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나 주가가 박스권에 갇히면 투자자들이 매수 혹은 매도 결정을 유보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어요. 명확한 변화가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거죠. 그렇다 보니 거래량도 감소하게 돼요.
또, 박스권에 있는 증시에서는 장기투자가 어렵습니다. 상승은 일시적이고 어느 지점이 이르면 곧 하락한 다음, 다시 찔끔 상승하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주식을 사서 오래 묻어두는 것은 비효율적이에요. 대신 예측 가능한 변동에 맞추어 단기 매매(단타) 기법이 수익을 내는 방법이 되죠.
우리나라 코스피와 코스닥이 단타와 테마주 위주로 돌아간다는 비판이 있는 건, 지수가 십 년째 명확한 상승 추세 없이 특정 구간 사이를 횡보, 즉 박스권에 갇혀 있기 때문이에요.
이제 영문 머리글자를 약자로 사용한 용어들을 살펴볼게요. 다음의 용어들은 주식의 적정 가치를 판단하고, 기업의 수익성과 성과를 평가하는 데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용어들이에요.
3. EPS (주당 순이익, Earnings Per Share)
- EPS는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발행된 주식 수로 나눈 값이에요. 쉽게 말해, 주주 한 명당(주식 한 주당)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라고 생각하면 돼요.
- 기업의 순이익이 1억 원이고 발행된 주식 수가 10만 주라면, 이 기업의 EPS는 1000원이 돼요. 즉, 주주가 보유한 한 주당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이 1000원이라는 뜻이죠. EPS는 기업이 얼마나 수익을 잘 내고 있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돼요. EPS가 높을수록 기업이 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고, 낮으면 상대적으로 이익이 적은 기업으로 해석될 수 있어요.
4. PER (주가수익비율, Price to Earnings Ratio)
- PER은 주식 투자에서 매우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데,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이에요. 쉽게 말해, 현재 주가가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얼마나 비싼지 또는 저렴한지를 나타내요.
- PER은 투자자들에게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대비 주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알려줘요. A 기업의 주가가 10,000원이고 EPS가 1,000원이라면, PER은 10이 돼요. 이 말은 현재 주가가 1주당 이익의 10배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에요.
- 보통 PER이 낮을수록 그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반대로 PER이 높을수록 고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요.
- 하지만 낮은 PER이 항상 좋은 건 아니에요. PER이 낮다는 건 성장 가능성이 낮거나 실적이 부진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 PER은 같은 산업 내에서 비교할 때 더 정확해요. 예를 들어, 같은 업종의 B 기업은 PER이 15인데 A 기업이 PER 10이라면, A 기업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죠. 그래서 PER은 기업의 가치를 비교하거나 투자 기회를 찾을 때 정말 자주 쓰이는 지표예요.
2024년 9월, 모건스탠리가 반도체산업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며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낮췄던 적이 있어요. 그러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단기간에 크게 떨어졌죠. 하지만 일주일 만에 미국의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양호한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전망이 다시 회복됐어요. 이때 시장이 마이크론의 실적을 평가한 기준이 바로 EPS와 PER이었어요.
5. PBR(주가순자산비율, Price to Book Ratio)
- 기업의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실제 가치 대비 시장에서의 가격(주가)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지표예요.
- 여기서 순자산이란, 기업이 주식 전부는 물론 건물이나 책상, 컴퓨터 등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을 팔아서 부채를 갚은 후에 남은 순수한 금액을 뜻해요.
- PBR이 1보다 낮으면 주가가 회사의 자산만큼도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반면 PBR이 1보다 높으면 투자자들이 회사의 가치를 현재 자산 규모보다 크게 쳐주고 있다는 걸 의미하죠. 기업이 이익을 주주에게 배당으로 많이 나눠주면 PBR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투자자들은 PBR을 통해 기업의 가치와 주가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를 판단해요. PBR을 통해 저평가된 투자 기회를 찾거나 고평가된 기업을 피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의 PBR은 굉장히 낮은 편이에요. 우리나라 증시와 기업들이 저평가됐다는 ‘코리아디스카운트’라고 하면 바로 PBR 이야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