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플레이스 휴게실 내 보드게임과 마작테이블 ⓒ어피티
여기에 더해, 쿠키플레이스 대표님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해주셨어요. 바로 여성의 덕질이 산업이 되는 과정을 쿠키플레이스가 함께하고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아주 오랫동안 여성들의 덕질은 감춰야 할 취미 정도로 취급받았었죠. 취미로 팬픽을 써서 파는 일이라든지, 좋아하는 캐릭터로 그림을 그리는 2차 창작을 통해 동인지를 만드는 것들은 음지에서 오가는 취미 정도로 여겨졌어요. 다양한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끊임없이 창작이 일어났지만, 얼마나 많이 일어나는지 가늠하려는 시도도 없었고 도리어 감춰야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컸기 때문에 이 시장을 하나의 산업으로 고려하는 사람도 없었어요.
하지만 크레페의 등장으로 인식이 바뀌었어요. 사람들이 플랫폼을 통해 공개적으로 창작물을 주고 받으며 덕질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좀 더 당당히 여성의 덕질을 드러내도 오히려 환영받는 분위기라고 실제 유저들이 느끼고 있기도 하고요. 이런 변화엔 두 가지 조건이 있어요.
1️⃣ 인프라 구축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안전한 거래 시스템, 투명한 정산 구조, 창작자 홍보 페이지, 의뢰 게시판, 검색 기능 등 개별 창작자들이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들을 플랫폼이 대신 처리해주는 거죠.
2️⃣ 제도적 뒷받침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플랫폼 내부의 룰, 창작자와 의뢰인 사이의 갈등 해결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이 문화를 대변하고 보호할 수 있는 ‘미들플레이어’의 존재가 핵심이에요. 쿠키플레이스는 여기에서 ‘미들플레이어’, 즉 중간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어요.
“K-POP 산업을 생각해보세요. 기획사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아티스트들이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고, 팬들과의 소통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요. 만약 기획사 없이 개별 아티스트들이 모든 걸 직접 해결해야 한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K-POP 산업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커미션 문화도 마찬가지예요. 중간자 역할이 없이 창작자와 의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개인이 해결하려고 하면 문제가 확산되기만 하고 해결되지 않아요.”
또, 쿠키플레이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다른 미션은 ‘시니어 육성’이에요. 커미션 서비스 분야는 역사가 짧아, 이 분야에 10~20년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다른 산업의 경험이 여기선 잘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일반적으로 IT 도메인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마케팅 기법, 사업 전략 기법이 서브컬처 판에서는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어요.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한 거죠. 다른 산업에서 아무리 경력이 많아도, 이 문화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면 거의 백지 상태나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쿠키플레이스는 처음부터 이 문화를 업무로서 이해하고 경험을 쌓는 사람들을 직접 키워내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