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약값이 비싼 건 사실이에요
지난 5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처방약 가격을 최대 90% 인하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어요. 일명 ‘최혜국 대우(MFN)’ 가격 정책으로, 동일한 약이라면 OECD에 가입한 고소득 국가 중 해당 약이 가장 저렴하게 팔리는 국가와 같은 가격을 적용하겠다는 거예요. 정부가 직접 글로벌 제약사와 협상해 국내에 들어오는 약의 가격을 결정하는 대부분의 OECD 국가와 달리, 미국은 약값을 전부 시장경쟁에 맡기고 있어요. 그래서 미국의 처방약 가격 평균은 OECD 평균보다 3배 높고, 일부는 20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해요. 악명 높은 미국 의료 불평등의 큰 원인 중 하나예요.
성공하면 영웅이 되겠지만…
행정명령에 따르면 제약회사들은 180일 이내에 가격을 낮춰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30일간 보건부 장관과 협력해 가격 인하 방안을 찾아야 해요. 하지만 외신은 이 행정명령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해요. 일단 다른 OECD 국가가 구매 가격 정보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아닌 데다, 미국 국내에서 법적으로 강력히 보호받는, 힘센 미국 제약회사들의 반발이 아주 거세거든요. 실제로 협상을 한다고 해도, ‘180일+30일’의 협상 기간으로는 어림도 없을 거예요. 현 행정명령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모호한 면이 많고요.
우리나라에는 이익과 손실이 다 있죠
미국 약값 인하가 현실이 되거나,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낮아지면 우리나라도 그에 따른 영향을 받아요. 일단, 만료된 특허를 이용한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만드는 제약사들은 단기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어요.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 시장의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이 치열해지겠죠. 결국 모든 약이 저렴해지는 방향으로 수렴할 테니까요. 환자들은 지금보다 약을 비싸게 처방받아야 할 수 있어요. 미국에서 수익성이 악화한 만큼 글로벌 제약사는 다른 나라에 파는 약값을 올릴 가능성이 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