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금리와 주가가 더 오를까요?

글, 부엉이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펀드매니저로 일하는 부엉이입니다. 다양한 기관에서 채권 투자를 담당했고, 현재는 자산운용사에서 채권형 펀드를 운용 중입니다. 다양한 매체에 투자 및 금융 관련 글을 기고하고 『버핏클럽 issue 1』에 공저로 참여했습니다. 


작년 11월 5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도널드 트럼프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되었어요.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국채 금리는 트럼프가 후보일 때부터 당선 가능성 상승에 따라 오르기 시작했어요. 

당선 직전부터 당선된 후까지 S&P500 지수도 계속 상승하는 등,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점을 수 차례 돌파했어요. 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소식에 국채 금리와 주가가 오르는 것일까요? 취임 이후에도 이런 상승 추세는 지속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1기 취임 후 전세계 금리와 미국 주가가 상승한 이유를 살펴보고,  2기 취임 후에도 과거와 동일하게 상승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짚어보려고 해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대감과 금융시장


2024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전세계 증시를 보면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부진했던 반면 미국 위주의 상승은 도드라졌어요.


채권 금리는 선진국 중심으로 동반 상승했어요. 구체적으로 살펴볼게요. 미국과 영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0월 중순 이후 12월 13일까지 각각 0.40%, 0.30% 올랐죠. 특히 장기 금리 중심으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미국의 금리 수익률 곡선이 더 가팔라졌어요.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독일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제자리 수준이었고, 내부 사정으로 소란스러웠던 우리나라 금리는 오히려 하락했어요. 


미국을 중심으로 채권 금리와 주가지수가 상승한 이유는 과거에 경험한 성공을 투자자들이 다시 기대하기 때문이에요. 2016년 트럼프 당선 때에도 채권 금리가 급등했고, 취임 이후에는 증시가 호황을 경험했어요. 법인세 감세와 각종 규제 완화, 인프라 투자 등 친기업 정책이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에요. 그의 2기 경제 정책 공약 또한 재정 지출,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등 지난 번 정책을 강화하고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금융시장의 기대가 부풀어 오르는 것도 당연한 셈이죠.


8년 전으로 돌아가 볼게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금융시장은 새로운 대통령의 정책이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금리도 주가도 선거 당일까지 큰 반응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트럼프의 정책을 다시 뜯어본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인프라투자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법인세 감세가 기업 이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세금 삭감으로 인해 주당 순이익이 상승했고, 이는 주가지수의 꾸준한 상승으로 이어졌어요. 2017년 실제 경기 상황이 개선된 것도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고요. S&P500지수는 2016년 11월 8일부터 2018년 1월말까지 약 33%가량 올랐어요.


법인 세율 인하는 기업 순이익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요.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 최고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큰 폭 낮췄어요. 미국 대기업들의 실효세율이 평균 22.0%에서 12.8%로 하락해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대기업들은 2,400억 달러의 세금을 절약했어요. 

지금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못한다, 인하 속도를 조절한다 뉴스가 나고 있지만 그때는 인플레이션이 환영받는 존재였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오히려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었거든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방준비은행의 목표치인 2%를 밑도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게다가 2016년 6월에는 영국이 국민 투표를 통해 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하는 브렉시트(Brexit)가 일어나면서 전세계적으로 경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반등 기대감이 특히 낮은 시기였어요. 채권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에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었죠. 물가 상승률이 계속해서 낮을 것이라고 믿었고,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의 채권에도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기대했어요. 채권 금리는 인플레이션과 역의 관계가 있어요.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줄어들어 채권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가격이 낮아져요.


그런데 트럼프 1기 정책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생긴 겁니다. 그러자 당시 채권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다가올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채권을 갖다 팔기 시작했어요. 매물이 대량 시장에 쏟아지니 만큼 가격이 떨어지고, 가격이 떨어지는 만큼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었죠. 미국과 한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11월 8일 이후 12월 말까지 각각 0.58%, 0.38% 올랐어요. 글로벌 금리 추세는 2017년 초에 급등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는 듯 했지만 경기가 반등하면서 2018년 중순까지 상승세를 이어갔어요.


