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손아귀속주식
기업의 가계부를 ‘재무제표’라고 부릅니다
글, 김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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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설계사를 만났습니다
어느 날, 저희 부부는 재무설계사를 만났습니다.
재무설계사는 자기 소개를 한 뒤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상담 때 필요한 서류와 정보에 대해 일러주었습니다. 원천징수영수증과 부부의 각자 수입, 지출을 자세히 기록한 가계부를 이메일로 보내 달라고 했어요.
‘모아 놓은 돈이 있어야 재무설계를 하지. 바쁜 와중에 이렇게 세세하게 가계부를 적어서 남에게 보여줘야 하나. ’
저는 속으로 불만이 가득했어요. 수입에서 대출 상환금 등 각종 지출을 빼고 남은 현금 흐름 상황 등을 남에게 보여주려니 뭔가 발가벗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두 번째 상담을 받게 됐어요
신혼부부였던 우리에게, 재무설계사가 강조한 것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지출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금성 여윳돈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긴축재정을 유지하다가도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기면 예금을 깨거나 대출 또는 마이너스 통장을 쓰게 될 테니 말이죠.
우리도 몰랐던 통장의 실상을 재무설계사는 꿰뚫어 보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희는 휴가 때면 해외여행을 떠났고, 경조사와 품위 유지비는 예고 없이 잔고를 비워가며 쓰고 있었거든요.
기업의 가계부를 ‘재무제표’라고 부릅니다
상장한 기업이라면 분기별로 가계부를 공개해야 합니다. 기업의 가계부를 ‘재무제표’라고 부릅니다. 재무제표에는 회삿돈의 현황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들이 담겨 있어요.
예전에까지만 해도 저는 재무제표를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어요. 네이버에서 간단한 재무정보만 확인할 뿐이었죠. 분기별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을 나타내는 숫자가 늘어난 걸 보고는 오케이 사인을 내렸어요.
그렇게 투자를 하다 보니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 사람들도 다 나처럼 기사와 애널리스트 보고서, 방송을 보고 주식을 살까?
- 재무제표가 기업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까?
- 사업보고서를 보는 일은 나를 합리적인 투자자로 만들어줄까?
이 궁금증들을 해결하기 위해 조금씩 재무제표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는 듯 하다가, 몇 장 읽으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그저 잠이 오더라고요.
어느 날 깨달았어요
재무제표를 대략적으로나마 이해하고 전에 하던 방식으로 주식거래를 하던 어느 날, 저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어요.
투자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투자하기 좋은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투자하기 좋은 기업이라고 여겨지는 저평가된 기업과 성장하는 기업을 찾아내려면 기준과 근거가 있어야 해요. 이를 판단하는 근거 중의 하나가 재무제표고요.
이 깨달음을 얻고 저는 편견을 버리고 다시 재무제표를 공부했습니다. 가장 먼저, 기업의 재무상태를 알려주는 표가 크게 세 가지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첫 번째로 ‘재무상태표’가 있어요
제가 재무설계사에게 줬던 우리 부부의 수입과 지출, 부채를 적은 표가 ‘재무상태표’입니다. 은행에서 얼마를 대출 받아 어디에 썼는지도 자세히 기록하죠.
재무상태표 속 ‘자기자본’은 갚지 않아도 되는 부채를 뜻합니다.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지표가 ‘자기자본이익률(ROE)’입니다. 워런 버핏은 기업이 매년 ROE를 18% 이상만 내준다면 주식을 팔 이유가 없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척도로 생각한다고 해요.
두 번째 표는 ‘손익계산서’에요
제가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이라고 가정해볼게요. 이번 분기에 들어온 총 학원비, 월세와 인건비, 기타 비용 등이 있겠죠. 학원비가 모두 제 지갑으로 들어오면 좋겠지,만 월세와 인건비 등을 빼야 진짜 내가 번 돈이 나올 겁니다.
이렇게 매출액과 진짜 번 돈인 영업이익을 계산해서 적은 표가 ‘손익계산서’입니다. 손익계산서에서는 실제로 남는 돈인 영업이익이 중요해요.
마지막으로 현금흐름표입니다
학원에서 사용할 책상, 각종 교재를 구입하는 데 얼마를 썼는지, 학원비는 현금으로 얼마가 들어왔는지, 투자해 준 사람이 있다면 이익금을 나누어줄 배당금을 표시하는 것은 ‘현금흐름표’입니다.
재무제표를 보면서 기업이 현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설비투자나 자사주매입, 배당을 위해 쓸 현금이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 중요해요. 현금흐름표를 보면 이 내용을 찾을 수 있고요.
재무제표를 더 세세히 공부하는 중입니다
어려워 보이는 회계용어들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그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재무제표에는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중요한 지표들이 담겨 있으니까요.
표에 적힌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갈수록 ‘좋아 보이는 기업’과 ‘좋은 기업’을 분별하는 눈이 생길 거라는 확신이 생깁니다.
기업의 가계부인 재무제표를 보는 눈을 키운다면 투자자의 재물운도 점칠 수 있지 않을까요. 표에 보이지 않는 행운도 함께 올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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