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권한대행이 그간 정부와 야당 사이 찬반이 격렬하게 갈렸던 6개 법안에 거부권(대통령재의요구권)을 행사했어요.12.3 비상계엄 사태 때문에 혼란스러운 시기인 만큼 정치적 해석이 분분해요. 6개 법안 중 4개 법안은 농업과 어업에 관련된 내용이에요. 식량 안보와 소비자 식료품 물가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법안들이기 때문에 각각 주요 내용을 짚어볼게요.
양곡관리법 개정안: 쌀 가격이 급락하거나 초과 생산될 경우, 정부가 의무적으로 쌀을 매입하도록 규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농산물 가격이 일정 기준 이하로 하락하면 정부가 그 차액을 보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 농어업 재해대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의무화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농어업 재해보험의 보장 범위에 병충해 등을 포함시키고, 재해 발생 시 이전 생산비 보장
핵심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이에요
관련 법안들을 보면 대체로 농민과 어민의 소득을 보전하는 내용이에요. 특히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농민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계속 쌀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이상기후로 식량안보가 중요해진 시기에 농업 기반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반면 반대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수조 원 가까이 부담해야 할 수도 있는 재정 지출과 농업 생산 구조 왜곡 가능성을 지적해요. 경쟁력 없는 농산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와봤자 값을 올릴 뿐이라는 것이죠.
본질은 우선순위 설정에 있어요
식습관이 바뀌면서 쌀 소비는 점점 줄어들고 밀가루 같은 서양식 식재료가 선호되는 추세예요. 게다가 외식이 증가하며 식품기업들이 대량으로 구매할 만한 농산물이 필요하죠. 하지만 일반 농민들이 트렌드에 빠르게 대처하기는 힘들어요. 특히 우리나라 농가는 고령화와 영세한 규모 때문에 산업화가 더욱 어려워요. 밀 농사는 덥고 습한 우리 기후와 맞지 않고요. 현재 농축수산업의 산업구조와 산업화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부족한 것이 사실인데, 비교우위 관점에서는 그것이 문제라고 하기는 어려워요. 그쪽에 투자하느니 자동차나 조선 같은 중후장대산업에 투자해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이 훨씬 이익이거든요. 이런 구조는 우리나라 식료품 물가가 비싼 원인이기도 해요.
정인 한마디
🍚 기본적으로 식량처럼 중요한 물자를 외국에 의존하고 싶어 하는 나라는 없어요. 언제든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까요. 저렴한 농산물을 수출하는 국가들을 보면, 정부가 어마어마한 보조금을 투입해 농업을 유지해요. 유럽의 식량 공급국인 프랑스는 EU 공동농업정책에 따라 EU의 보조금을 받아요. 농민들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소득 기본 보조금을 받고요. 미국도 매년 250억 달러 전후의 현금을 농민과 농지 소유자들에게 지급해요. 그리고 해당 국가들은 ‘그렇게 했을 때 수출이 된다’는 것이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예요. 특히 농업에서 기업이 무한 경쟁 속 실력만으로 맞붙어 살아남는다는 것은 정부가 시장경제를 완벽히 대체해 완전한 공익을 실현하는 것만큼이나 꿈같은 얘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