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뿌리기 딱 좋은 날씨, 조향사가 추천하는 겨울 향수!


📌 필진 소개: 잘쓸레터의 객원에디터 프로젝트 ‘잘쓸레옹’ 두디예요. 조향 수업을 통해 하나씩 향을 익혀가며 ‘향기’라는 언어를 배우고 있어요.

겨울은 향수와 참 잘 어울리는 계절이에요. 찬 공기는 향이 피부와 옷 주변에 더 농밀하게 머물게 하고, 두껍고 포근한 겨울 옷감은 잔향을 흡수해 오래도록 은은하게 퍼뜨려 주거든요. 여름엔 금세 날아가 버리는 향도 겨울엔 유난히 오래, 깊게 남죠.


연말이 되면 가족과 친구를 자주 만나고, 한 해를 돌아보는 순간들도 많아지잖아요. 소중한 순간을 오래 기억하는 데 향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한 연예인이 이런 이야기를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어요. 여행지에 도착하면 새로 산 향수를 꺼내 그 여행 내내 그것만 뿌린다고요. 그러면 나중에 그 향수를 다시 맡았을 때, 그 여행의 모든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대요. 그만큼 향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해요.


다가오는 연말, 2025년의 마지막을 영화처럼 남기고 싶다면, 그리고 훗날 다시 떠올리고 싶다면, 이번 겨울엔 나만의 향을 하나쯤 골라보는 건 어떨까요? 지금부터 향이 어떻게 분류되는지부터 시작해서, 겨울과 잘 어울리는 향, 그리고 조향사가 직접 추천하는 겨울 향수까지 차근차근 소개해볼게요.

출처: 에르메스, 디애스엔더가, 그랑핸드

퍼퓸과 오 드 뚜왈렛? 지속력 좋은 향수는 무엇일까?🧴🤭
향수의 모든 것 A to Z
먼저, 향수를 구매하는 분들이 가장 헷갈리는 부분을 설명해드릴게요.
Q. 향수를 뿌리면 왜 처음 향과 끝 향이 다른가요?
A. 향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향이 단계적으로 나타나요. 각 단계에 따라 탑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라고 부릅니다.


  • 탑 노트 (Top Note)
    향수를 뿌렸을 때 가장 먼저 맡게 되는 향이에요.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지속 시간은 짧습니다.


  • 미들 노트 (Middle Note)
    향의 중심이에요. 탑 노트가 사라진 뒤에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향수의 성격을 결정하는 핵심 노트입니다.


  • 베이스 노트 (Base Note)
    가장 천천히 퍼지며 오랫동안 남는 향이에요. 향 전체의 깊이와 안정감을 줍니다.


이렇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향의 구조를 이해하면, 내가 원하는 향을 더 잘 고를 수 있어요.

출처: 두디 님


Q. 왜 어떤 향수는 하루 종일 남고, 어떤 건 점심 전에 사라지는 건가요?
A. 그 비밀은 부향률이라는 개념에 숨어있어요. 부향률이란 향수 속 향료의 농도를 뜻해요. 농도가 높을수록 향은 진하고 오래 지속되며, 낮을수록 가볍고 산뜻하게 사라집니다.


  • 오 드 코롱 (Eau de Cologne, EDC)
    • 부향률 약 3~5% | 지속력 2~3시간
    • 의미: 쾰른의 물 (독일 쾰른 지방에서 유래)
    • 특징: 가장 가볍게 쓸 수 있는 타입의 향수예요. 알코올과 15% 전후의 증류수를 포함합니다. 시트러스 계열이 많아 피부에 닿는 순간 상쾌하게 퍼졌다가 빠르게 사라져요.
    • 느낌: 가볍고 경쾌해요. 샤워 직후 뿌렸을 때 피부 위에서 상쾌하게 퍼지며, 햇살과 함께 증발하듯 빠르게 사라집니다. 묵직한 잔향보다 순간의 청량감을 즐기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  오 드 뚜왈렛 (Eau de Toilette, EDT)
    • 부향률 약 6~8% | 지속력 4~5시간
    • 의미: 몸차림을 정돈하는 물
    • 특징: 데일리 향수로 가장 흔히 사용돼요. 알코올과 10% 전후의 증류수를 포함합니다. 부드러운 확산력 덕분에 향이 공기 중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계절감이 뚜렷한 향수에서 자주 활용돼요.
    • 느낌: 향이 부드럽고 연해요. 묵직하지 않고 상쾌하게 퍼져 나가, 가볍고 상쾌한 인상을 남깁니다.

