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원으로 중고 DSLR 구매했다! 이번 봄엔 2000년대 감성 빈티지 디카로 ‘디놀’ 해 볼까?

📌필진 소개: 잘쓸레터 객원 에디터 프로젝트 ‘잘쓸레옹’의 두리틀입니다. 저는 중고를 좋아하고 집에 중고 물건이 새것보다 더 많은 삶을 살고 있어요. 물건을 구매할 때도 새것을 사기 전에 중고를 먼저 알아보는 편이에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쓰레기 줄이는 모임에서 활동하고, 해변정화활동이나 줍깅과 같은 캠페인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레트로 열풍을 타고 MZ세대 사이에서 Y2K에 대한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어요. 그 시절 감성을 되살리겠다며 기껏 찍은 고화질 사진에 노이즈를 입히거나, 옛날 TV 화면 비율에 맞춰 영상을 편집하는 게 유행이죠. 코닥에서는 키링용 저화질 카메라를 출시해 큰 인기를 얻기도 했어요. 인기를 증명하듯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도 2000년대 감성 가득한 디카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는 걸 볼 수 있는데, 어떤 건 오히려 신제품보다 비싸기도 해요.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디놀’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는데요. ‘디카’와 ‘놀이’를 합쳐서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놀러 다니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요. 사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시대죠.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다시 불편한 옛날 기계를 찾고 거기에 열광하는 걸까요?

빈티지 미놀타 카메라로 촬영한 풍경 ©두리틀


저는 그 이유가 ‘손맛’에 있다고 생각해요. 다이얼을 돌려야 하고, 셔터를 직접 눌러야 하는 아날로그적인 촉감, 폰카의 선명함 대신 살짝 탁한 색감에서 느껴지는 정서. 그런 것들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마음을 두드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부터 제가 직접 구매한 중고 빈티지 카메라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해요. 이번 봄, ‘디놀’ 하고 싶은 독자님들을 위해 빈티지 디카를 구매할 때 고려하면 좋을 가이드까지 모두 알려드릴게요!

📷 카메라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 ‘미놀타’를 아시나요?

첫 빈티지 카메라는 아내의 생일선물로 구매한 필름카메라였어요. 입문용으로 좋은 필름카메라를 물색하며 카메라 공부를 시작했고, 그 결과 구매한 것은 ‘미놀타 X-700’이라는 카메라였어요.

미놀타 X-700 필름카메라와 코닥 이안식카메라 ©두리틀

미놀타X700(SLR)은 SLR(일안반사식) 방식의 카메라로, 특유의 물 빠진 색감이 매력적인 기종이에요. 그러나 비싼 필름 인화값과 무거운 무게로 카메라는 집 안 한쪽에 자리 잡게 되었죠. 사실 아내가 가지고 싶었던 건 인테리어용 TLR(이안식카메라) 카메라라고 하더라고요. 결국, 미놀타 필름카메라는 새 주인을 찾아주고 아내에게는 빈티지 코닥카메라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습니다. 

💡 여기서 잠깐!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카메라 상식: SLR vs TLR
필름카메라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용어가 바로 ‘반사식(Reflex)’입니다. 거울을 통해 피사체를 본다는 뜻인데, 렌즈가 하나냐 두 개냐에 따라 결과물이 완전히 달라져요. 
  • 일안반사식(SLR)은 우리가 흔히 아는 카메라의 형태로, 렌즈 하나를 통해 들어온 빛을 내부 거울로 반사해 뷰파인더로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죠. 눈을 대고 찍는 아이레벨(Eye-level) 방식이라 직관적이고, 렌즈가 보는 그대로가 사진에 찍히기 때문에 구도를 잡기 편해요.
  • 이안반사식(TLR)은 렌즈가 위아래로 두 개 달려 있는데 눈을 대는 게 아니라, 카메라 윗부분을 열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웨이스트 레벨(Waist-level) 뷰파인더를 사용해야 해요. 특유의 클래식한 박스 모양의 디자인 덕분에 그 자체로 완벽한 장식용 오브제가 되기도 하지만, 촬영이 까다로운 편이죠.

저는 이때의 경험으로, 빈티지 카메라의 세계에 더욱 빠지게 되며 20년 넘은 빈티지 디카를 구매하게 됐어요. 바로 ‘미놀타 Dimage A2’(2004)입니다.

