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때는 평균(?)만 잘 따라가도 됩니다

글, 어피티

the 독자: 얼마 전에 제가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

어피티: 보통은 칭찬의 의미로 하는 말 같은데, 마음에 걸리는 게 있으신가요?

the 독자: 저는 솔직히 제가 안 그런 것 같거든요. 저는 그냥… 평균 정도만 됐음 좋겠어요.

어피티: 그렇다면 정말 기대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신데요?

the 독자: 그런데, 모든 면에서 평균 정도 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뭔가 대단하지 않아도 크게 모난 데 없고,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건 아닌데 모두에게 호감을 사고, 최고 성과를 내지는 못해도 실수 한 번이 없는 그런…

어피티: 그건 기대가 높은 것 맞아요. 🤗 ‘모든 면에서의 평균’은 평균보다 정말 달성하기 어려운 상태죠.


혹시 여러분도 우리의 the 독자 님이 스스로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한다고 생각하셨나요? 하지만 우리의 마음 속을 잘 들여다보면, 누구나 조금씩은 the 독자 님처럼 생각한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에게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손실회피(Loss aversion)’의 본능이 있거든요.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이 이익보다 손해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예를 들어 10만 원을 얻는 기쁨이 +10이라면, 10만 원을 잃는 슬픔은 반대로 정확히 -10이 아니라 -20쯤 된다는 거죠. 사람들은 대개 이익보다 손해에 두 배 정도 강하게 반응한다고 해요.


‘평균적’이라든지 ‘무난하게’, ‘평범함’ 같은 기준은 결국 어떤 손실의 고통도 없는 상태라는 거고, 그건 0에 수렴하기보다는 결과나 위치에 있어서 플러스(+) 쪽으로 조금 더 옮겨와야 가능하다고 볼 수 있죠.


금융투자상품 중 이런 손실회피 심리를 달래려고 만든 상품이 있어요. 시장에서 ‘남들 이익 내는 딱 평균(?)만 하자’, 하고 만들었더니 시장이 계속 성장하면서 손실 없이 안정적 수익을 내게 된 투자상품인데, 바로 ‘지수’를 ‘추종’하는(따르는) 상품들이에요.


지수추종상품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우선 지수가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갈게요.


지수(Index)는 

시장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이에요 

 

일이 잘 되고 있는지 아니면 뭔가 잘못됐는지, 잘 되면 얼마나 잘 되며 잘못되면 또 얼마나 잘못되어가고 있는지 알려는 것도 사람들의 본능이에요. 그래야 잘 될 때는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좋지 않을 때는 얼른 회피할 수 있으니까요. 자산을 투자하는 입장에서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싶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요.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지수(Index)예요. IQ지수, 행복지수, 빅맥지수, BMI지수처럼 기준을 정해서 현재 상태를 평가하는 바로 그 지수가 금융시장에도 있어요. 

 

예를 들어 ‘한국종합주가지수’인 코스피(KOSPI)는 시가총액의 크기를 통해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을 평가하는 지수죠.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이 시작된 기준연도, 1980년 1월 4일을 기준으로 당시 상장된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100으로 잡아요. 코스피는 이 100이라는 점수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몇 배나 상승했는지 보여줘요. 

 

시가총액은 [회사의 현재 주가×발행 주식 수]로 계산하는데, 기업의 시장 가치를 나타내요. 사람들이 많이 사고팔다 보면 주가는 오르기 마련이에요. 반대로 사람들이 팔려고만 한다면 주가는 떨어지겠죠. 상장된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많으면 시가총액은 커지고, 그렇지 않으면 시가총액은 거의 늘어나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질 거예요.

 

그러니까 코스피 지수가 2500포인트라는 건, 1980년 1월 4일에 비해 상장된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25배 성장했다는 뜻이에요. 증시에 들어와 있는 돈의 규모가 25배 커진 거예요. 1980년부터 코스피를 추종하는 상품이 있어서 투자를 시작했다면 코스피 추종 상품은 지금까지 25배의 수익률을 냈겠죠.

 

투자시장의 다른 주요 지수로는 나스닥, S&P500,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등이 있어요. 지수별로 계산법은 조금씩 다르지만, 오르면 돈이 많이 들어온 것이고 떨어지면 투자자금이 빠져나갔다고 해석하면 되는 점은 비슷해요.

지수가 오르면 같이 오르고, 

떨어지면 같이 떨어져요


지수는 단순히 측정 도구로 끝나는 게 아니라 투자상품 설계에도 쓰여요. 지수는 시장에서 선별된 종목들의 가중 평균이나 합산 값을 통해 시장 전체의 흐름을 대표하고 있거든요. (단순 평균이 아닌 점을 알아두세요.) 예를 들어 어떤 투자 상품이 미국에서 제일 큰 대형주 500개의 성과를 반영하는 S&P500 지수를 추종한다고 하면, 미국에서 제일 큰 500개 기업의 주가가 오른 만큼 수익을 내게 돼요. 


