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이
소셜미디어 속 세상에는 잘 나가는 사람들만 가득해 보입니다. 남들은 다 하는 걸 나만 하지 않으면 소외감이 들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하죠.
이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닌 건지, ‘FOMO(Fearing Of Missing Out, 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 심리, 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증후군이라는 용어도 생겨났어요.
하지만 세상이 복잡해지고, 불안해질수록 ‘나답게’, ‘나만의 속도’로 ‘내가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며, 나에게 다가온 기회를 잘 잡아 키우면 부럽지 않은 나만의 일상을 누릴 수 있거든요. 오늘의 주인공 이유미 님처럼요.
오늘의 프로일잘러, 이유미 님
조이: 하고 계신 일을 소개해 주세요.
이유미: ‘밑줄서점’의 대표이자 독립 카피라이터로 CJ, 네이버, 우아한형제들, 아모레퍼시픽 등 여러 기업 및 브랜드와 일하고 있어요.
그전에도 다양한 일을 해왔어요. 대학 졸업 후,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텐바이텐’에서 편집디자이너로, 29CM에서 에디팅 카피라이터로 일했습니다.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는 학생이었어요”
처음부터 하고 싶은 일이 명확했던 건 아니었어요. 대학 진학부터 고민이 많았습니다. ‘뭘 하고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에 저만의 답이 없었어요.
그래도 공부보다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었기에, 미대에 진학하는 건 자연스러운 절차였어요.
화실을 다니며 미대 진학을 준비하던 중, 학원에서 제 성격과 실기 실력에 맞는 학과로 ‘가구디자인과’를 제안했어요.
“전공도 저와 잘 안 맞았어요”
성적에 맞춰 가구디자인을 전공하게 되었지만, 저와 너무 안 맞았어요. 가구디자인을 하려면 기계를 다루며 목재를 직접 잘라야 해요. 어릴 적 손을 다친 경험이 있던 저에게는 공포스러운 일이었죠.
어찌어찌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싶던 차에 언니의 조언으로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게 되었어요. ‘여기서 기술을 익혀서 내 학원을 차리면 되겠다’라고 생각하면서요.
이렇게 저는 대단한 야망이 있거나, 주관이 강한 사람이 아니에요. 남들의 조언을 생각해보고 괜찮은 것 같으면 선택하고 충실히 해내는 편입니다.
“편집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만나고
변화가 시작됐어요”
어느 날, 네이버에서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는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친구의 연봉이 저보다 훨씬 높더라고요.
이때부터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도대체 편집 디자이너가 하는 일이 뭔지 궁금해서 편집 디자인을 공부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해보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편집디자인을 공부한 후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쇼핑몰 ‘텐바이텐’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텐바이텐에서는 <히치하이커>라는 매거진을 만들었습니다. 브랜딩 차원에서 만드는 잡지라서 직원을 여러 명 둘 수는 없으니, 제가 글도 쓰고, 편집도 했어요.
“에이전시로 이직했지만
스트레스가 컸어요”
쇼핑몰에서 편집 디자이너의 일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편집디자인 실력을 더 키워보고 싶던 터라, 텐바이텐을 떠나 에이전시로 이직했어요.
하지만 에이전시에서의 일상은 제가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의 연속이었습니다. 작업 스타일도 기존에 제가 해오던 방식과는 너무 달랐고요.
에이전시를 나와야겠다고 생각하던 즈음, 텐바이텐에서 함께 일했던 이창우 대표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서비스(온라인 편집숍 29CM)를 만들었다며 와서 글을 좀 써달라고 하셨어요.
함께 일했던 상사의 제안였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카피 쓰는 일이 너무 재밌었어요. 대표님도 저의 자율권을 최대한 존중해 주셔서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도 재미를 느끼는 데 한몫했습니다.
동료들도 저에게 ‘작가님’이라고 불러주니, 더 잘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적용했어요.
“<상실의 시대>가
읽기의 문을 열어줬어요”
대학생 시절, 언니가 식탁 위에 놓아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게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책을 즐겨 읽던 아이는 아니었는데, 이 책은 너무 재밌게 읽혔어요.
이후로 소설부터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을 읽어나갔어요. 좋아하는 작가를 발견하면 그 작가의 책을 다 찾아 읽었죠. 책을 꾸준히 읽어가다 보니 뭐라도 쓰고 싶어졌고, 그렇게 글쓰기가 시작되었어요.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쓰고”
저는 책을 읽을 때 항상 밑줄을 그어요. 펜이 없으면 책을 읽을 수 없을 정도죠.
카피라이터의 일은 읽기와 쓰기의 연속이에요. 사람들이 ‘힘들겠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제게 읽기와 쓰기는 일이라기보다는 취미에 가깝습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잘 쓰고 싶으면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합니다. 계속 글을 읽고 적다가 카피를 뽑아야 할 업무가 있으면, 몇 시간을 그 주제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요.
특히, 카피 쓰는 일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큰 장점이에요. 저 혼자 결과물을 컨트롤할 수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결과물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조이가 전하는
이유미 님의 ‘한 끗 차이’
① 느리고 서툴더라도 나답게
<내가 제일 잘 나가>가 테마곡인 것처럼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이 있어요. 이유미 님은 그런 스타일과는 많이 다릅니다.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크지는 않지만, 묵묵히 맡은 일을 멋지게 해내는 스타일이죠.
이유미 님은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꾸준의 힘’을 더하며 나답게 살아가는 오늘에 이를 수 있게 되었어요. 잘 나가는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나만의 속도로 나답게,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답니다.
② 기회의 문을 조심스럽게 Get!
이유미 님이 현실에 안주한 것은 아니었어요. 나만의 속도대로 조금씩 계속 전진해왔죠. 미술학원 강사를 하다가 편집 디자인을 배우고,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카피라이터로 변신하기도 한 것처럼요.
내가 하는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해서 배우고, 주어진 상황에 열심을 다하되 내게 다가온 기회를 흘려보내지 않고 꽉 잡아야 한다는 사실도 기억해 주세요.
③ 때가 되면 과감하게 선택
이유미 님은 마흔이 되던 해에 퇴사해, 독립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집 근처에 작은 공간을 빌려 ‘밑줄서점’을 열어 작업실 겸 활용하고 있어요.
위험 회피형이라 변화를 싫어하지만, 이상하게도 퇴사 결정은 쉽게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더 잘 벌 수 있어서’ 선택했다기보다는 ‘덜 쓰더라도 행복하고 싶어서’였다고 해요.
지금은 직장생활을 할 때 보다 자유롭고 풍요롭게 일하면서도 엄마 역할도 잘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