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혼란에 빠졌고,
계엄령 선포 즉시 원-달러 환율은 1달러에 1,427원으로 치솟았어요. 자정을 넘기면서는 1,446.50원을 넘겼는데 4일 오늘 장이 열리기 전까지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원화 가치가 급락해 환율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해외 증시에서 우리나라 시장을 추종하는 ETF 등 각종 금융상품 수익률도 가파르게 떨어지는 중입니다. 정치적 불안정성은 시장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에요. 국가신용도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 국채와 회사채 금리에 자금 손실 리스크를 반영한 가산 금리가 더해질 확률이 높아요. 그렇다면 앞으로 정부와 기업의 자금 조달에도 부담이 얹히게 됩니다.
경제부처도 당황했어요
비상 상황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등 중앙의 경제부처는 아무런 메시지도 내지 못하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3일 오후 11시 40분, 경제부총리는 한국은행 총재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위원장(F4)을 소집, 간담회를 가졌어요. F4는 4일 오늘부터 매일 거시경제와 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어 위기관리 체계를 상시화하고, 구체적인 시장 안정 조치는 오전부터 신속하게 발표하겠다고 전했어요. 또, 시장에서 여파가 이어질 이번 사태의 불안 요인에 대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가능한 금융·외환 안정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도 밝혔어요. 다만 한국거래소는 4일 새벽 기준, 증시 운영 여부를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외신도 우리나라의 상황을 주시하며 속보로 다루고 있어요.
‘서울의 밤’은 혼란스러웠어요
4일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국회가 요구한 계엄 해제 요구가 의결되었습니다. 이로써 3일 10시 23분 선포한 비상계엄령은 완전히 해제되었어요. 계엄사령부는 철수하고 군인들은 원래 부대로 복귀했습니다. 이제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 이번 사태의 옳고 그름을 가릴 일이 남았어요. 법조계는 일부 국무위원과 국회에 진입한 군인을 포함해 이번 사태에 가담한 인사들을 내란죄 및 군형법상 반란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 입법부는 의회(국회)이며, 의회는 선거로 선출된 국회의원이 구성해요. 행정부는 역시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국무를 담당할 국무위원(장관 등)을 뽑아 구성합니다.
야당은 ‘준비된 내란’이라고 주장해요
비상계엄령을 적법하게 선포하려면 헌법 제89조에 의거, 국무회의를 거쳐 의결한 후 즉시 국회에 통보해야 해요. 현재 사전에 국무회의가 열린 적이 없다는 보도와 국무회의는 열렸으나 대다수가 반대했다는 보도가 함께 나오고 있어요. 무장한 군인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은 것까지 이번 사태에는 여러모로 위헌 소지가 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어요. 4일 저녁 국무위원들은 용산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전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가능성을 지난 9월부터 수차례 주장한 바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계엄령 추가 선포 시도가 우려된다며 대통령을 포함,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어요. 국정 마비가 우려돼 빠른 수습이 필요한 가운데 여당은 대통령 탈당 요구와 탄핵 소추 여부를 두고 내분을 벌였어요.
최악의 사태 면했지만, 시장엔 후유증이 남았어요
사태가 일단락됨에 따라 5일 증시는 오전 9시 정상적으로 개장했어요. 그러나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지수에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부분 주가가 떨어졌습니다. 특히 이번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이었던 ‘K밸류업’ 수혜주인 금융주들의 낙폭이 5~6%대로 컸어요. 해외 시장에서 거래되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 주가는 폭락하다가 낙폭이 다소 진정되는 모양이에요. 코스피는 2500선을 내주며 시작해 끝내 2464로 마감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개장 1시간 만에 코스피에서 현물과 선물을 합해 총 6200억 원 어치를 매도했어요. 다만 단기적으로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고 볼 수 있어요. 뱅크런이 일어나거나 증시가 정말 ‘바닥’을 치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중장기적인 장애물이 잔뜩 생겼습니다. 내각이 총사퇴하며 사실상 국정 마비 상태여서 주요 부처 일정은 물론 정부사업과 각종 프로젝트가 멈췄고,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가 크게 떨어졌어요. 해외 자본과 바이어들의 잇단 투자 취소도 걱정됩니다. 신용평가사 S&P는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이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미국 대선 결과와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국제적 긴장이 감도는 시기에 우리나라 경제엔 엎친 데 덮친 격이에요.
미국 정부의 반응은 한마디로 당황스럽다는 것이었어요. 뉴욕타임스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시험했다고 분석하는 기사를 내기도 했어요. 주한미국대사는 4일 어제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통화에서 ‘현재 상황이 잘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며 ‘한미동맹은 여전히 굳건하다’고 전했어요. 다른 외신들도 ‘도대체 이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고 걱정스러운 면이 남아 있지만, 한국에서는 국회가 힘이 있고 시민의 지지를 받으며,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안심된다’는 대체로 비슷한 기조를 보였어요. 내란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폭동과 소요 없이 시민의 일상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높이 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