올해에도 금리와 주가가 상승할까?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제조업 부흥을 위한 인센티브 중심으로 재정을 지출할 계획이에요. 재정지출이 늘어남에 따라 미국 의회예산처는 트럼프 행정부 2기에도 연방정부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또 트럼프 당선인은 수입품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했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 물가 상승으로 전반적인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어요. 물가 상승은 물론, 재정 적자도 분명히 채권 금리를 오르게 만드는 요인이에요. 재정 적자가 발생하면 정부가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새로 발행하는 국채는 이전 국채보다 금리가 높아야만 투자자에게 매력적일 거예요.

 

다른 정책 공약도 살펴볼까요. 기존 감세 정책을 연장하고 법인세율을 15%까지 추가 인하하겠다고 공약했어요. 에너지, 금융, 환경 정책을 중심으로 규제 완화도 지속할 예정이에요. 미국의 대형 기업들의 이익에는 나쁠 것 같지 않아요.

  하지만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에 결코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해요. 동일한 정책도 상황에 따라 다른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자산 가격도 모두의 기대와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어요. 1기 시절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기업에 우호적인 규제 완화를 약속했지만, 재임 기간 에너지 섹터 성과가 가장 부진했어요.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다지 우호적으로 대하지 않았던 IT 섹터 성과가 가장 좋았어요.

경제를 둘러싼 환경도 그때와는 달라요. 2016년에 1%대 였던 미국 10년 금리는 지금 4%대로, 기본값이 높아졌어요. 8년 전에는 디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극단적으로 낮았으니 금리가 오를 만한 여지가 몹시 컸던 것이죠. 지금은 2020년 코로나 판데믹 이후 전세계적 재정적자와 물가 상승 우려로 금리가 많이 오른 상태예요. 다시 말해 현재 국채 금리는 미래의 재정적자와 물가 상승을 이미 반영했을 수도 있어요.

주가도 8년 전과 비교할 때 확실히 비싸졌어요.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년 전에 20배 수준이었어요. 지금은 27배로 과거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에요. 대체로 주식을 비싸게 샀을 때 향후 기대되는 수익률은 낮아질 수 있어요.


*현재 주가를 직전 12개월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비율 


정책과 자산 가격을 단순하게 판단하지 말자


위에서 언급한 경제 활황은 트럼프 1기 초반의 분위기예요. 사실 트럼프 1기는 초반에 좋았던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어요. 인프라 투자, 세금 감면, 경기 개선 기대로 뻗어 올랐던 금리와 주가는 중국과의 무역 분쟁이 본격화되자 하락 반전해요. 미국 10년 금리는 2018년 하반기에 3%를 잠깐 넘어섰지만, 미중 무역 분쟁으로 경기 전망이 악화되고 물가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2019년에는 다시 1%대로 떨어졌어요. 주가지수도 2018년 하반기에 크게 조정을 받았어요.


한 번 성공했던 정책이 다시 반복되더라도 금리와 주가 같은 금융시장 변수는 과거와 다르게 움직일 수 있어요. 언급했듯이 이미 8년 전보다 금리 수준과 주가 밸류에이션이 높아요. 과거 수준의 재정 지출, 세금 감면, 규제 완화로는  금융 시장이 실망할 가능성도 있어요. 무엇보다 중국산 수입품에 60% 관세가 부과되면 세계 경제 회복이 심각한 타격을 받아요. 미국 경제가 아무리 홀로 잘나가도 결국 미국 물건을 사줄 시장이 있어야 유지할 수 있어요.


역사적으로 대통령 선거는 미디어에서 과장하는 것만큼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어요. 공화당과 민주당 어느 쪽도 증시에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았고, 정책에 근거한 주식 섹터의 성과 예측도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바이든 대통령은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원했어요.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 재임기에 가장 성과가 좋았던 섹터는 역설적으로 석유기업이 포함된 에너지 산업이에요. 


따라서 정책을 투자에 고려할 때는 구체적인 자산 가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요. 


💌다음주 수요일 머니레터에서 2편이 이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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