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피티 인생극장
🔥 <더 글로리> 특집 🔥
복수할 ‘돈’은 어디서 났을까?
글, 정인
📌 경제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작품을 어피티가 소개한다? 네, 그렇습니다. <어피티 인생극장>은 드라마, 영화를 주제로 경제 이야기를 줄줄 떠드는 시리즈로 기획되었어요. 스포일러 없이 영화 추천도 받고 얼떨결에 경제상식도 얻어갈 수 있는 어피티 인생극장 시리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장르: 복수, 범죄, 드라마, 피카레스크
추천인: 정인
정인의 별점: ⭐⭐⭐⭐
JYP: <더 글로리>에… 경제 이야기라고 할 만한 게 있나요? 아무리 재밌고 유명해도 저희와 결이 맞아야…
정인: 저는 잊을 수가 없어요.
JYP: 무엇을요?
정인: 어렸을 때, <경찰청 사람들>에서 중국집 배달기사로 위장한 불법 과외 선생님이 볶음밥 밑에 과외 교재를 챙겨서 몰래 들어가던 장면을 말이죠!
JYP: 갑자기?!
“멋지다, 연진아!”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송혜교 주연의 피카레스크 복수극입니다. 피카레스크는 등장인물이 모조리 악한 사람들인 장르예요. 주인공도 빌런, 상대역도 빌런입니다. 대개 주인공 입장에서 내가 왜 이런 빌런이 되었는지 고백하는 형태로 극이 진행되지요.
<더 글로리>는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이 고등학생 때 학교폭력을 당한한 이후, 가해자인 박연진(임지연 분)과 그 일당에게 복수해 나가는 스토리예요. 피카레스크 구성답게 문동은의 독백이 많이 나옵니다.
“네 덕분이야 연진아. 이런 순간이 놀랍지도 않은 거. 도대체 니들은 날 어떻게 알아보는 걸까.”
“2015년 그해 봄이 난 참 좋았어. 난 두 번의 도전 끝에 임용에 붙었고. 넌 고맙게도 엄마가 됐으니까. 가을에 태어날 네 아이의 이름을 난 백 개도 넘게 지어봤어. 건배도 내가 대신했어. 타락할 나를 위해, 그리고… 추락할 너를 위해.”
동은이는 복수를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합니다. 준비 과정에서 시간도, 노력도, 돈도 참 많이 들이죠. 역시 돈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세상인 걸까요?
동은이가 그 돈을 다 어디서 벌었는지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아요.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하나 나오는 거라면 과외와 관련된 일들이에요.
“(문자) 주말에 수학보강 가능하세요? 모의고사 대비요. 페이는 부르시는대로 드릴게요” – 고1 박승훈 어머님
<더 글로리>의 본격적인 복수 준비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요.
JYP: 잠깐만요. 아무리 과외라지만 저 많은 돈을 다 그것만으로 벌긴 힘든 거 아녜요? 무슨 80년대 불법과외도 아니고요.
인생극장의 ‘딴 얘기’,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
2022년 기준, 26조 원에 달한다는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 OECD 회원국 중 대학 전공과 직업 선택 사이 상관관계가 사실상 제로(0)인 유일한 국가지만, 사교육 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말을 한 번 뒤집으면, 사교육 시장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도 많다는 뜻이에요.
동은이는 과외를 열심히 합니다. 동은이가 얼마를 버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의대생에게 과외를 받으려면 월 100만 원 정도 들인다는 기사가 있었어요.
JYP: 전문 과외선생님이 주 2회 총 4시간 과외를 하고 100만 원 받는면 모르겠는데, 대학생들은 자기 공부도 해야 하니까 한 달에 서너 학생 이상은 무리 아닐까요?
정인: 그러네요. 월세도 나날이 높아져서 서울 아파트 월세 평균 92만 원 나오는 시대인데, 그 돈으로 재벌 2세한테 복수할 만큼 모으기는 무리겠는데요. 하지만 시대 배경이 1980년대라면 과외로 강남에 아파트를 살 수 있었을 거예요. 그렇게 투자를 시작해서 건물도 사고… 복수도 하고…
1980년대에는 과외해서 아파트를 샀다?
불법행위는 적발됐을 때 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리스크가 있어서 대체로 합법적인 거래보다 가격이 높습니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과외는 물론 학원까지 완전히 불법이었어요.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이 부담스럽고, 학생 사이에서도 불건전한 경쟁이 과하게 생겨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정책이었습니다.
1980년 7월 30일에 과외는 금지됐다가 1989년 2월 2일, 약 8년만에 다시 허용됐습니다. 이 기간동안 불법 과외 시세는 어마어마하게 올라서 과목당 250만 원까지 오가기도 했습니다.
1989년 2월, 폭등 중이었던 강남구 청담동 한양아파트 32평형 시세는 9,500만 원에서 1억 500만 원. 월세는 30만 원 안팎이었습니다.
학생 3명에게 최고액으로 불법 과외를 해준다고 하면 한 달에 750만 원이에요. 생활비를 써가며 모은다고 해도 2년 정도 모으면 최고 입지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입니다.
물론 이렇게 받을 수 있는 과외 선생님은 아주 적었겠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불법으로라도) 과외가 인생을 바꿀 수 있을 만큼 큰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었다는 거죠.
중국의 사교육도 만만치 않다?
사교육 시장이 매년 크게 성장했던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의 사교육 시장은 369조 원이나 되는 규모를 자랑했어요. 여기 투자했던 기업과 펀드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2021년 7월 21일, 중국 공산당은 사교육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사교육을 금지하다시피 했어요.
JYP: 중국의 사교육 금지 조치는 성공적이었나요?
정인: 아까 말씀하신 우리나라 80년대처럼 변하고 있다네요. 불법 과외 시장이 생겨나서 불과 1, 2년 만에 과외비용이 6배 올랐대요. 입주 과외선생님까지 생겨났다는데요.
중국의 사교육 금지를 저출생 대책으로 보는 시각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번에, 사교육비 증가가 실제로 자녀 생산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거대한 수요를 강압적으로 누르면 지하 시장이 생길 위험도 있어요.
영화 내용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한참 했네요. <더 글로리> 시즌1은 복수가 한창일 때 끝났고, 최근에 시즌2가 공개되었습니다.
그래서 연진이는 동은이에게 사과를 하게 될까요? 죽으면 죽었지 사과만은 안 할까요?
<더 글로리>를 볼 수 있는 OTT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