  •  오 드 퍼퓸 (Eau de Parfum, EDP)
    • 부향률: 약 9~12% | 지속력 5~6시간
    • 의미: 향의 물
    • 특징: 향과 지속력의 균형이 좋아 가장 대중적으로 선택되는 농도예요. 알코올과 5% 전후의 증류수를 포함합니다. 한 번 사용하면 하루 일정 대부분을 커버할 수 있으며, 강렬함과 은은함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요.
    • 느낌: 향의 개성이 충분히 드러나면서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아요.

  • 퍼퓸 (Parfum, Extrait de Parfum)
    • 부향률: 약 15~30% | 지속력 6시간 이상
    • 의미: 향수의 추출물
    • 특징: 가장 진하고 밀도 높은 농도의 향수예요. 소량만 뿌려도 깊고 풍부하게 퍼져요.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답답할 수 있어 적당량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올바른 양을 쓰면 압도적인 존재감을 만들어내요.
    • 느낌: 잔향이 피부 가까이에 오래 머물며,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럽고 무게감 있는 향이 펼쳐져요.


겨울 향수는 오 드 퍼퓸부터 시작하세요

오 드 코롱이나 오 드 뚜왈렛처럼 가벼운 농도의 향수는 겨울에는 존재감이 쉽게 옅어져요. 두꺼운 옷이 향을 흡수해버리는 데다, 차가운 공기가 향 분자의 확산을 둔화시켜 향이 주변에 갇혀버리기 때문이죠. 반면, 농도가 훨씬 높은 오 드 퍼퓸은 깊고 풍부한 향을 오래도록 머금어요. 겨울 코트와 머플러에 스며들면서도 향의 전체 구조와 베이스 노트까지 고스란히 펼쳐지기에 완벽한 조건이에요.

겨울에 어울리는 향들,  출처: freepik


겨울에 잘 어울리는 향은?

차가운 공기를 피해 따뜻한 실내에서 포근한 니트를 입고 따듯한 커피를 마실 때, 잔을 들어 올리는 소매에서 언뜻 느껴지는 따뜻하고 포근한 향을 한 번 상상해보세요. 영화의 한 장면 같지 않나요?

겨울은 향의 깊이와 지속력이 극대화되는 계절입니다. 찬 공기는 향이 피부와 옷 주변에 더욱 농밀하게 머물게 합니다. 또한, 두껍고 포근한 겨울 옷감은 잔향을 흡수하여 장시간 은은하게 방출하죠. 덕분에 겨울에는 따뜻하고 묵직한 잔향을 가진 계열들이 큰 매력을 발산해요.


  • Woody (우디), 대표 향료: 샌달우드, 시더우드, 베티버, 파출리
    나무 자체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안정감이 특징이에요. 샌달우드는 크리미하고 부드러우며, 피부에 닿을수록 은근한 포근함이 살아나요. 시더우드는 깔끔하고 드라이한 느낌을 주고 겨울 특유의 차가운 공기와 조화를 이루죠.


  • Amber (앰버), 대표 향료: 라브다넘, 벤조인, 바닐라
    달콤함과 따뜻함, 은근한 관능미가 함께 담긴 향 계열이에요. 겨울 공기 속에서 부드럽게 퍼지는 금빛 온도를 만들어내요. 마치 촛불이 잔잔히 타오르며 주변을 데우는 것처럼 잔향이 감싸주는 느낌이 강해요. 


  • Vanilla (바닐라)
    따뜻하고 감정적인 편안함을 주는 향이에요. 달콤함 뒤에 살짝 감도는 크리미한 깊이가 있어, 겨울의 추위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해요. 바닐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 온도와 자연스럽게 섞여 부드럽고 포근한 잔향으로 남아요. 


  • Musk (머스크)
    은은하고 깨끗한 피부의 냄새와 가장 가까운 향 계열이에요. ‘비누 향’, ‘섬유 향’, ‘따뜻한 살냄새’로 표현되며, 지나치게 무겁지 않으면서도 겨울 옷감에 오래 잔향을 남겨요.


  • Spicy (스파이시), 대표 향료: 카다멈, 시나몬, 클로브, 페퍼
    차가운 계절에 특히 잘 어울리는 향 계열이에요. 카다멈은 시원함과 따뜻함이 동시에 있는 독특한 향으로 겨울 공기 속에서 생기를 더해요. 시나몬은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향이죠.


