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1,800만 원 들고 영국 유학 가도 진짜 괜찮을까?

 

 

글, 셀미 님

 

안녕하세요. 저는 영국 본머스 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지금은 런던의 한 프로덕션 회사에서 영상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셀미’라고 합니다. 저는 한국에서 방송작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다큐멘터리, 스튜디오, 매거진 쇼 등 다양한 TV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고 적성에도 잘 맞아서 이대로 평생 방송계에서 일할 줄 알았죠. 하지만 제 마음 한켠에는 늘 ‘해외살이’라는 꿈이 자리 잡고 있었어요. 대학 시절 교환학생을 가지 못한 아쉬움이 마음 깊이 남아있었거든요. 

워킹홀리데이 때 일했던 스포츠 펍, 2018년 월드컵 기간이어서 참가국 국기를 걸어뒀어요, 출처: 셀미 님

 

그러다 어느날 문득 ‘내게 남은 날들 중 지금이 가장 젊은 날이니, 떠나고 싶다면 지금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평소 관심 있었던 나라, 영국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기로 결심했죠. 영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미디어 업계 취업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당시엔 정보도 부족했고 외국인이라 채용될 리 없다는 생각에 시도조차 하지 않고 서비스직에서 일했어요.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일반 기업에 들어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방송국의 활기찬 제작 현장이 그리워지더라고요. 그런데 때마침 영국 정부가 영국 대학 졸업 후 2년 간 구직활동을 할 수 있는 졸업비자(Graduate Visa) 정책을 발표했어요. 그래서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죠. 이번에는 워홀이 아닌 유학을 가서 영국 미디어 프로덕션 업계에 대해 제대로 공부한 후 현지 취업을 시도해 보기로요. 

 

처음 유학을 결심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어요. 부모님의 지원 없이, 회사에 다니며 모은 돈으로 해외 유학을 준비한다는 건 큰 도전이었거든요. 30대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그동안 쌓아온 커리어와 통장 잔고에 큰 영향을 주는 결정을 하는 게 두렵기도 했죠. 학비, 생활비는 물론 졸업 후 진로까지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저는 나름대로 ‘가성비 해외 석사 유학’에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영국 유학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정말 꼼꼼히 알아보고 준비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비로 학위도 따고 포트폴리오도 쌓아 해외 취업까지 이룰 수 있었거든요.

 

아마 저처럼 30대에 인생을 뒤바꾸는 결정을 하고 싶어도 여러 걱정 때문에 망설이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겪은 경험과 알고 있는 정보들을 공유해 드리고 혹시라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드리고 싶어요.

대학교 선택? ‘커리큘럼, 학비, 졸업생 실적’
🎓 세 가지를 꼭 고려하세요 🎓

 

영국 석사 유학이 가성비가 좋다고 말한 가장 큰 이유는 석사 과정이 1년(3학기제)이기 때문이에요.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보통 2년 동안 해야 하는 석사 과정을 영국은 1년 만에 끝낼 수 있거든요. 덕분에 시간도 절약되고, 생활비도 덜 들죠. 학비 자체는 절대 저렴하다고 할 수 없지만, 1년 학비만 내면 되기때문에 총 비용이 확실히 절감돼요.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에요. 2년 과정을 1년으로 압축했기 때문에 학업 강도가 꽤 세답니다. 특히 논문까지 써야 하는 과정이라면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지내야 해요. 또 영국의 생활비(특히 런던)가 꽤 비싼 편이라 이 부분도 고려해야 하죠. 그래서 유학을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유학원에 등록하는 거였어요. 영국 대학이라고 하면 가장 유명한 옥스포드나 캠브릿지밖에 몰랐거든요. 좀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어서 유학원 매니저님과 상담도 하고, 파트너 대학교들의 미디어 관련 코스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봤어요.

 

그렇게 총 4개 학교에 지원했는데, 다행히 모두 합격했습니다. 그 중에서 본머스 대학교를 가게 되었는데 제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어요.

1년 동안 살다시피 했던 본머스 대학교 편집실, 출처: 셀미 님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커리큘럼

  • 제가 유학을 가는 가장 큰 목적은 ‘졸업 후 현지 취업’이었기 때문에 실무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는 학교를 찾았어요. 그래서 지원할 학교를 선정할 때도 졸업 요건이 졸업 논문이 아닌 졸업 작품인 곳으로 골랐죠. 본머스는 3학기 동안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어서 취업용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기에도 딱이었어요.

 

타 학교 대비 저렴한 학비 (2021/22년 코스 기준)

  • 본머스 대학교는 제가 지원했던 4개 학교 중 가장 등록금이 저렴했어요. 게다가 영국 석사는 외국인 유학생이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이 거의 없는데 본머스 대학교는 학부 성적을 기준으로 성적 우수 장학금을 주기도 했죠. 등록금에서 장학금을 제하고 제가 낸 학비는 총 £11,000(당시 한화로 약 1,800만 원) 정도였어요.

