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증권신고서에 기재되지 않은 ‘비밀 계약’을 통해 하이브(당시 빅히트) 상장으로 4000억 원가량의 이익을 보았다고 해요.언론 취재를 통해 해당 계약 내용이 밝혀지자 금융감독원은 11월 29일, ‘하이브와 방 의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를 즉각 조사하겠다’고 밝혔어요. 방 의장이 사모펀드(PEF) 3곳과 맺은 주주간 계약엔 일정 기간 안에 기업공개(IPO)를 할 것이며, 기업공개 시 사모펀드가 벌어들인 수익의 30% 정도가 방 의장의 몫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다시 말해, ‘회사는 곧 상장할 테고 당신(펀드)들은 그 과정에서 돈을 벌 수 있을 테니 수익의 30%를 내게 달라’는 계약이 있었던 거예요. 실제로 상장 후 방 의장은 사모펀드들로부터 4000억 원가량을 정산받았어요. 이 중 다른 사모펀드와 하이브 사이 다리 역할을 한 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는 설립 당시부터 방 의장의 지인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설립 이후 투자한 회사는 오직 하이브뿐으로, 차익 실현 후 폐업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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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약 자체가 위법은 아니에요
대주주가 펀드의 이익을 현금으로 정산받는 것은 보기 드문 사례예요. 하지만 그러한 계약을 맺은 것 자체로 법을 어긴 것은 아니에요. 문제는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이 해당 계약을 두고 ‘주주들 사이의 계약일 뿐’이라며 상장할 때 금융감독원에 이 계약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거예요.
하지만 ‘비밀’로 하면 문제가 되죠
증시에는 ‘보호예수’라는 제도가 있어요. 최대주주와 가족 등 특수관계인은 상장 직후부터 일정 기간 동안 보유 지분을 매도할 수 없게 하는 거예요. 상장하자마자 주식 매도 물량이 대량 쏟아지면 주가가 폭락하니까요. 그런데 방 의장 같은 경우에는 PEF와 수익 30% 배분 계약을 맺음으로써 보호예수 제도를 우회해서 회피했어요. 해당 PEF들은 상장 직후 매물을 쏟아냈고, 이때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가 방 의장에게 갔으니, 사실상 최대주주가 상장 직후 주식을 매도한 셈이에요. 이로 인해 하이브 주가는 급락, 일반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어요.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은 하이브가 투자자보호 차원에서, 또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사항이기에 증권신고서에 해당 계약 내용을 밝히고 ‘기타위험’으로 기재할 의무가 있었다고 말해요.
정인 한마디
👢 우리나라 재계엔 ‘엄밀히 말하면 불법은 아니니까 문제 없어!’라는 사고방식이 배경에 깔린 사건들이 많이 있죠.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리사욕을 위해 법의 회색지대를 계속 드나들다 보면 결국 법을 어기게 되기 쉬어요.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 문제 대부분이 이런 전철을 밟고 있죠.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국민연금을 성실하게 납부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증시가 더 공정하고 매력적인 시장으로 성장하면 참 좋겠어요. 그러려면 역시 대주주들이 시장질서를 존중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