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치타
극장 사업자 2위와 3위가 합병하는 이유
영화관과 영화 투자·배급 사업을 하는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중앙이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어요. 국내 멀티플렉스 영화관 2, 3위인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를 운영하는 두 회사가 합병하는 이유는 명확해요. 영화 업계의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에요. 작년 국내 극장 전체 매출액은 팬데믹 이전(2017~19년 평균)과 비교하면 65.3%에 그쳤어요. 2억 명이 넘던 전체 관객 수도 1억2313만 명으로 줄었죠. 이렇게 시장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출혈 경쟁보다는 협력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거예요. 실제로 두 회사의 실적을 보면 24년 기준으로 롯데컬처웍스는 간신히 흑자를 달성했지만 베트남 매출 급증 덕분이었고, 국내 매출만 있는 메가박스는 134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어려워요.
합친다고 극장가 침체 해결될까
두 회사의 스크린 수를 합치면 총 1,682개(2024년 말 기준)로 1위인 CGV(1,346개)를 뛰어넘어요. 투자·배급사로서 역량 있는 두 회사의 시너지가 침체된 영화 산업에 활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기대도 있죠. 하지만 합병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 수 있어요. OTT를 통한 영화 관람이 보편화 된 시대에서, ‘슈퍼 IP’라 불리는 검증된 원작이 있거나, 영화적 체험을 주는 작품이 아니고서는 극장에 관객을 모으기 힘들어요. 올해 개봉작 중 최고 흥행작은 봉준호 감독의 <미키17>로, 그마저도 300만을 간신히 넘긴 수준이에요. 사람들이 극장에 오지 않으니 영화 제작에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고, 볼 영화가 없으니 관객이 들지 않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어요. 결국 앞으로 영화 산업은 명운은 좋은 ‘콘텐츠’로 영화관만의 ‘체험’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