반대로 미국이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아 이 기업 저 기업 가릴 것 없이 실적이 좋지 않았고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자금을 돌려받는다면 나의 투자수익률은 그만큼 떨어질 거예요.


그러니까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투자상품인 지수추종상품은 ‘시장 전체가 평균적으로 오르는 만큼은 수익을 내보자’는 투자자들의 기대를 반영한 결과죠.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한다는 전제, 눈치채셨어요? 이 전제를 배경으로 두고 지수추종상품으로 투자하면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으니, 안정적인 수익률을 가져가면서 손실 위험을 분산시키는 데도 유리해요. 어느 한 종목 주가가 뚝 떨어지더라도 같은 기간 어느 한 종목 주가는 훅 오를 수 있잖아요. 물론, 사람들은 오른 것만 보면서 ‘여기다가 몰아서 투자할 걸…’이라는 결과론적인 생각을 하지만요. 😏

      사실 개별 종목에 투자할 때는 손실 위험 때문에 불안감을 느낄 수 있어요. 자꾸만 거래창을 들여다보다 사고 팔기를 반복하고, 증권사에 수수료만 더 내게 되죠. 거래 횟수가 늘어나면 대체로 수익률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요


      그러다가 특정 종목이 급락하기라도 하면 보통 사람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그래서 1970년대 미국에서는 손실회피 심리를 완화하고 일반적인 투자자가 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수추종상품을 개발한 거죠.


      제일 잘하는 펀드매니저보다 

      지수추종 수익률이 더 높을 수 있어요


      전문가인 펀드매니저가 오를 만한 종목을 직접 골라 가며 개별 투자를 하는 것보다 지수추종투자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낸다는 보고는 여럿 있어요.


      워런 버핏은 2006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어떠한 헤지펀드라도 수익률이 S&P500지수 전체의 수익률을 넘기 힘들 것’이라며 헤지펀드인 프로테제 파트너스의 테드 지데스 회장과 10년 기한으로 수익률 내기를 했어요. 2007년부터 시작된 이 투자 대결에서 워렌 버핏은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어요. 그가 선택한 ‘뱅가드 S&P 500 인덱스펀드’는 10년 동안 125.8%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낸 반면,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2.8%에서 87.7%까지 다양했거든요.


      그렇다면 모두들 지수추종상품에만 투자하면 되지, 왜 헤지펀드라든가 펀드매니저 같은 사람들에게 공격적인 투자를 맡기느냐고요? 단기적으로는 이들이 ‘평균’인 지수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는 경우가 분명히, 그것도 드물지 않게 존재하거든요. 그 단기적 추가 성과의 연속을 바라는 것이죠. 10년 장기 내기를 했으니까 워렌 버핏이 이긴 거예요. 중간에 헤지펀드가 더 높은 수익률을 낸 기간도 있었어요.


      이렇게 전문가가 개별 종목을 직접 선정해 투자하는 방법을 ‘액티브 투자’라고 하는데요, 시장 타이밍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종목을 매매하게 되죠. 예를 들어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한 2022년 11월 말부터 엔비디아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어요. 만약 부지런하고 수완이 좋은 어떤 펀드매니저가 챗-GPT 출시 사전 정보를 손에 넣고 잘 판단해서 발표 직전 엔비디아에 크게 투자했다면 1~2년 만에 분명 단순 지수추종상품의 몇 배는 벌었을 걸요.


      지수추종상품은 크게 

      인덱스펀드와 인덱스 ETF로 나뉘어요


      지수추종상품은 크게 인덱스펀드와 인덱스 ETF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이 두 상품은 모두 특정 지수의 성과를 따라가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운용 방식과 투자 방법 차이가 조금 있어요.

          인덱스펀드(Index Fund)는 코스피나 S&P500 등 특정 시장 지수를 따라가는 ‘패시브(수동적인)’ 투자 상품이에요. 주로 뮤추얼펀드 형태로 제공되는데, 뮤추얼펀드는 여러 투자자의 자금을 모아 운영하는 공동 투자 상품으로, 주식,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돈을 분산해서 투자해요. 펀드회사에서 직접 거래하고요, 하루에 한 번 가격을 매기는 만큼 주식시장 같은 실시간 거래는 불가능해요.


          인덱스 ETF(Index ETF) 역시 특정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예요. 인덱스펀드와 가장 큰 차이점은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는 거예요. 따라서 오가는 돈이 많아, 유동성이 풍부해요.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 속 칼럼에서 지수추종상품에 관한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의미가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

          🎈

          중요한 건 … MSCI 선진국 지수는 글로벌 펀드자금이 추종하는 지수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점이에요. MSCI가 우리나라를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하기 시작하면, 막대한 투자금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죠. (2024.10.23 머니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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