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아플 때면 누가 날 위로해 주지?

글, 서지은

 Q. 

몇 년 전 치매 간병 보험에 가입했어요. 장기요양 등급을 받으면 나라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하던데 보험 가입이 꼭 필요할까요?

드라마 자주 보시나요? 드라마는 최근 사회적 화두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좋은 경로예요. 요즘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나오는 질병 중 하나가 바로 치매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암이 가장 빈번하게 등장했지만 언젠가부터 그 자리를 치매가 대신하고 있어요. 그만큼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질병이 되었단 뜻일 거예요.

제 외할머니도 치매 진단을 받고 7년여의 투병 끝에 돌아가셨는데, 마지막 2년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요양원에 계시다 임종을 맞이했어요. 그 일을 계기로 치매가 그저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됐습니다. 최근 가장 문의를 많이 받는 보험 또한 치매 간병 관련 보험이기도 해요.

치매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일 뿐 아니라 누군가 지속적으로 환자를 돌봐야 해서 경제적으로도 심정적으로도 큰 부담이 돼요. 다행히  2008년 7월 1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되어 그 부담이 크게 줄었는데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이어 제5의 사회보장 제도로서 지금까지 잘 유지되어 오고 있어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그동안 가족이 모두 책임져야 했던 어르신들의 부양을 국가와 사회가 부담해 품앗이하겠다는 취지가 담긴 아주 유용한 제도죠. 매월 납부하는 국민건강보험에 별도의 보험료를 징수해 값비싼 노인요양시설의 문턱을 낮추고, 가정에서도 어르신을 모실 수 있도록 요양보호사를 보내기도 해요.

장기요양보험은 장기요양 등급을 받아야해요
치매 환자가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받아야 하는데요. 장기요양 등급은 신체적, 인지적 상태에 따라 1~5등급과 인지 지원 등급으로 나뉘어요. 치매 환자는 주로 장기요양 5등급이나 인지 지원 등급에 해당해요.

숫자가 작을수록 스스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워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미인데요.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으면 방문요양, 방문목욕 등의 혜택(재가급여)을 받거나 가족요양비를 받을 수 있어요. 치매는 특정 질환이고, 장기요양 등급은 이를 포함한 노인성 질환 전반에 대한 지원 체계인 것이죠.

각 보험회사에는 다양한 종류의 치매 및 간병 관련 보험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서두에 언급한 질문처럼, 우리나라에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있고 국민건강보험에 포함되어 내고 있는데 ‘굳이 치매 간병 보험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어요.

치매 간병 보험의 필요성
치매 간병 보험을 가입해야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첫째, 장기요양 등급을 받았다고 해서 국가가 모든 비용을 책임지지 않고, 각 등급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달라요. 투병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워 개인의 경제적 부담이 클 수도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입한 치매 간병 보험이 어려울 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둘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해 기대 여명은 증가세인데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는 1인 가구는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에요.

요약하자면 국가가 보장하지 않는 영역에서 부담을 줄이고, 초고령 사회에 대처해 스스로를 책임지기 위해 치매 간병 보험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치매 보험에서는 CDR(Clinical Dementia Rating)이라는 척도를 보상 기준으로 활용해요. 치매는 질환이기 때문에 병원에서 전문의가 진단하는데요. 환자와 보호자의 면담을 통해 진행되며 인지장애로 인한 기능 저하를 중심으로 판단해요. 보통 CDR 척도로 경·중도를 확인하는데요. 기억력과 지남력(현재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능력),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 사회 활동, 집안 생활과 취미, 위생 및 몸치장 등 6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각 영역을 0~3점으로 평가해 0은 정상, 0.5는 경증 장애, 1은 경도 치매, 2는 중등도 치매, 3 이상은 중증 치매로 분류해요.

‘치매’라는 질환에만 포커스가 맞춰있었던 과거 치매 보험 상품은 CDR 1점인 경증 치매부터 진단비를 보상하고, 3점 이상 중증 치매 판정을 받으면 매월 간병 자금을 일정 기간 이상 연금처럼 지급하는 구조였는데요. 최근엔 치매 진단 시 진단금을 지급하고, 장기요양 등급 판정이 되면 매월 간병비와 생활비를 지원하기도 해요. 게다가, 치매가 아니더라도 질병 혹은 상해로 입원할 경우 간병인 고용 비용까지 보상하는 상품으로 발전했어요. 보상 범위가 크게 늘어난 셈이에요.

특히 직계 가족 중에 치매 환자가 있으면, 발병 위험이 2~3배 높아지는 만큼 가족력과 책임져야 하는 가족 구성원의 나이를 고려하여 가입 시기와 상품을 고민해 보시면 좋을 거예요. 최근 간병인 일당 보장한도가 축소되긴 하였지만, 그럼에도 ‘유병장수 시대’에는 필요한 보험이라는 건 변하지 않은 사실일 거예요.

‘자기 주도적 삶’이라는 말이 있죠. 자신이 세운 가치와 목표를 바탕으로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한다는 뜻이에요. 그것이 가능하려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는 존재와 행복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겠죠. 알츠하이머나 치매가 무서운 진짜 이유는 점점 내가 나를 잃어가기 때문일 테지요. 보험이 이미 손상된 내 신체나 잃어가는 내 정신을 감쪽같이 원래대로 돌리지는 못하겠지만,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보조 수단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거예요. 

보건복지부 국민 건강보험 홈페이지에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 이용에 관한 자료가 잘 마련되어 있으니, 이 기회에 한 번씩 살펴보시는 것 어떨까요?

📌 필진 소개: 어피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글 쓰는 보험설계사 서지은입니다. 2022년보험 족보시리즈로 만난 후 3년 만인데요, 그동안 보험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이 보험의 입문 편이었다면 이번에는 일상에서 정말 궁금했던 보험 관련 이야기들을 실제 사례들과 함께 콕콕 집어 전해드리려 해요.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블랙박스가 아닌,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보험 화이트박스’ 로 매주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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