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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 원짜리 론스타 사건 총정리

글, 정인

헤지펀드가 우리나라 정부에 6조 원짜리 소송을

요새 경제뉴스에서 ‘론스타’라는 이름이 가끔 보입니다. IMF 구제금융을 기억하는 분들은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론스타 사건도 함께 기억하실 거예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약 1조 4천억 원에 사들인 론스타는 2012년,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다시 4조 7천억 원에 팔고 떠났어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합친 ‘KEB하나은행’이 지금 우리가 아는 하나은행입니다. 
그런데 이 거래는 깔끔하게 끝나지 않았어요. 2012년에 론스타가 한국을 떠나면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배상액 6조 원짜리 소송을 걸었거든요. 10년 가까이 진행된 소송 결과가 지난달 30일에 나왔습니다.

둘 다의 잘못이라는군요

문제는 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 파는 과정이 공정한 거래였냐 ②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냐, 이 두 가지였어요.

ICSID의 판정은, 론스타는 속이고 튀었고(Cheat and Run), 우리나라 정부는 비합리적으로 시간을 끌었다(Wait and See)는 내용이었습니다.

결론은 우리 정부가 95.4% 승소, 론스타가 4.6% 승소로 수치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승리입니다. 하지만 핵심 사건에서는 ‘쌍방 과실’ 결론이 났어요. 우리나라 정부가 물어줘야 할 배상액은 2억 1,650만 달러로, 한화 기준 약 2,900억 원이에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샀어요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우리나라는 대기업들도 줄도산을 했습니다. 재무구조가 부실했거든요. 단순 폐업을 하기엔 너무 컸던 기업들은 헐값에 M&A 시장에 나옵니다. 

이때 ‘한국은 헤지펀드의 놀이터’라고 할 만큼 외국 헤지펀드가 많이 들어왔습니다. 도산한 기업을 싸게 사서 구조조정을 한 뒤, 다시 비싸게 팔려는 목적이었어요. 

론스타는 1999년에 우리나라에 ‘허드슨캠코’라는 부실자산 전문 관리 회사를 설립했어요. 그리고 2003년, 19년 소송의 발단이 되는 일이 있어났습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거예요.

이슈 1: BIS비율

보통 BIS비율(자기자본비율)이 8% 미만인 은행은 부실금융기관으로 분류됩니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100을 곱해서 계산하는데,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 경영이 건전하다는 걸 뜻해요. 

외환은행은 2003년 BIS가 9.45~9.56%였습니다. 그런데 당시에는 외환은행의 BIS가 4.4%였다는 주장이 인정됐어요. 2006년이 돼서야 이 계산이 잘못됐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정부는 잘못된 계산을 바탕으로 국책은행을 헐값에 팔아버린 셈이에요. 

이슈 2: 은산분리원칙 예외규정 

우리나라 법은 금융기관을 산업자본에 넘길 수 없게 되어 있어요. 바로 은산분리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때 산업자본인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팔기 위해 정부는 굳이 예외규정을 만들었습니다. 

‘부실한 금융기관은 산업자본에 팔아넘길 수 있다’는 규정이었어요. 이 규정 때문에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비판이 19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슈 3: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

6조 원이 될 뻔했던 배상금이 2,900억 원으로 깎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입니다. 

론스타는 외환카드를 시세보다 싸게 인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외환카드의 경영상태가 부실하다는 헛소문을 의도적으로 퍼트립니다. 

시장 인식이 나빠진 외환카드의 주가는 떨어졌고, 론스타와 외환은행은 외환카드를 저렴하게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론스타는 2012년 불법 시세조종 행위로 유죄를 인정받았어요.

이슈 4: 우리나라 정부의 승인 지연

주가 조작에 대한 유죄 판결은 2012년에 나왔습니다. 이때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에 3조 9천억 원에 넘기려던 참이었어요. 이전 2007년에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홍콩의 HSBC에 5조 9천억 원대에 팔려다가 실패한 전적이 있고요. 

두 번 다 우리나라 정부가 재매각 승인에 시간을 끌었습니다. 론스타가 ICSID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도 바로 이거예요. HSBC에 제때 팔았다면 약 6조 원을 벌 수 있었는데, 우리나라 정부가 시간을 끌면서 승인을 해주지 않아 손해를 봤다는 겁니다.

첫 번째 시도에는 론스타의 인수 자격이 이슈였어

2007년 홍콩 HSBC에 매각하려고 할 때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이 문제였습니다. 외환은행이 부당하게 부실은행으로 평가받아서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재판 중이었거든요.

이 재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HSBC 매각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HSBC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재판을 끝까지 기다려주긴 어렵다며 협상을 물렀어요.

두 번째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이슈였어요

2011년과 2012년 하나은행에 매각하려고 했을 때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재판 중이었습니다. 여기서 유죄를 선고받으면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기 때문에 외환은행을 팔 수가 없게 되는 상황이었어요. 

재판에선 유죄가 나왔습니다만, 우리나라 정부가 법을 불완전하게 집행하는 바람에 론스타는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팔고 우리나라에서 철수했습니다. 그리고는 론스타는 바로 6조 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 결과가 올해 8월에 나온 거예요.

우리나라가 4.6% 잘못한 승인 지연 

HSBC에 팔려다가 우리나라 정부 때문에 못 팔아 손해를 봤다며 론스타가 제기한 6조 원 소송은 96%가 기각됐습니다. 유일하게 인정된 4%의 우리나라 정부 과실이 바로 2011년과 2012년 벌어진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때 벌어진 일이에요.

ISCID의 판결은 아무리 재판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다지만, 당시 금융위원회는 법적으로 매각 승인을 그렇게 늦출 권한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팔기로 한 날짜보다 늦게 계약이 됐고, 그 사이 외환은행 주가가 떨어져서 6천억 원 정도 손해를 봤거든요. 

다만 실제로 주가조작 유죄 판결이 났으니까 손해액을 50% 깎아서 3천억 원만 지급하라는 게 올해 8월 배상금 3천억 원의 내용이에요.

정부도 금융을 잘 모르던 그 시절

평범한 사람들도 핀테크를 이용해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해외 증시에 접근하고, IT기업들은 외국에 공장을 짓지 않고서도 서비스를 팔 수 있는 시대입니다. 좀 어려운 말로 자본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추세라고 해요. 

하지만 기업들도 각국 정부가 세금과 행정력을 들여 구축한 인프라를 사용하는 만큼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어요. 그래서 국제 자본 이동에 대한 법이 점점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도 그렇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2003년도 그렇고 당시 우리나라는 너무 빨리 성장한 탓에 다들 국제적인 금융경제 지식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답니다. 

이 글을 쓰는 데 참고한 자료

  • 최경규·조성곤·김규란. (2013).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한국정부에 대한 ISD제소. 국제통상연구 제18권 제3호
  • 오현석. (2020). 투자의 적법성과 ISD 관할에 관한 연구(론스타 사건을 중심으로). 법조 제69권 제1호

어피티의 코멘트

  • 정인: 2003년, 외환은행이 순식간에 망하면서 5만 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길거리에 나앉았어요. 회사가 망할 때는 그냥 회사가 망하고 끝인 게 아니라 회사와 함께 하던 직원들도 어려워져요.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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