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난리난 중국 라부부! 차세대 키티가 될 수 있을까?

21,000원짜리 인형 하나가 100만 원 넘는 가격에 팔렸다면 믿을 수 있으시겠어요? 최근,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에서는 손바닥만한 키링 인형 하나가 1,099,000원에 거래됐어요. 정가보다 50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린 이 녀석의 정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삐죽삐죽한 아홉 개의 이빨, 토끼처럼 긴 귀, 복슬복슬한 털옷, 장난기 가득한 표정까지. 바로 ‘라부부(Labubu)’예요. 솔직히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외형이라 ‘내가 보기엔 안 예쁜데 라부부가 도대체 왜 인기있는 건지 모르겠다!’라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는데요. 누가 뭐라 하든, 라부부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핫한’ 아트토이로 떠오르고 있어요.

출처: 크림 앱 스크린샷


실제로 지난 6월, 중국의 고급 미술품 경매 플랫폼 용러 옥션(Yongle Auction)’에서는 라부부 인형이 17만 달러(한화로 약 2억 2천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어요. 이 경매에는 무려 1,000명에 가까운 입찰자가 몰렸고, 라부부를 판매하는 ‘팝마트’는 상하이 매장, 런던 매장을 가리지 않고 라부부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였죠. 열기는 종종 과열로 번지기도 했는데요, 국내 팝마트 매장에서는 줄을 서는 사람들 사이의 마찰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라부부의 오프라인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도 했어요.


인기가 이렇게 치솟자, 짝퉁도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는데요. 올해 상반기 중국의 주요 항구인 닝보항에서는 100만 개가 넘는 가짜 라부부 인형이 압수되기도 했어요.

유럽과 중국 관광지에서 판매중인 가짜 라부부 ⓒ 어피티


JP 모건은 라부부를 ‘차세대 헬로키티’라고 평가했어요. 헬로키티가 한때 전 세계의 팬층을 만들며 일본을 대표하는 캐릭터 IP로 성장했듯, 라부부도 그 뒤를 이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었죠. 한편, 중국에서는 라부부를 ‘플라스틱 마오타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마오타이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급 백주 브랜드인데요. 수집과 투자 가치를 동시에 지닌 마오타이처럼 라부부 역시 구매하고 나면 무조건 이득을 본다는 믿음 때문에 라부부도 중국의 대표 투자 자산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하죠.

출처: 크림


하지만 반대로, 일부에서는 이 뜨거운 열기를 90년대 미국의 ‘비니베이비 사태’와 겹쳐 보기도 해요. 수집욕과 희소성이 만들어낸 과열된 시장, 그리고 결국은 거품처럼 꺼져버린 열기. 라부부는 과연 새로운 글로벌 IP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거품에 지나지 않을까요? 지금부터 라부부를 둘러싼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파헤쳐볼게요. 오늘 잘쓸특파원에 등장하는 팝마트 사진은 고영 PD가 중국에서 직접 촬영한 것들이랍니다. 

라부부 이전에 몰리가 있었다

지금의 라부부 열풍을 이해하려면 2010년 설립된 중국 최대 아트토이 기업, 팝마트의 첫 번째 성공작, ‘몰리’를 빼놓을 수 없어요. 몰리는 홍콩 출신 아티스트 케니 웡이 디자인한 캐릭터로, 둥근 얼굴과 큰 눈, 도톰한 입술이 특징이었죠. 몰리의 성공 비결은 바로 ‘블라인드 박스’ 전략이었어요. 어떤 캐릭터가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도록 박스에 무작위로 포장해 판매하는 방식인데, 이게 사람들의 심리를 묘하게 자극해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도전하도록 부추겼죠. 몰리의 등장으로 팝마트의 매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어요. 이를 지켜본 팝마트는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캐릭터 IP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어요.

