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지만 적어도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

📌 코너 소개: ‘쓸모를 찾아서’는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감정과 마음, 에너지를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쓰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마음 사용 설명서예요.
 

회사 회의 시간, 멍하니 앉아 있다 보면 이런 생각이 스치곤 해요. gip로또 1등 당첨되면 좋겠다. 아니면 스피또. 그럼 한 20억 정도 받으려나? 20억으로 뭘 하지? 세금 떼고 서울에 내가 살고 싶은 아파트 하나 마련하면 남는 것도 없겠네. 기왕이면 피부 시술도 받고 세계일주하고 부모님한테 효도도 하고 평소 갖고 싶었던 것도 좀 사고 하려면 20억도 모자르려나? 돈 없어서 못 갔던 유학도 가보고 싶은데. 1년에 적어도 1억은 들겠지? 그럼 대체 얼마가 있어야 하지?


누구나 한 번쯤 비슷한 생각을 해봤을 거예요. 그리고 그 상상 끝에는 늘 이 질문이 남아요. ‘돈만 많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질까? 진짜 행복해질까?’

출처: gifphy, @muffinnuts


월급날이 되면 잠깐 기분이 좋아지고, 카드값과 각종 공과금이 잔뜩 돈을 퍼간 후의 계좌 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마음이 초조해지는 걸 보면 분명 돈과 행복 사이에는 뭔가 연결고리가 있는 것 같은데요. 오늘은 돈과 행복, 그 사이의 미묘한 경계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눠봐요.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다 Vs. 행복은 마음에서 비롯된다


지난 잘쓸레터에서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을 드렸고, 200명의 독자님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셨어요. 결과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무려 86.5%가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다’라고 답해주셨거든요.

물론, 질문이 단순했던 만큼 그렇게 생각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주 다양한 의견이 있었어요. 대부분의 독자님들이 “행복은 돈으로 완전히 살 수는 없지만, 행복을 위한 대부분의 조건은 돈으로 마련할 수 있다.”고 의견을 덧붙여주셨죠.


더 자세히는, 살면서 생기는 불행을 막는 것은 대부분 돈으로 해결 가능하니 불행을 막는 것을 돈으로 산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어요. ‘행복’에 관해 물었는데 ‘불행’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이 반복해서 나오다니. 조금 놀라웠죠. 


“가난은 관계까지 삐걱거리게 해요. 화목하던 가족도 돈이 없으면 싸워요.”

“돈이 없을 때는 내 마음이 점점 작아지더라고요. 친구 선물 하나 고르면서도 스스로가 초라해졌어요.”


돈 때문에 불행했던 기억은 어쩌면 돈 덕분에 행복했던 순간보다 훨씬 더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것 같아요. 독자님들의 의견을 보다 보니, 우리가 돈을 원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덜 불행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돈이 행복의 수단이 될 수는 있어도, 진정한 행복 그 자체를 살 수는 없다.”

반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말한 분들은 이렇게 덧붙였어요. 돈은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그 자체로 삶의 가치를 채우는 본질이 될 수는 없다고요. 행복이라는 감정은 결국, 지금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기준으로 삼고 살아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죠.


또 어떤 분은, 돈으로 얻는 행복은 결국 소비에서 비롯되는데 그건 일시적인 쾌락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값비싼 호텔에서 호캉스를 하는 것도 처음엔 좋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별 감흥이 없어서 점점 더 큰 자극이 필요하게 된다면서요. 


무슨 이야기인지 공감이 되더라고요. 최근에 ‘식빵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정말 비싸고 유명한 식빵을 먹어봤어요. 한 입 먹자마자 ‘아차!’ 싶었어요. 너무 맛있어서 앞으로 이것보다 저렴한 식빵을 또 사 먹을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먹을 때 마다 비교가 되겠죠. 평소 사 먹던 식빵의 최소 2배 이상 비싼 가격이었는데도요. 


