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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와 도박의 한 끝, 영화 <타짜> 🎥

글, 우지우

“예림이 그 패 봐봐. 혹시 장이야?”

주옥같은 명대사를 수두룩하게 남긴 불후의 명작, <타짜>.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호구(권태원 분)의 대사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자주 오르내릴 정도로 유명하죠. 

그런데 님, 영화 <타짜>가 ‘투자’ 영화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어떤 패가 나오는지에 따라 손목까지 거는 장면도 나오는데, 이걸 투자라고 하면 뭔가 좀 어색하죠. 네, <타짜>의 소재는 투자보다는 도박, 투기에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투자와 도박이 정확하게 어떤 지점에서 다르길래 우리가 이렇게 느끼는 걸까요? 어떤 사람은 투자가 도박과 다를 게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정말 그럴까요? 

먼저 투자와 도박의 사전적인 의미부터 확인해보겠습니다.

  • 투자: 주식이나 채권 등을 사서 적극적으로 재산을 불림. 투자에 따른 기대 수익률에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수익’까지 포함됨.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원래 돈을 잃을 수도 있음. 
  • 도박: 우연성, 불확실성이 큰 비중을 차지함. 요행수를 바라고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일에 손을 댐.

투자와 도박 모두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 따라 리스크(위험)를 감내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는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투자의 몇 가지 측면은 도박과 비슷하답니다. 먼저 도박의 가장 큰 특징인 ‘불확실성’부터 짚어볼게요.

불확실성은
기본이다

불확실성(uncertainty)을 가진 모든 것들은 도박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경주하는 말이나 자전거 중 누가 1등이 될 것인지, 바둑이나 체스, 배구 등 경기의 게임에서 누가 이길 것인지 등은 불확실한 것들이죠. 그런데 이건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투자자들은 어떤 가능성에 베팅하는 거니까요. 

투자와 도박은 둘 다 불확실성을 전제로 합니다. 불확실성이 깔려있기 때문에 나의 선택에 따른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죠. 반대로 불확실성이 없는 것을 두고, ‘투자’나 ‘도박’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그럼 투자와 도박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먼저 투자와 도박은 ‘투자 대상’으로 구분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충분히 조사하고 결정했는지, 아니면 불확실성을 인지하고 베팅하는 것인지 투자 대상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부터 차이가 나니까요. 

투자와 도박의 가장 큰 차이점은 불확실성에서 나오는 리스크(risk)를 관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도박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없지만, 투자는 투자정보 수집, 분산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투자하려는 회사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지 않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결정하게 되면 도박의 요소가 강해집니다. 반대로 철저히 조사하고 확실성에 접근하고자 하면 투자에 가까워지죠.

관리되지 않는 
리스크의 치명타

자본시장에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차고도 넘칩니다. 주식, 채권, 부동산부터 파생상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이 많은 상품이 가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리스크(risk)’를 갖고 있다는 점이죠. 리스크를 갖지 않는 상품은 투자 상품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리스크 역시 ‘관리가 가능해야’ 투자라고 할 수 있다고 했죠. 여기서 헤지(hedge)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헤지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울타리, 대비책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 쐐기를 박는 것처럼 가격이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는 뜻으로 사용돼요.

좀 더 구체적으로, 헤지는 ‘자산의 변동 폭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컨트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헤지의 목적 자체가 가격 변화에 따른 손실을 막는 데 있거든요. 

예를 들어, 나의 자산을 다양한 투자상품에 배분해서(분산투자) 한 자산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자산에서 나온 수익이 위험을 줄여주는 것도 헤지라고 볼 수 있어요. 주식 종목을 매수하기 전에 그 기업의 재무 현황과 관련 산업의 성장성, 관련 이슈를 분석해보는 것도 헤지를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다시 정리해볼게요. 투자와 도박의 차이는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가’에 있고, 투자는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고 했죠. 그리고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투자상품 분석, 자산 배분 등의 헤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얘기 드렸습니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하면 리스크를 관리하지 않고 ‘투자상품’이라 불리는 것들에 투자하는 건 도박이라는 뜻입니다. 증권사가 투자상품이라고 묶어서 님에게 팔았다고 해서, 내가 하는 게 도박이 아닌 투자가 되는 게 아닙니다. 은행 직원의 이야기만 믿고 만기 5년 ELS에 모든 재산을 ‘올인’하는 행동 역시 투자라고 볼 수 없어요.

투자와 도박의 차이는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이 지닌 ‘리스크를 다루는 태도’에 있거든요.

다시 영화 속으로

영화 속에서 아귀(김윤석 분)의 자산 가치는 고니(조승우 분)의 마지막 화투패에 따라 가치변동이 생기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고니가 ‘다음 패가 장인 경우’와 ‘다음 패가 장이 아닌 경우’를 모두 고려해 헤지를 했다면 어땠을까요? 네, 그 판은 더는 도박이 아니게 됐을 거예요. 영화의 재미는 떨어졌겠지만 말이죠.

인간은 누구나 다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risk-averse)이 있습니다. 생존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회피하게 된 거죠. 하지만 눈앞에 큰 수익률이 보일 때, 그리고 그걸 반복적으로 맛보기 시작할 때, 종종 리스크를 추구하려는 경향도 나타나곤 합니다. 

꼭 기억해두세요. 도박이 아닌 투자를 하고자 한다면, ‘리스크 관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투자와 도박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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