    참고로, 함께 합격한 다른 학교들의 등록금은 약 £14,000-17,000 선이었고, 제가 지원하진 않았지만 랭킹이 높고 유명한 학교는 등록금이 그보다 더 높은 경우도 있었어요.

 

미디어 프로덕션 업계 내 학교 평판과 졸업생 실적

  • 영국에서는 보통 러셀그룹(영국의 아이비리그라고 보시면 돼요)이 최상위권 대학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 예산으로는 애초에 고려할 수 없는 수준이었어요. 대신 Complete University GuideThe Guardian University Guide 같은 대학 순위 사이트에서 미디어 전공 순위를 꼼꼼히 찾아보고 The Student Room이라는 현지 학생들의 커뮤니티에서 학교 평판도 알아봤답니다. 

💸 학비 外 영국 유학 준비 시 고려해야 할 비용 (2024년 12월 기준)

 

1) 학교 지원 시

  • 영국 석사를 지원할 땐 영어 성적으로 아이엘츠(IELTS) 점수가 필요해요. 아이엘츠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학교에 지원하고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IELTS for UKVI (Academic and General Training)를 봐야 하고, 응시료는 333,000원이에요. 이 외에 학교에 따라 지원 시 원서비(Application fee)를 받는 곳도 있답니다.

 

2) 비자 신청 시

  • 합격 오퍼를 받고 진학할 학교를 결정했다면 이제 학생비자를 신청해야 해요. 학생비자 신청비는 £490이고 비자 신청 시 건강보험료(IHS, Immigration Health Surcharge)를 함께 납부해야 하는데 학생비자의 경우 IHS fee는 1년에 £776예요. 또, 비자 신청 과정에서 결핵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결핵검사 비용이 약 11만 원 정도 들어요.
 

3) 비자 발급 후

  • 비자를 무사히 발급받았다면 본격적으로 영국에 입국할 준비를 시작해야 해요. 여기서부턴 개인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에요. 영국은 보통 기숙사에 입소하는 게 개인적으로 쉐어하우스를 구해서 사는 것보다 비싸요. 기숙사에서 각종 서비스(리셉션 운영, 학생 대상 파티 개최 등)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단독 원룸에 사는 것보다는 저렴하고 해외생활이 처음인 경우에는 매물 확인, 계약 등 집을 찾는 과정 자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기숙사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그 외에도 준비해야 할 항목으로는 비행기표, 유학생 보험, 예방접종, (학교가 런던 외 지역에 있는 경우) 입국 후 숙소까지의 이동편 예약 등이 있어요.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은 분들을 위해 블로그에 정보를 정리해 두었어요. 워홀, 유학, 취업까지 한 경험을 살려 해외생활에 조언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커피챗도 진행하고 있으니 블로그에서 확인해 보세요.

🎞️ 해 본 경험만 있을 뿐, 실패한 경험은 없다! 🎞️
내 인생 가장 값지게 쓴 1년, 그리고 1800만 원

 본머스 대학교 졸업식 사진, 출처: 셀미 님
 

고민 끝에 선택한 본머스 대학교에서 보낸 1년은 정말 값진 시간이었어요. 계획했던 대로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어 포트폴리오도 쌓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죠. 운이 좋게도 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채용공고를 보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어요. 

다만 석사 학위가 취업을 보장해 주진 않아요. 제 영국인 친구들도 첫 직장을 구하는 데 보통 1년 정도 걸렸고, 외국인 학생들 중에는 좋은 성적으로 졸업했어도 취업하지 못해 본국으로 돌아간 경우도 많았답니다.

하지만 저는 유학의 가치가 취업 성공 여부로만 결정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완전히 다른 환경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내 세계도 그만큼 넓어지거든요. 혹시 잘쓸레터 독자분들 중에 유학을 준비하거나 고민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 값진 경험을 더 알차게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조언을 나누고 싶어요.


첫째,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게 정말 중요해요. 제 경우엔 ‘현지 취업’이 목표였지만, 박사 진학이나 한국에서의 커리어 전환을 꿈꾸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이런 목표가 있으면 힘든 순간이 와도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답니다.

둘째, 학교를 고를 때는 랭킹이나 학비보다 내 목표에 맞는 커리큘럼인지를 먼저 봐야 해요. 취업이 목표라면 실무 중심 과정이, 연구자를 꿈꾼다면 연구 실적이 좋은 학교가 더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셋째,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래도 내가 얻어갈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세요. 저는 취업을 못하더라도 학위, 포트폴리오, 기술, 영어실력은 남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유학을 한 1년 후의 내가 하지 않은 1년 후의 나와는 분명 다를 거라 믿었거든요.

마지막으로 학비 걱정이 크신 분들을 위해 제가 알아본 장학금 정보들을 공유해드리고 싶어요. 영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쉐브닝 장학금이나 관정이종환장학재단, 한국고등교육재단의 해외유학 장학금이 있어요.


유학길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과연 졸업 후에 취업은 할 수 있을지, 그전에 학교 수업은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영국에서 일한 지 벌써 2년이 넘어가네요. 제 이야기가 해외 유학을 꿈꾸시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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