
    수습 기간엔 화장실에 가 있는데도 전화 오고, 집에 가도 전화 오고 너무 싫었어요. 이 모든 걸 견디다 보니, 수습 기간이 끝나자마자 병원비가 200만 원 가까이 나올 정도로 몸이 아팠어요.

  • 산영 (28세, 회사원): “연락한다는 것만으로 근무로 포함하기에 애매하지 않을까요?”
    물론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업무에 착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건 업무라 보고, 그에 맞는 보상을 해야겠죠.

  • 원제시 (30세, 회사원): “무조건 근무로 포함해야 해요.”
    24시간 돌아가는 업계에서 일하는 데다, 포괄임금제라서 그냥 넘어가기는 하는데요. 포괄임금제가 아닌 회사들은 퇴근 후 업무 연락 시간도 수당으로 계산해서 줘야 한다면, 현실적으로 그렇게 해줄 회사가 있을지는 의문이네요.

근무 외 시간이 침해되는 것에 대해 제도나 보상이 필요하다고 느낀 적 있나요?

  • 조이 (33세, 회사원): “근무 시간 외에 업무 연락을 하면 인사고과에 패널티를 주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정말 필요할 때만 연락하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사람 일이 늘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급한 문제가 터지면 연락이 필요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어느 정도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해요. 제 지인 회사는 아예 노트북 없이 회사 PC만 지급하는 시스템이라, 퇴근 후나 주말에는 아예 일을 할 수 없는 구조더라고요.

  • 산영 (28세, 회사원): “보상이나 제도가 당연히 필요하긴 하지만, 실용적이지 않고 말 뿐인 제도는 있으나 마나 하더라고요.”
    저는 기업 문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뼈저리게 느꼈어요. 회사가 야근이나 잔업을 일삼는 분위기면 어떻게든 시간 외 근무를 하게 되더라고요. 업무 연락도 저만 안 받으면 혼자 이상한 사람이 되는 느낌이고요.

  • 화난사자 (31세, 구직자): “업무 시간 외 연락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걸 보면, 전체적으로 금지해야 조직문화가 완전히 바뀔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과연 그런 획일적인 제도가 모든 직업에 적용할 수 있는 일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있어요. 어떤 일을 하는지에 따라 정말 연락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잖아요. 업종마다 특성이 다른데 모든 직업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어피티의 코멘트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는 근무시간 외 직장에서 오는 연락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해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언제 어디에서나 연락하고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면서, 노동자들의 여가 시간 보장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연결되지 않은 권리를 법에 명문화하고,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프랑스나 호주와 같은 나라도 있죠.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 여러 차례 발의되기도 했었고 현 정부도 실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입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거든요. 다만, 아직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성은 있어 보여요. 예외 상황이나 업종·직종별 차이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에요. 현장에서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경우의 수 등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하고요. 실수요자들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허울뿐인 제도는 아무리 좋은 취지라고 하더라도 도움이 되기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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