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고양이를 키운 적이 있어요. 제 반려묘는 20년을 잘 살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만, 최근 제 주변인들을 통해 반려견과 반려묘에게 들어가는 병원비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검사 한 번만 받아도 큰 금액이 들어갈 뿐 아니라, 수술이나 입원까지 하게 되면 사람보다 돈이 훨씬 더 들더라고요.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국민건강보험’이 없는 반려동물의 경우, 보호자가 치료비를 100%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가구 수는 약 552만 가구로, 인구의 28.2%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어요. 2015년 21.8%였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났어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반려동물 입양이 급격히 늘어난건데요. 그래서인지 반려동물을 위한 보험 문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요.
수요가 늘어난 만큼 펫 보험을 취급하는 회사도 많아졌어요. 2023년 기준으로 11개 회사에서 펫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2017년에는 3개 보험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죠.
펫 보험 가입률이 낮은 이유는요
그런데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에 늘어난 것에 비해, 펫보험의 가입율은 2024년 기준 1.7% 밖에 되지 않아요. 스웨덴 40%, 영국 25%, 노르웨이 14%, 일본 12.5% 등 주요국가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죠. 가입률이 저조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몇 가지 이유를 꼽아 볼 수 있는데요. 보험 상품의 정보가 부족한 점, 개와 고양이에게만 집중되어 있어 다른 반려동물에 대한 보장 공백이 발생하는 점, 반려동물의 고령화에 비해 가입 연령이 최대 10살로 제한되어 보장의 다양성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소수 상위 보험사가 대부분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어요.
게다가 우리나라는 동물병원 표준수가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병원마다 7~8배의 진료비 편차가 발생해요. 표준 진료 코드가 없고, 동물 진료기록부 발급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은 등 제도적 기반이 부족한 점 또한 펫 보험 가입률이 낮은 주요 이유죠.
2023년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에 의하면 반려인들의 55%가 최대 관심사로 반려동물의 건강을 꼽았고, 실제 반려동물 양육비 지출 중 병원 진료와 수술 비용이 21.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현행 구조상 반려동물 의료비는 그 규모를 예상하기 어려운 만큼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펫 보험은 필요해요.
펫 보험을 가입할 때 고려해야하는 것
그럼 펫 보험을 가입할 때 고려해야할 것은 무엇일까요? 우선 주요 보장 항목을 알 필요가 있어요. 펫 보험의 주요 보장을 살펴보면, 질병 및 상해로 인한 치료비(입원, 통원, 수술, 검사, 약제, 응급 치료), 반려동물이 타인에게 끼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보상, 반려동물 사망 시 지급하는 장례비와 위로금으로 나눌 수 있어요.
치료비는 특정 질환에 대해 약속한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내 부담금을 제외하고 일일 혹은 연간 한도 내에서 보장을 받을 수 있어요. 실손 보험과 유사하죠? 치료비 자기 부담 비율은 70%, 80%, 90% 중 선택할 수 있고, 당연히 보험료도 이에 따라 달라져요. 펫 보험은 반려동물 수명이 인간보다 짧아서 갱신형만 있고 갱신주기는 3년, 5년으로 보험사마다 약간 상이합니다.
반려견의 경우 견종에 따라 많이 발생하는 질병이 다른데요. 슬고관절 질환, 피부병, 만성 염증 치료제(아포웰, 사이토포인트), 구강질환까지 보장 범위 안에 포함되는지 확인해야 해요. 반려묘는 방광염과 신부전, 전염성 복막염, 구강질환 항목을 살펴야 해요. 연간 보상한도(1000만~2000만 원) 및 자기부담금, 반려견의 경우엔 배상책임 한도(1000만~3000만 원)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해요.
만 8세 이상 장례비는 제외하는 경우가 많고, 장례비 지원이 안 되는 보험사도 있어요. 그 외 등록 동물 우대 할인과 다(多) 펫 할인, 유기견(유기묘) 입양 시에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 두면 좋겠죠?
마지막으로 보험 가입 후 일정 기간 동안 보장을 하지 않는 면책기간을 꼭 확인하세요. 대부분의 질병은 가입 후 30일의 면책기간이 발생하고, 슬개골 탈구나 고관절 이형성증 등 특정 질환은 최대 1년의 면책기간이 적용되는데, 이는 반려동물의 기존 질환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치료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에요.
펫 보험 시장은 가입자 수가 점점 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요. 그럼에도 이를 현명하게 활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펫 보험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반려동물의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이 필요해요. 오늘 보험 화이트박스가 반려동물과의 행복한 삶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필진 소개: 어피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글 쓰는 보험설계사 서지은입니다. 2022년 ‘보험 족보’ 시리즈로 만난 후 3년 만인데요, 그동안 보험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시간이 보험의 입문 편이었다면 이번에는 일상에서 정말 궁금했던 보험 관련 이야기들을 실제 사례들과 함께 콕콕 집어 전해드리려 해요. 열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블랙박스가 아닌,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보험 화이트박스’ 로 매주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