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신규 상장기업과 관련된 소식들이 많았죠. SK바이오팜부터 시작해, 카카오게임즈, 빅히트까지.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뉴스부터 시작해, 수요 예측, 공모가 책정, 공모주 청약 등 본격적으로 상장 준비에 들어가면서 밟게 되는 전 과정이 항상 핫이슈가 되곤 했는데요. 사실 투자자들이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하는 건 ‘상장 후’의 일들입니다. 내 투자금과 직결된 문제가 몇 가지 남아있거든요.
오늘 어피티슈에서 소개해 드릴 이슈는 ‘의무보호예수’, ‘의무보유확약’ 입니다. 최근에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주가가 내려간 이유, 앞으로 빅히트의 주가가 하락 구간을 맞이할 수 있는 이유와도 관련된 내용이죠. 상장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에 투자하고 계신 분들은 더 주목해야 합니다. 카카오뱅크 등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에 관심 있는 분들도 마찬가지고요.
최대주주 주식은
당분간 Lock up 🔐
의무보호예수(保護預受). ‘보호하다(보호) + 맡기다(예) + 받다(수)’로 구성된 한자어입니다. 여기서 ‘예수’는 귀중품, 유가증권 등 어떤 것(주로 가치 있는 것)을 금융회사가 보관하는 것을 뜻해요. 금고에 귀중품을 넣어 맡겨두는 것과 비슷하죠.
우리나라 증권시장에는 어떤 요건에 해당하는 주주가 일정 기간 동안 보유한 주식을 매매하지 않도록 제한하는 ‘주식매도제한(Lock up)’이 있습니다. 회사의 주식과 관련된 큰 이슈가 생겼을 때, 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주식을 팔지 못 하도록 막아주는 장치예요.
대표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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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상장하면서,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그 기업의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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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다른 기업에 인수 또는 합병돼, 회사의 주식이 대량으로 제3자에게 배정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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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유상증자를 통해, 주식을 더 찍어내는 등
등의 이슈가 생겼을 때 작동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주주가 자신이 보유한 주식을 사고파는 걸 막을 수 없습니다. 주주가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하는 거니까요. 다만, 위의 사례처럼 특수한 경우에는 규제가 적용되기도 합니다. 소액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예요. 주식 가격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어야 하는 시기에 기존 주주가 너도나도 주식을 팔아버리면, 주가 하락 등으로 많은 투자자에게 피해가 갈 수 있거든요.
의무보호예수는 ‘주식매도제한’을 실현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입니다. 기업의 주식을 많이 가진 최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투자자 등)이 일정 기간 주식을 매도하지 않도록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거죠.
의무보호예수 기간은 어떤 증권시장인지에 따라 다른데요.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기업의 경우 6개월, 코스닥(KOSDAQ) 상장기업의 경우 1년으로 정해져 있어요. 코스피에 상장돼있는 SK바이오팜과 빅히트는 6개월, 코스닥에 상장돼있는 카카오게임즈는 1년 뒤에 의무보호예수가 풀리는 거죠. 이 기간이 지나면 그간 주식 거래가 제한됐던 주주들도 주식시장에서 자기 몫의 주식을 팔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정 기간
매매가 제한된 주식은 한국예탁결제원이 맡아서 보관합니다. ‘예수’라는 단어가 사용된 이유죠. 요즘에는
전자 증권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이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없는데요. 예전에는 종이 주식을 한국예탁결제원에 맡겨놓고,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면 돌려받곤 했답니다.
공모주 많이 줬으니
‘이 기간’ 동안 팔지 마! ❌
의무보유확약은 어떤 것을 의무적으로 갖고 있도록 확실하게 약속하는 것을 뜻합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겠다는 약속을 뜻해요. 기업이 상장하기 전, 공모주를 기관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단계에서 확약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배경부터 설명해볼게요.
기업이 상장하기 전, ‘
수요예측’이라는 절차가 있죠. 말 그대로 은행이나 증권사, 보험사,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를 통해 투자 수요를 예측하는 단계입니다.
“우리 회사가 상장하면 한 주당 얼마에, 몇 주 살래?” 하고 물어보는 과정이라 생각하시면 돼요.
