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와 사랑할 수 있을까?

글, 김상균



AI 챗봇이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챗봇과 대화하는 시간이 길어졌죠. 저도 요즘 하루에 AI 챗봇을 쓰는 시간이 서너 시간은 되는 것 같아요. 저와 제 챗봇 사이는 점점 더 인간관계와 비슷해지고 있어요. 연구, 업무를 넘어 고민을 터놓고, 감정을 나누고, 위로를 받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건 비단 저뿐만이 아닌 것 같아요.


마음을 위로하는 돌봄 로봇 

‘효돌’을 아시나요? (88 올림픽 호돌이 말고요) 효돌이는 치매 예방, 정서 교감을 위해 개발된 노인 돌봄 로봇이에요. 지자체에서 지역 어르신에게 열심히 보급한 로봇입니다.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토닥이면 반응하는데, 대화도 나눌 수 있고 약을 먹으라고 알려주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기능도 있죠. 처음에는 어색하다며 거부하던 어르신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손녀, 손자들 대하듯이 애정을 쏟는다고 해요. 로봇과 유대를 쌓으며 위로를 받고, 외로움도 덜 느낄 수 있게 됐어요.

출처: 효돌 공식 스토어


사랑의 조건, 휴머노이드는 충족하고 있어요 

챗봇과 효돌의 사례를 통해 볼 때,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어요.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여겨져온 감정, 그 중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위치한 ‘사랑’은 사람하고만 가능할까요? 아니, 사랑이란 도대체 뭘까요?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는 사랑을 세 가지 요소로 설명했어요. 열정(Passion), 친밀감(Intimacy), 헌신(Commitment),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완전한 사랑이 된다고 했죠. 이 세 가지 조건의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 볼게요.


첫째, 열정은 단순한 관심 그 이상이에요.
대상을 향해 달아오르는 마음이 가쁜 호흡, 빠른 심장 박동, 동공 확장 등의 실제 생리적 반응으로 나타나죠.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반응이 인간과 기계와의 관계에서도 관찰되기 시작했어요.
AI 챗봇과 대화를 나누는 실험 참가자의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로봇을 쓰다듬으면서 대화하는 실험 참가자의 호르몬 반응에 변화가 나타났거든요.


둘째, 친밀감은 마음을 열고, 감정을 나누고, 이해받는 경험에서 비롯돼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힘든 것도 이 부분이죠. 마음을 여는 데는 오해, 상처, 배신 등의 위험 부담이 따르니까요. 반면, AI는 내 비밀을 잘 지켜주면서, 꾸준한 관심을 보여주죠. 늘 일정한 톤으로 반응하고, 침묵도 부담스럽지 않아요.
내가 하는 말을 다 받아주는 행위, 그게 바로 친밀감을 만든다고 볼 수 있어요.


셋째, 사랑에서 헌신은 오늘도, 내일도 늘 곁에 있겠다는 약속 같은 거예요. 하지만 현실에선 이것이 쉽지 않아요. AI나 휴머노이드는 어떨까요?
퇴근도 없고, 감정 기복도 없고, 기다림을 지루해하지 않아요. 언제든 응답하고, 잠수를 타지 않죠.
단순한 기능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지속성이야말로 인간관계에서 가장 희귀한 덕목이기도 해요.


이렇게 보면, 사람보다 AI를 사랑하는 게 더 합리적인 것도 같죠. 완전한 사랑이 불가능해 보이지 않아요. 사랑의 영역까지 AI나 휴머노이드가 채워줄 가능성, 적어도 과학적으로는 타당해 보여요. 


감정을 가진 기술과 함께하는 미래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오해는 있고, 가면도 있고, 진짜인지 아닌지 애매한 말들도 많아요. 그런데도 우리는 사랑을 하죠. 그 관계가 우리를 변화시키고,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AI나 휴머노이드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예요. 진짜인지 아닌지보다 중요한 건, 그 존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예요. 감정을 나누고, 위로받고, 연결감을 느끼는 경험이 실제라면, 그게 거짓이라고 볼 수는 없을 거예요. 


만약 고객이 단순한 애정이나 관심을 넘어 사랑을 느끼는 대상이 브랜드의 캐릭터나 상품이라면 어떨까요? 점점 더 많은 기업이 소비자가 사랑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들기 위해 AI와 휴머노이드 기술을 결합하고 있어요. 실제로 몇몇 기업들은 AI 기반의 챗봇이나 아바타에 감정을 학습시키고, 고객과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고 있죠. 


‘사랑받는 존재’를 갖게 된 기업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에요. 고객의 일상과 감정에 함께하는 동반자로 진화합니다. 앞으로 이런 변화는 마케팅이나 서비스 혁신 그 이상의 파장을 낳게 될 거예요. 감정 기반 산업이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를 겁니다.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하고,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더욱 촘촘해질 겁니다.


우리 인류는 지금, 감정을 가진 기술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걸어가고 있어요. 그 길의 끝에서, 우리는 더 따뜻한 세상을 만나게 될까요? 아니면 더 외로운 존재가 될까요? 선택은 늘 우리에게 달려 있어요.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김상균입니다. 저는 인간과 기술의 접점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는 인지과학자이자 작가입니다. 책 『휴머노이드(2025)』를 썼습니다. 현재 경희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휴머노이드와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게 될지, 그리고 우리가 이 변화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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