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빈부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글, 김영빈


📌 필진 소개: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졸업 후 현재 동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한국의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많아 Alookso와 Theseoulite 등에서 관련 논문을 소개하는 글과 사회 현안을 분석하는 글을 다수 발표했습니다.


극심한 빈부격차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예요. 언론은 빈부격차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내세우곤 하죠. 부자들은 점점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는 거예요. 


<청년을 위한 통계는 있다>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담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고 있어요. 이번에도 여러 통계 자료를 살펴보며 우리나라 빈부격차의 진짜 모습을 한 번 알아볼게요. 한국의 빈부격차는 정말 나날이 심해지고 있을까요?

소득격차, 심각하지만 나아지고 있어요

먼저 소득격차를 들여다볼게요. 아래 그래프는 OECD 국가의 소득불평등을 지니계수 기준으로 비교한 자료예요. 지니계수는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회구성원의 소득분포가 평등할수록 0에 가깝죠.

      통계는 오늘날 한국의 소득격차가 심각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한국은 OECD 국가 중 9번째로 소득불평등이 심한 나라로 나타났거든요. OECD 국가의 빈곤율을 비교한 자료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요. 한국은 OECD 국가 중 7번째로 빈곤율이 높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빈부격차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빈부격차 ‘악화’ 여부를 확인하려면 연도별 통계 자료를 살펴봐야 해요. 


      그래서 <청년을 위한 통계는 있다>에서는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처분가능소득의 추이를 보여주는 통계들을 모아봤어요. 처분가능소득은 소비나 저축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을 말하는데요. 2010년 이후에는 지니계수, 상대적 빈곤율 등의 다양한 소득불평등 지표에서 뚜렷한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어요. 다시말해 빈부격차가 심하다고는 할 수 있지만 과거보다 심해졌다고 볼 수는 없는 거예요. 

          자산격차, 10년 전과 비슷해요


          일각에서는 소득격차보다 중요한 것은 자산격차라고 말하기도 해요. 자산을 가진 사람은 경제적 위기가 찾아와도 안정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죠. 또 자산의 차이가 부의 불평등을 고착하는 원인으로도 꼽히고요. 그럼, 자산격차도 한번 분석해 볼까요?

              2011년 우리나라 국민순자산의 지니계수는 0.605였지만, 2021년에는 0.603으로 나타났어요.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조금씩 완화되는 양상을 보이다가, 2016년부터 다시 불평등이 심화되기 시작해 결국 10년 전과 비슷한 수치로 돌아왔죠. 


              “그래도 몇 년 전보다는 분명히 나빠진 거 아닌가요?” 이렇게 질문하고 싶은 독자님도 계실 거예요. 맞습니다.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크게 나빠지지는 않았으나,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자산격차가 더 커진 셈이죠.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어요. 바로 한국의 자산 지니계수는 선진국에서도 낮은 편이라는 점이에요. 지니계수는 평등할수록 0에 가깝다고 했죠. OECD 국가별 가계 자산의 지니계수 변화를 보면, 한국은 조사를 진행한 2010년, 2014년, 2017년 모두 자산 지니계수 하위권에 머물렀어요.


              부의 불평등 제대로 바라보기


              한국은 소득격차가 심한 편이지만, 10여 년 동안 빠르게 개선되어 왔어요. 자산격차는 10여 년 전과 비슷한 추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원래부터도 불평등이 심한 편이 아니었죠. 따라서 빈부격차의 심화만을 강조하는 담론은 통계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예요.


              한국사회종합조사(KGSS)와 같은 여러 데이터에서는 부의 불평등에 관한 한국인의 인식 변화도 관찰돼요. 부의 재분배를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자기 자신을 하류층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줄어들었죠. ‘빈부격차가 과거보다 심해졌으며, 이를 해소해야 한다’는 관점만으로는 온전히 이해할 수도, 해결할 수도 없는 변화들이에요. 


              부의 불평등은 여전히 큰 사회 문제입니다. 그러나 부의 불평등 문제가 가지고 있는 복잡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회 현상을 통계 그 이상으로 과장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해요.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주체 입장에서는 더더욱, 단순히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가 문제라고 외치는 대신 더 섬세하고 엄밀한 담론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요.


              💌<청년을 위한 통계는 있다>는 매주 수요일 머니레터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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