초기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 시대를 마무리하고 디지털의 문을 여는 거대한 전환점이었습니다. 당시 제조사들은 어떻게든 디지털 센서로 필름의 감성을 재현하려 애썼고, 그 과정에서 탄생한 구식 센서(CCD) 특유의 짙고 진한 색감은 지금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미놀타 Dimage A2도 그런 매력을 잔뜩 갖추고 있는 기종이랍니다.
미놀타 Dimage A2 ©두리틀

특이한 생김새에 필름카메라의 특성을 본뜬 디테일을 가졌고, 손톱만한 센서로 화소를 극대화한 옹골찬 모델이죠. 하지만 800만 화소에 ‘ISO’감도도 밑바닥이라 조금만 어두워도 촬영본의 노이즈가 심했답니다. 그럼에도 제가 미놀타의 빈티지 디카를 구매한 이유는 따로 있었답니다.

미놀타라는 브랜드는 카메라 역사에서 ‘비운의 천재’ 같은 존재예요. 카메라에 조금이라도 깊게 발을 들이면 미놀타의 혁신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죠.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쓰는 버튼만 누르면 초점이 잡히는 AF(자동 초점)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곳이 미놀타고요. 요즘 웬만한 카메라나 폰에 다 들어있는 ‘바디 내장형 손 떨림 방지’ 기술을 최초로 개발해 세상에 내놓은 것도 바로 이 미놀타예요. 훗날 미놀타의 카메라 사업부가 소니로 넘어가면서 지금의 ‘소니 알파’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거죠.

저는 숙고 끝에 구매한 미놀타 Dimage A2로 셔터 스피드, 조리개 값을 직접 다이얼로 돌려가며 ‘노출의 3요소’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쓰다 보니 한계도 명확해지더군요. 렌즈를 바꿔 끼울 수 없다는 답답함, 그리고 실제 거울을 통해 피사체를 보는 게 아니라 작은 LCD를 통해 봐야 하는 전자식 뷰파인더 때문에 눈이 금방 피로해졌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렌즈를 갈아 끼울 수 있는 DSLR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는 빈티지 필름카메라, 디지털카메라, DSLR까지 모두 섭렵하면서 제가 세운 구매 기준을 소개해볼게요. 

실패 없는 ‘디놀’을 위한 빈티지 카메라 구매 가이드
  • 대성과 목적을 먼저 생각하세요
    DSLR이 물론 좋긴 하지만, 렌즈 무게와 부피가 부담될 수 있습니다. 렌즈의 성능이나 특성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기도 해서, 렌즈에 돈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작은 비용으로 시작한 취미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어요. 그래서 가볍게, 휴대성 좋게 사용하실 분들에게는 ‘올림푸스’나 ‘파나소닉’의 작고 귀여운 ‘똑딱이’ 디카, 또는 ‘소니’의 미러리스를 추천합니다. 휴대성이 좋아야 창고행을 면할 수 있거든요.

  • ‘CCD 센서’인지 확인하세요
    빈티지 특유의 필름 느낌을 원한다면 요즘의 CMOS 센서가 아닌, 구형 CCD 센서가 탑재된 모델인지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보통 2000년대 중반 모델들이 많아요.) CMOS 센서는 어두운 환경에서도 잘 찍혀서 그 나름의 장점이 있어요. 또, 연식이 너무 오래된 기기는 센서 자체가 부식되어 화면이 지지직거리거나 색이 깨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세요. 

  • 배터리와 메모리카드는 필수 체크!
    단종된 전용 배터리는 구하기 힘들고 비싸기 때문에 쉽게 방전되지는 않는지 확인하세요. 그리고 옛날 기기는 요즘의 고용량 SD카드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메모리 카드 규격을 꼭 확인해야 해요. 저는 미놀타 카메라와 같은 CF 카드를 사용하는 모델을 찾았어요.

