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짜리 사랑보다 오래가는 IRP는 어떨까요

글, 영주 닐슨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성균관대학교 SKKGSB의 교수이자, 퇴직연금 플랫폼 ‘글라이드’를 운영하는 한국퇴직연금데이터의 대표 영주 닐슨입니다. 글라이드는 AI와 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의 라이프 플래닝을 돕는 서비스예요. 나와 가장 잘 맞는 IRP를 찾아주는 ‘IRP 픽커’를 제공하고 있어요.

안정적인 관계를 위해 필요한 ‘경제 개념’
사랑에 빠진 첫 2주는, 그야말로 마법의 구간이에요. 사랑에 빠지면 그 대상이 왜 이렇게 예뻐 보이고, 잘생겨 보이고, 귀엽기까지 한 걸까요? 사실 이건 내 뇌가 연애 호르몬에 취해 현실을 잠깐 잊어버렸기 때문에 가깝죠.

이론적으로는 능력만 된다면 매번 새로운 2주짜리 연애를 반복하는 게 최고예요. 늘 설레고, 새롭고, 책임은 최소화되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달라져요. 흥분감이 어느 순간 공허함으로 바뀌니까요. 집에 돌아와 불을 끄고 누웠을 때, 달콤함 대신 깊은 외로움이 올라오죠. 우리는 결국 ‘정착’을 꿈꾸기 시작해요. 누군가와 2주를 넘기고, 1년을 넘기고, 2년을 넘기면서 비로소 얻는 편안함을 바라죠.

이 편안함의 대가로 인정해야 하는 게 있죠. 예전처럼 무조건 멋져 보이던 마법은 사라진다는 사실이에요. 현실의 모습, 불완전함, 단점들을 함께 받아들여야 해요. 그래도 괜찮아요. 서로를 계속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면서 한 생을 함께 채워가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안정적이고 평온한 관계를 지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바로 경제 개념이에요. 사랑이 연료라면, 경제 개념은 차의 바퀴와 같아요. 연료가 아무리 많아도 바퀴가 없으면 차는 움직이지 않아요.

그리고 여기서 아주 중요한 지점이 있어요. 경제 개념이 중요하다는 건 다 알지만, 막상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기 어렵죠. 여러 가지 방법 중에도 가장 쉬운 접근법을 알려드릴게요. 바로 제도와 구조가 내 편이 되도록 해주는 ‘IRP’입니다.

IRP란 무엇인가요 
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는 말 그대로 개인퇴직연금계좌를 말해요. 이 계좌는 연금저축과 합쳐서 연간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연금저축을 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IRP 하나만으로도 900만 원을 꽉 채워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어요. 반대로 두 계좌를 모두 쓰고 있다면, 둘의 합이 900만 원을 넘지만 않으면 돼요. 총급여가 5500만 원 이하라면 세액공제율은 16.5%예요. IRP에 900만 원을 넣으면 148만5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요.

IRP의 진짜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계좌 안에서 벌어지는 수익은 과세 시점이 뒤로 밀리죠. 과세가 미뤄질수록 복리는 더 크게 작동하는데, 퇴직금까지 이 계좌로 들어오니 노후 준비가 하나로 통합돼요.

노후도 챙기고 내 집 마련도 돕는 IRP
사람들의 지금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바로 내 집 마련이에요. IRP는 원칙적으로 만 55세 이전에는 인출이 안 되는 계좌예요. 그런데 정말 급한 사정이 생기면 중도인출이 허용돼요. 하지만 여기에는 대가가 따르죠. IRP를 중간에 깨서 꺼내 쓰는 순간, 그동안 연말정산에서 받았던 세액공제 혜택과 계좌 안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기타소득세 16.5%가 붙어요. 사실상 혜택받은 것을 대부분 돌려줘야 해요. 그래서 IRP를 깨는 건 정말 마지막 카드여야 하죠.

그런데 집 문제만큼은 예외예요. 무주택자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임차보증금을 마련해야 할 때는 IRP를 통째로 해지하지 않고도 일부만 중도인출할 수 있어요. 그러나 중도인출이 가능할 뿐, 세금은 냅니다. 세액공제 받은 납입금과 그 위에 쌓인 수익에는 여전히 약 16.5%의 세금이 붙어요. 다만, 집 마련은 국가가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이기 때문에 계좌를 완전히 해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큰 차이예요.

다르게 말하면, IRP는 당장은 내 집 마련도 돕고, 미래에는 내 노후까지 챙기라는 제도적 장치인 셈이에요. 


IRP는 어디서 어떻게 만드는 게 좋을까요
IRP는 41개의 은행, 증권, 보험사에서 만들 수 있는 상품이에요. 그런데 이 IRP는 이름만 같을 뿐, 속은 완전히 다릅니다.

첫째, 금융사마다 IRP 안에서 투자할 수 있는 상품 구성이 모두 달라요. 내가 어떤 상품에 투자하고 싶은지에 따라 선택해야 하는 금융사가 달라져요. 같은 IRP여도, 내용물은 금융사마다 전부 달라요.

둘째, 내가 직접 투자를 하지 않으면 IRP는 일정 기간 후 ‘디폴트옵션’으로 자동 투자돼요. 금융사마다 디폴트옵션의 위험 수준도 다르고, 기대수익률도 다르고, 어떤 펀드로 채워져 있는지까지 모두 달라요. 디폴트옵션은 IRP의 ‘자동 모드’이지만, 자동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맡겨둬도 되는 건 아니에요.

내가 어떤 금융사에서 IRP를 만드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오는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바로 디폴트옵션이에요. 그러니 디폴트옵션을 모른 채 IRP를 만든다는 것은 메뉴판을 보지 않고 아무 식당에 들어가 주문하는 것과 비슷해요.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먹는 셈이에요. 처음에 조금 품이 들더라도 비교 분석을 통해 나에게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합니다.

IRP는 장기전이에요
IRP는 그저 어디에서 만들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에서 만들고, 무엇을 담고,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요. 10년 뒤, 20년 뒤 내 삶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한마디로 말하면 IRP는 장기전입니다.

IRP에 돈이 쌓이는 것을 보면, 마음이 덜 불안해지고 자신감도 쌓을 수 있어요. 돈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면, 사람은 관계에서도 훨씬 더 안정적이고 너그러워져요. 경제적 여유는 감정의 여유를 만드니까요. 감정의 여유는 싸움을 줄이고 관계를 지켜줘요. 나를 위해, 그리고 함께 오래 가고 싶은 사람과의 관계를 지키기 위해 지금의 삶에 아주 작은 질서를 하나 더하는 마음으로 IRP를 시작해보시면 좋겠습니다.


💌 <IRP 사용설명서>는 다음주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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