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이
캐미 님은 첫 직장에서 15년째 일하고 있는 직장인이에요. 같은 회사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고민이 많지 않을까 싶었지만, 여전히 직장생활이 즐겁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이렇게 말했어요.
“직장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즐거운 직장생활의 비결은 ‘회사 밖’에 있었어요. 캐미 님은 퇴근 후 자기 회사의 대표로 변신합니다. 술 마시는 책방 ‘책, 익다’를 운영하고 있어요.
직장에서도 그의 이중생활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본업과의 이해관계가 부딪히지 않고, 본업을 허투루 하지 않는 ‘일잘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어요.
오늘은 본업과 부업을 병행하며 직장생활의 활력을 채워가는 캐미 님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오늘의 프로일잘러, 캐미 님
조이: 무슨 일 하세요? 캐미 님의 커리어 여정이 궁금해요.
캐미: 직장인이자, 술 마시는 책방 ‘책, 익다’의 대표로 일하고 있어요.
15년 동안 회사에서의 업무에서도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왔어요. 그 과정을 설명해 볼게요.
① 회사 재무팀
어느 회사나 재무 일은 비슷할 거라 생각해서, 합격한 회사 중 연봉이 높은 곳을 택했습니다. 재무팀에서 결산 업무를 담당했는데, 밤 11시에 퇴근하는 날들이 많았어요. 야근이 싫어서 일을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적용하려는 노력을 무던히 시도했습니다.
② 회사 세무팀
재무 일을 하다 보니 세무를 모르면 안 되겠다 싶었어요. 마침 부서를 옮길 기회를 얻게 돼, 세무팀으로 이동했습니다. 공부할 것도, 업무도 많아서 주말 출근은 물론, 더 늦게까지 야근을 해야 했지만,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업무 역량과 스킬이 크게 성장한 시기였죠.
③ 회사 경영관리팀
‘알잘딱깔센’이다 보니 저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부서가 많았어요. 경영 계획 수립과 회사 운영 절차가 궁금해 경영관리팀으로 이동했어요. 경영관리팀에서는 ‘꼼꼼하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더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④ 술 마시는 책방 ‘책, 익다’ 대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어요. 고민의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출근 전 3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썼어요. 이 시간을 통해 ‘나는 술 마시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하지만, 그럴 만한 좋은 공간이 없더라고요.
“좋아하는 것을 누릴 만한 공간이 없으니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봤어요”
지인들은 모두 말렸어요. ‘누가 요즘 책을 읽냐’, ‘누가 술 마시면서 책을 읽냐’며 말이죠. 게다가 당시는 코로나19가 한창이라 문을 닫는 가게가 많던 때였어요.
그래도 ‘해보고 망하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먼저 그려봤어요. 한 달에 감수해야 할 적자가 최대 100만 원, 2년이면 2,400만 원인데, 그 정도면 도전해 볼 만하더라고요.
나중에 ‘그때 그걸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실패하더라도 손해는 아니겠다고 판단했어요.
사무실에서 숫자만 보며 살던 사람이라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은 생소함의 연속이었지만, 사업가 마인드를 장착할 수 있는 기회였어요.
‘책, 익다’는 ‘책, 술, 혼자’라는 키워드로 알려지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수익을 얻게 되었어요. ‘술, 익다’를 운영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건 너무나 행복한 일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가슴 뛰는 일을 통해 버는 순수익 2천만 원”
조이: 현재의 소득에 만족하고 있나요?
캐미: 만족하지 않아요. 소득의 총액도 중요하지만, 내 심장을 뛰게 하는 일로 얻은 소득의 파이를 키우고 싶거든요.
가슴 뛰는 일을 통해 월 2천만 원의 순수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제 목표에요. 월급은 달콤하지만, 솔직히 가슴이 뛰지 않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회사가 주는 건 월급만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회사는 월급과 신용, 심리적 안정감, 복지와 인프라를 제공하니까요.