이때 기관 투자자는 아무렇게나 가격을 적어내는 건 아니고, 상장을 앞둔 기업에서 제시한 ‘공모희망가격 구간(밴드)’ 이내에서 가격을 정하게 됩니다. “우리는 너네 주식 한 주당 얼마에, 총 몇 주 살래!” 하고 수요를 제출하는 거죠. 이때 중요한 건 ‘수량’입니다. 수요를 제출하는 순간, 최종 공모주 가격이 얼마로 책정되던 공모주를 배정받는 데 동의한 셈이 되거든요.
수요 예측이 끝나면 기업과 주관회사가 협의를 통해 공모주 가격을 결정합니다. 그리고 각 기관투자자에게 몇 주씩 줄지 ‘배정 물량’을 결정하게 돼요. 이때 각 기관투자자가 어떤 기업인지(투자성향, 공모주 참여실적 등), 공모주 가격을 얼마로 제시했는지, 의무보유기간은 얼마간으로 잡았는지 고려하게 됩니다.
의무보유기간은 상장일을 기준으로 15일, 1개월, 3개월, 6개월의 네 구간으로 나뉩니다. 보통 공모주 시장에서는 의무보유기간을 길게 설정한 기관이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해줘요. 물량을 많이 받는 대신, 받은 물량을 더 오랜 기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거죠.
만약 기관투자자가 의무보유확약을 지키지 않고 기간 내에 주식을 팔면 ‘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가 됩니다. 그럼 일정 기간 동안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어요.
봉인이 해제되면
나타나는 일 🗝
기업이 상장한다는 건 기업의 주식을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사고팔 수 있게 시장에 내놓는다는 뜻이죠. 이때 기업이 주식시장에 등록한 주식을 두고 ‘상장주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상장주식이 모두 거래가 가능한 상태인 건 아닙니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어떤 사유 때문에 시장에 풀리지 않고 묶여있는 주식이 있거든요.
이렇게 묶여있는 주식을 제외하고, 시장에서 실제로 유통되는 주식을 두고 ‘유통주식’이라고 합니다.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일부 제품은 창고에 묶어놓고, 나머지 제품만 시장에 풀어 사고팔 수 있게 해놓은 걸 생각하면 돼요.
최대주주의 의무보호예수 기간이나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확약 기간이 만료되면 묶여있던 주식이 시장에 풀리게 됩니다. 갑자기 공급량이 확 늘어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물량이 부족해 웃돈을 줘야 살 수 있었던 ‘허니버터칩’을 떠올리면 됩니다. 초기에는 공급량이 부족해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나중에는 전용 공장도 지어지고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물량이 남아돌기 시작했죠.
그래서 주가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궁금하실 텐데요. 학창 시절에 배운 ‘수요공급 곡선’을 떠올려봅시다. 이 이론에 따르면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됩니다. 수요가 동일할 때,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낮아지죠. 주식시장 역시 마찬가지예요. 묶여있던 주식이 시장에 ‘매도 물량’으로 나오게 되면 가격은 내려갈 수밖에 없어요.
SK바이오팜은 지난 10월 5일, ‘3개월 의무보유확약’ 기간이
만료됐습니다. 이 확약에 묶여있던 주식 170만 5,534주가 시장에 추가로 유통되기 시작했어요. SK바이오팜은 전체 의무보유확약 물량 중 3개월로 묶인 물량이 가장 많았습니다.
결국 이날 주가가 조정을 받으며 10.22% 하락했어요. 카카오게임즈 역시 지난 12일, 1개월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시장에 유통되면서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물론 의무보호예수, 의무보유확약 기간이 끝나더라도 최대주주나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팔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럼 큰 상관이 없지만, 유통주식의 물량이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인 건 사실이에요.
이건 모두
미리 알 수 있는 정보 📑
신규 상장기업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들은 모두 ‘투자설명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사로 정리돼 나오기도 하지만 투자설명서 원문을 직접 찾아보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해요. 투자설명서 등 기업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공시됩니다. 10월 15일에 상장한 빅히트는 이미 9월 28일에
투자설명서를 올려두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