또, 예전에는 보세 옷을 덥썩덥썩 사 입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네 나이가 몇인데 싸구려 말고 부티 나는 옷을 입어라.”는 말을 듣기 시작했어요. 여행을 가도 마찬가지예요. 어릴 때는 동남아 여행을 가도 노점상에 덥썩 앉아서 길거리 음식을 열심히 사먹었는데 이제는 에어컨도 없고 식기도 비위생적으로 관리되는 장소에서 밥을 먹기가 꺼려지더라고요. KTX가 비싸니 기차 여행 하는 기분 내겠다며 무궁화호를 타기도 하고,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도 스스럼없이 갔는데 이제는 하룻밤이라도 푹 잘 수 있는 비싼 호텔을 찾게 되고요. 한번 높아진 눈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 식기세척기가 ‘이모님’이 되었을까?


직장생활을 몇 년간 하다 보니 사회초년생 때보다 확실히 돈은 더 많이 벌고 있어요. 그런데 소비 기준도 함께 높아지면서 만족의 역치도 함께 올라간 듯 해요. 부족하지는 않지만 만족할 수는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행복하다는 기분을 예전보다 더 자주 놓치고 있는 것 같달까요? 그런데 이런 기분을 사회가 계속 조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원래 사람은 기본적으로 먹을 것과 입을 옷, 머물 공간이 필요하잖아요. 의식주는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치더라도 어느 순간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물건들’이 어느새 우리의 삶을 만족시키는 기준이 되어버렸어요. 예를 들면, 처음엔 사치품이었던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건조기가 이젠 ‘식세기 이모님’, ‘건조기 이모님’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없으면 안 되는 필수 가전 삼대장이 되어버린 것 처럼요.


이와 관련해 미국 정치학자 더글러스 러미스(C. Douglas Lummis)는 이렇게 말해요.


“지금까지 존재했던 적이 없는 상품이 처음에는 사치품으로서 등장합니다. 살 수 없는 사람은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 일로 속이 상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 사회가 변하면 그 상품이 어느새 ‘있으면 좋은 것’에서 ‘없으면 곤란한 것’으로 변해가며 살 수 없는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고 가난한 사람으로 만듭니다.”-『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중에서


그러니까 문제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분위기’일지도 몰라요. 정말 섬뜩하죠. 우리는 어느새 소비 중독 사회에 살고 있어요. 돈을 내고 물건을 사면서 일시적인 희열을 느끼고, 실컷 돈을 쓰고 나면 엔돌핀과 도파민이 돌고, 남들이 가진 걸 내가 못 가졌을 때 불행하다고 느끼게 돼요. 


그래서,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까?’보다 더 현실적인 질문은 이것일지도 몰라요. 


“나는 한 달에 얼마를 써야 행복할까?”


나는 과연 한 달에 얼마가 있어야 진짜 행복할 수 있을까요? 월급 200만 원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500만 원을 벌고도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래서 중요한 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아는 것인 것 같아요. 남들 따라 비싼 오마카세를 가는 게 아니라, 정말 내가 그 맛을 즐기고 있는지. 브랜드 옷을 입는 게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 아니면 남들 시선 때문인지. 구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해요. 


이번 달,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었나요? 그걸 위해 얼마가 들었나요? 이처럼 한 달의 행복을 숫자로 가늠해본다면 그 숫자는 생각보다 클 수도, 생각보다 작을 수도 있어요. 돈 자체로는 행복을 살 수 없지만,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쓴다면 행복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는 있지 않을까요? 이번 달, 구독자님들이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숫자는 얼마였나요? 그 숫자는 정말, 나를 위한 숫자였을까요? 함께 생각해 봐요.

경제 공부, 선택 아닌 필수

막막한 경제 공부, 머니레터로 시작하세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

잘 살기 위한 잘 쓰는 법

매주 수,금 잘쓸레터에서 만나요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광고성 정보 수신

제휴 콘텐츠, 프로모션, 이벤트 정보 등의 광고성 정보를 수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