소득을 늘리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저런 시도를 하다 보면, 조금씩 소득이 느는 게 보여요. ‘빠르게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은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야근러가 칼퇴하자, 모두가 놀랐어요”
조이: 이제까지 일하면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캐미: 마음속에 담아뒀던 말을 처음으로 꺼냈던 날이 있어요.
“저 오늘은 일이 있어서
일찍 들어가 보겠습니다.”
‘프로 야근러’인 제가 이렇게 말하자, 모두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죠. 그렇게 처음 용기를 내서 말을 꺼낸 뒤, 칼퇴는 한 달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에서 매일로 만들어 갈 수 있었어요.
단, 칼퇴를 위한 전제조건은 업무 시간에 내 일을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것이에요. 그렇게 저도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 수 있었죠.
“칼퇴를 목표로 치열하게 일해요”
조이: 캐미 님의 일주일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일과 삶의 관점에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듣고 싶어요.
캐미: 평일 업무시간에는 치열하게 회사 일에 집중해요.
🕖 월~금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 치열하게 회사 일을 합니다. 매일의 목표는 ‘칼퇴’예요.
- 가장 중요한 일은 수요일까지 끝내고, 목~금요일에는 남은 업무와 후순위 업무를 합니다.
- 금요일 오후에는 우선순위에 따라 다음 주 업무 일정을 세팅합니다.
- 매일 퇴근 1시간 전에 업무를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일합니다. 그래야 갑자기 들어오는 업무까지 마무리해서 칼퇴를 할 수 있어요.
🕣 월~금요일, 저녁 이후
- 오후 5시 이후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소파에서 10~20분 정도 잔 후 저녁을 먹고 ‘책, 익다’로 출근합니다.
- ‘책, 익다’에서는 손님 응대를 하면서,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콘텐츠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기획도 하고요.
- 월~화요일 저녁은 ‘책, 익다’ 휴무일이라서 개인 약속이나 모임을 갖고 있어요.
🕛 토~일요일
- 주말 오전에는 운동과 글쓰기 모임, 습관 모임에 참여해요.
-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는 ‘책, 익다’를 운영하며, 평일과 비슷하게 보내요. 독서와 글쓰기, 책 선정, 책 소개 등을 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거나 콘텐츠를 만들죠.
캐미님의 한 끗 차이
✨ 명확한 비전
캐미 님이 꿈꾸는 세상은 다 같이 많이 웃는 세상입니다. ‘하하호호’가 가득한 세상 말이죠. 캐미 님이 칼퇴하기 위해 업무에 초집중하고, ‘책, 익다’를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명확한 비전 덕분입니다.
캐미 님에게 행복은 편한 것이 아니에요. 동료들과 치열하게 일하고, 기한 내 일을 잘 마무리했을 때, 타 부서와 협의해 가며 방법을 찾아냈을 때, 그리고 잘했다는 칭찬 한마디를 듣고 인정받았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고 해요.
⏰ 효율화의 킹왕짱
캐미 님은 불편함이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든 개선하려고 노력합니다. 회사에서는 업무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회계 담당자라는 특성상 엑셀로 고도화를 많이 했고요.
여기서 스스로에게 강조했던 것은 ‘나만 편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어요. 모두가 좋아지는 방법을 찾아 하나씩 바꾸다 보니, 그게 회사에서 캐미 님의 강점이 되었고 ‘불편한 일을 편하게 바꾸는 사람’으로 알려졌어요.
💪 걱정 대신 실행
캐미 님이 직장생활에 한계를 느낀 것은 직장 이름 떼고 나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나’를 인식하게 되면서였어요. 하지만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나’는 더 싫었죠.
그래서 같은 고민을 하던 친구와 함께 뭐라도 각자 원하는 것을 찾아 해보고 공유하기로 약속했고, 그 결과 ‘책, 익다’가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캐미 님은 ‘만다라트’ 전문가이기도 한데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니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서 만다라트를 작성하게 되었고, 만다라트가 탄탄한 실행력을 만드는 효과적인 도구가 되어주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