조향사가 추천하는 겨울 향수 3
가볍게 쓰기 좋은 데일리 향수 3 

저에게 향의 세계를 가르쳐주신 천연조향문화예술협회 서인숙 대표님께서 추천해주신 겨울 향수를 소개할게요. 천연조향문화예술협회는 고대부터 사용된 천연 향료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사람, 자연, 시간이 어우러진 향을 만드는 곳인데요. 먼저, 이곳의 철학을 바탕으로 겨울과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향수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출처: 에르메스, 디에스앤더가, 아무아쥬


  • 에르메스 자르뎅 컬렉션 – 운 자르뎅 아 시테르(Un Jardin à Cythère)
    에르메스의 조향사 크리스틴 나이젤이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탄생지로 알려진 그리스의 시테르 섬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으로 시트러스의 신선한 시작에서 올리브와 목초의 그린 노트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피스타치오의 고소하고 따뜻한 잔향이 남아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어울리죠.


  • 디에스앤더가(DS & DURGA) – 아이 돈트 노우 왓(I Don’t Know What)
    뉴욕 브루클린에서 시작된 실험적 향수 하우스 브랜드 제품으로 음악과 건축 등 다양한 예술적 감성을 조향에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해요. 브랜드 특성상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데 ‘아이 돈트 노우 왓’은 모두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향이에요. 레이어링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져 어떤 향과도 잘 어울리죠. 처음에는 베르가못의 상쾌함이 느껴지고, 이어 베티버와 샌달우드의 흙내음이 더해지며, 끝으로 머스크를 머금은 듯한 살결 향이 나요.


  • 아무아쥬(AMOUAGE) – 골드(Gold)
    아무아쥬는 오만 왕실이 설립한 하이엔드 퍼퓸 하우스로 ‘왕들의 선물(The Gift of Kings)’이라는 슬로건 아래 최고급 원료와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향수를 제작하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어요. ‘골드’는 로즈와 릴리 오브 더 밸리의 순수한 플로럴 노트에서 시작해, 점차 자스민의 깊은 우아함이 더해지고, 마지막에는 머스크와 우디의 따뜻하고 강인한 잔향이 오래 남죠. 특히 성경 속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에게 바쳤다는 유향과 몰약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크리스마스 시즌의 상징성과도 잘 어울리죠.


이어서, 제가 겨울마다 즐겨 사용하는 추천 데일리 향수 세 가지도 함께 소개할게요.

출처: 조말론, 그랑핸드, 르라보


  • 조 말론(Jo Malone) – 레드 히비스커스 코롱 인텐스(Red Hibiscus Cologne Intense)
    레드 히비스커스는 조 말론의 플로럴 라인 중에서도 특히 대담하고 따뜻한 매력을 지닌 향입니다. 열대의 붉은 꽃에서 영감을 받은 향으로, 일반적인 플로럴 노트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관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첫 향에서는 싱그러운 히비스커스의 밝음이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닐라와 앰버가 포근하게 스며들어 겨울철 차가운 공기 속에서 생기를 잃지 않는 플로럴 향을 느낄 수 있어요. 


  • 그랑핸드(Granhand) – 수지살몬(Suji Salmon)
    수지살몬은 그랑핸드 특유의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감성을 담아낸 향으로, 가벼운 듯하지만 은근한 깊이를 지닌 것이 특징입니다. 첫 향에서는 깨끗한 허브와 그린 계열의 맑은 톤이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디함과 은은한 머스크가 차분하게 자리 잡아 겨울 데일리 향으로 사용하기 좋은 멀티퍼퓸입니다. 과하지 않은 잔향이 옷감에 부드럽게 스며들고 가격 대비 완성도가 매우 높아 첫 겨울 향수로 시도해보기도 좋아요.


  • 르 라보(Le Labo) – 상탈 33(Santal 33)
    상탈 33은 겨울 우디 향수의 정석으로 손꼽히는 향입니다. 샌달우드의 크리미한 나무결을 중심으로 레더, 시더우드, 스파이스 등이 더해져 강렬하면서도 부드러운 대비를 만들어냅니다. 처음에는 쿨하고 드라이한 우디함이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따뜻한 레더와 머스크가 몸에 밀착되며 잔향이 오랜 시간 이어져서 존재감 있는 겨울 향을 찾는 분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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