팝마트에서 판매 중인 몰리의 모습 ⓒ 어피티


그리고 2019년, 또 하나의 결정적인 캐릭터가 등장하게 됩니다. 그게 바로 라부부예요. 라부부는 홍콩 출신 아티스트 카싱 룽이 2015년에 창작한 캐릭터예요. 북유럽 동화 속 엘프에서 영감을 받아 뾰족한 귀를 가지고 있고, 친절한 성격으로 주위를 도우려고 노력하지만 상황이 늘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고 마는 천방지축 성격을 지녔죠. 그림책 시리즈로 처음 세상에 나온 라부부는 4년 뒤, 팝마트와 손잡고 블라인드 박스를 만들었고, 2023년 ‘익사이팅 마카롱’ 시리즈를 시작으로 키링 시장에 진출했어요.

익사이팅 마카롱 라부부 ⓒ 어피티


라부부의 인기는 버블일까?

이전까지 라부부는 몰리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캐릭터 정도였어요. 하지만 2024년 4월, 블랙핑크 리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여러 개의 라부부 피규어와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라부부의 인기는 말그대로 대폭발합니다. 곧이어 리한나, 킴 카다시안, 데이비드 베컴 등 세계적인 셀럽들도 본인들이 소지하고 있는 라부부를 공개하며 셀럽이 사랑하는 캐릭터로 많은 사람들의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했죠. 


라부부 역시 블라인드 박스에 담겨있는 바람에 어떤 피규어가 들어있는지 모르는 채 상자를 열어야 알 수 있는 구조인데요. 이러한 단순한 방식이 사람들의 심리를 강하게 자극해요. 복권을 긁는 듯한 설렘, 전 시리즈를 다 모으고 싶은 강박, 시크릿 에디션에 대한 희소성, 남들 다 가졌는데 나만 없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까지. 이 감정들이 묘하게 뒤섞이는 거죠.

라부부의 인기가 비니베이비처럼 꺾일 것 같다고 말하는 네티즌들. 출처: 레딧


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높아지는 라부부의 인기를 지켜보며 북미 최대 커뮤니티 레딧을 중심으로 일부 네티즌들은 의구심과 우려를 표하기도 해요. 라부부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90년대 미국에서 벌어진진 ‘비니베이비’ 사건과 비슷하다고 말했어요.


90년대 미국, ‘비니베이비’라는 작은 봉제인형이 엄청난 열풍을 일으켰어요. 비니베이비를 만든 회사에서는 소량의 한정판을 출시하고 곧바로 해당 제품을 단종 시켜버렸죠. 이와 동시에 희귀성을 보장 받은 특정 인형은 수천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어요. 이 인형들을 구매해 되팔기만 하면 돈이 된다는 믿음이 퍼지면서, 전국적으로 ‘비니베이비 재테크’ 열풍이 불었어요. 하지만 결국 열기는 순식간에 식어버렸죠. 지금도 미국 곳곳에는 팔지 못한 비니베이비 수천 개를 보관 중인 창고들이 있다고 해요.

츨처: ty


현재, 라부부 열풍은 한동안 깨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아 보이지만 인기에 거품이 껴 있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라부부는 ‘남들은 다 갖고 있는데 나만 없을까봐 걱정’해서 구매하는 FOMO 소비가 많거든요.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 포장도 안 뜯은 채 보관하다 되파는 투기성 구매도 많고요. 또, 이미 최근에 공급이 늘며 가격이 급락한 일이 있었어요. 6월 18일, 팝마트가 100만 개 이상 신제품을 재입고하면서 리셀러들이 보유 물량을 급매로 내놨고, 라부부의 시크릿 에디션은 순식간에 반값 이하로 떨어졌죠.


신드롬을 넘어 라부부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차세대 헬로키티가 될 수 있을까요? 앞으로 캐릭터 자체의 매력과 스토리가 라부부를 오래 가는 브랜드로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결국 거품처럼 사라질지, 잠시 한 걸음 물러서서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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