  • 카메라 기본 사양을 살펴보세요
    얼마나 빨리 찍히는지 관장하는 셔터스피드값, 빛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심도가 결정되는 조리갯값, 빛에 대응해 노이즈의 정도가 오르내리는 ISO 사양을 기본적으로 보시고 나에게 맞는 카메라를 결정하세요. 어쨌든 카메라는 촬영 결과물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 국내에 서비스 센터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중고 제품이다보니, 되도록 하자 없는 깨끗한 물건을 현장에서 확인해보시고 구매하세요. 기능 모두 테스트 해보는 것은 당연히 어렵겠지만 버튼 조작이 잘 작동하는지 배터리 부분이나 가장 중요한 렌즈에 흠이나 곰팡이는 없는지 살펴보세요. 고장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국내에 서비스센터가 있는 브랜드의 제품이라면 A/S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어요
니콘 쿨픽스 S51, 캐논 파워샷 A95, 삼성 케녹스 v10

📸 시기별 인기 빈티지 디카 모델
  • 2000년대 초반 기기들은 화소 수는 낮지만(200~400만 화소), 디자인이 독특하고 결과물도 깜찍해요. 대표적으로 소니 사이버샷 시리즈, 캐논 파워샷 등이 있어요.
  • 2005년 ~ 2007년에 등장한 기기들은 지금 가장 인기가 많은 모델들인데요. 적당한 화소(500~800만)와 슬림하고 예쁜 디자인 때문에 들고 다니기 좋아요. 캐논 익서스, 삼성 케녹스 시리즈, 니콘 쿨픽스 S 시리즈가 인기가 많아요. 

저는 저만의 기준을 세워 (본체와 렌즈 합쳐 20만 원 전후, CCD 센서 탑재, 광학 뷰파인더일 것, 빠른 저장속도, CF카드 사용 가능) 조건에 맞는 모델을 열심히 찾았는데요. 이 기준을 거의 만족한 카메라가 바로 니콘 D200이었어요. 2005년 출시 모델이고, 저는 중고로 본체 15만 원, 렌즈 7만 원에 구입했어요.

니콘 D200 ©두리틀


사실, 니콘D200을 구매했을 때도 한동안 적응기간이 필요했어요. 니콘D200의 첫인상은 ‘견고하다’는 거였어요. 미놀타 디지털카메라가 잘 만들어진 장난감처럼 느껴질 정도로 만듦새가 탄탄하니 좋았습니다. 물이나 먼지에 대한 내구성도 뛰어나고, 아파트처럼 단단한 몸체에, 노출의 3요소를 조작할 수 있는 버튼들의 직관성과 조작 편의성은 미놀타 못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오래된 니콘의 렌즈들도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어요. 센서 크기만 제외하면 전문가용이나 다름없는 완성도를 자랑했죠. 하지만, 몸체만 840그램인데다 렌즈 무게까지 하면 손목이 저리고 목에 걸면 담이 올 것 같은 충격적인 무게였습니다. 


또, 그 시절 디카라면 다 있는 줄 알았던 ‘손떨림 방지 기능’이 그 당시 니콘 카메라에는 없더라고요. 덕분에 손 떨지 않고 사진 찍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후면에 큰 LCD을 보며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라이브뷰’ 기능이 없어 거울에 비치는 작은 광학식 뷰파인더 ‘확인창’에 눈을 가까이 대고서만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도 당황스러웠고요.

니콘 D200으로 촬영한 풍경 ©두리틀


그러나 촬영 시 빠른 반응과 처리속도, 그리고 촬영 결과물을 보면 아쉬움이 달래졌어요. 아무리 다른 사람들의 후기나 설명서를 충분히 살펴보고 구매해도 막상 사용해보면 어떤 카메라든 아쉬움이 생기기 마련이죠. 완벽한 물건을 찾으려고 하면 끝이 없기에, 단점도 매력으로 받아들이고 잘 사용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사진을 많이 찍다 보니 전문 작가들의 작업 방식이 궁금해지고, 자연스럽게 여러 기법과 장비를 익히게 되었어요. 셔터를 길게 열어 놓는 장노출에 필요한 필터나 밤 사진을 위한 필터, 순정만화처럼 뽀샤시하게 사진을 만들어주는 화이트미스트 필터, 영화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블랙미스트 필터, 인물이나 멀리 있는 동물을 찍는 망원렌즈 등이 대표적이죠. 더 세분되고 전문화된 영역으로 들어가면 카메라에 장착하는 장비와 필터의 종류는 훨씬 더 많아져요. 사진 촬영은 알면 알수록 세계가 넓어지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취미인 것 같아요.


사진 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과물이지만 그 과정이 주는 매력도 상당해요. 셔터를 누르는 순간순간에 구도와 빛을 생각하며 몰입하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미래에 대한 불안은 사라지고 현재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독자님들도 이번 봄에는 중고 빈티지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멋진 ‘몰입’의 순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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