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과 양적완화 말이 어려운 이유가 있어요

글, 어피티


the 독자: 미국 연방은행은 이동식 뷔페 서비스도 제공하나요?

어피티: 음… 네? 🤔

the 독자: 케이터링을 시작했다잖아요.

어피티: 케이터링이 아니라, 테이퍼링이에요.

the 독자: 엥?

어피티: 테이퍼링이라고 자산매입 축소프로그램 실시…


우리말로 옮기지 않고 영어를 발음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의미가 바로 와닿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일단 뉴스에 테이퍼링이 등장하면 세계 경제, 특히 금융시장의 큰 방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떤 의미인지 알아두는 것이 좋아요. 각국 정부가 경기를 부양할지, 아니면 인플레이션을 잡을지 결정하는 순간에 등장하니까요.


자산매입을 그만두려면 

일단 자산을 매입해야 하죠 


‘테이퍼링(Tapering)’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적완화’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테이퍼링은 실질적으로 양적완화를 되돌리는 조치거든요.


어피티: 그러니까, 헤어지려면 먼저 사귀어야 하잖아요?

the 독자: 갑자기요?

어피티: 테이퍼링은 정부가 시장에 풀었던 돈을 회수하는 과정이에요. 그러니 테이퍼링을 하려면 먼저 돈을 풀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돈을 푸는 행위를 ‘양적완화’라고 해요.

the 독자: 그럼 둘 다 영어 발음으로 쓰든가, 둘 다 한국어로 옮겨 쓰든가 하지 도대체 왜…

어피티: 테이퍼링은 우리나라말로 ‘중앙은행의 자산매입축소프로그램’이고 양적완화는 영어로 ‘퀀티테이티브 이징(quantitative easing)’인데…

the 독자: 아, 알았어요. 그냥 외울게요!


일단 양적완화에 관해서 설명해 볼게요. 경기가 안 좋을 때, 중앙은행은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활성화시키려고 합니다. 이때 크게 두 가지 방법을 동원하는데요. 첫 번째는 기준금리 인하, 두 번째는 양적완화 정책이에요. 

① 기준금리 인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도 낮아집니다. 기업과 가계(개인) 입장에서는 은행에 돈을 맡겨봤자 이자도 적으니 저축은 덜하고,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대출 이자가 적어 부담이 덜어지니 대출을 받아 돈을 굴리려고 하겠죠. 이렇게 기업과 가계 전반에 걸쳐 은행에서 돈을 빼거나 빌리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② 양적완화 정책

기준금리를 낮춰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돈을 풀기 시작합니다.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내고, 그 돈으로 시중의 채권을 사들이면서(자산 매입) 시장에 돈이 풀리게 됩니다. 그러면 시장에 나와 있는 돈, 즉 통화량이 늘어나니까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외화 대비 원화가 저렴해지고),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이 생기게 돼요.

양적완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 연준에서 경기를 끌어올리려고 처음 사용한 파격적 금융 정책이었습니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내리면, “경제가 너무 가라앉으니, 돈을 빌려서라도 팍팍 써라, 돈 써서 물건 만들어서 잔뜩 수출해! 그런 돈은 빌릴 때 이자 거의 안 내게 해줄게”라는 메시지가 되죠.


풀 때가 있으면 조일 때도 있는 법

특히 물가가 너무 오르면 말이죠 


그런데 돈이 잔뜩 풀리면 따라오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바로 물가 상승이에요. 


돈을 쓰라고 풀어준 것이니만큼, 사람들은 지갑을 열어 돈을 쓰게 됩니다. 생필품을 사는 사람도 있겠지만 주식투자 같은 재테크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팬데믹 당시 금융시장이 달아올랐던 것도 같은 효과입니다. 사람들이 뭔가를 많이 사기 시작하면 그 ‘뭔가’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수요와 공급 법칙이에요.


인플레이션, 즉 물가가 급등하는 현상은 양적완화와 같은 유동성 공급 정책에 자연스럽게 동반되는 결과예요. 시중에 풀린 돈이 증권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면서 전반적인 물가를 올려놓은 거죠. 여기에 팬데믹으로 세계 물류가 멈추거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져 세계적인 곡창지대에서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는 등, 정치·경제적인 사건이 벌어지면 실제 상품 공급까지 멈춰,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각하게 변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겠죠. 지나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정부는 다시 시장에 풀어둔 돈을 거둬들이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기준금리를 다시 높이거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바로 그것이죠.


테이퍼링을 하는 방법은 양적완화를 하는 방법의 반대순서입니다. 중앙은행이 은행이나 보험사 등에서 사들이던 채권이나 모기지 담보 증권(MBS) 같은 금융 자산의 양을 줄이는 거죠. 그러다가 결국에는 아예 매입을 그만둘 수도 있고요. 금융시장 입장에서는 들어오는 현금이 자꾸 줄어들겠죠?

테이퍼링의 의미가 헷갈린다면, 양초가 녹아 없어지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쉽게 외울 수 있어요.


이렇게 테이퍼링이 실시되면 시장에 풀렸던 돈이 다시 줄어들면서, 증시에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실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된 주식의 거품이 빠질 수 있어요.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 속 테이퍼링 관련 칼럼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의미가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

🦩

그렇게 해서 인플레이션이 부활한 현재의 상황이 되었으니,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걸 되감아야 할 겁니다. 그럼 앞에서 한 일을 다시 반대로 해야 하겠죠. (중략) 실제 테이퍼링이 시작된 것은 물가가 제대로 올라오기 시작한 2021년 3월에서 8개월이나 떨어진 2021년 11월이었어요. 그리고 이듬해 초, 양적완화를 통한 국채 매입은 종료됩니다. (2024.08.06 머니레터)

테이퍼링은 기준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양적긴축의 신호탄이에요. 그러니까 엔데믹 이후 우리가 겪은 고금리 상황은 2022년부터 시작된 테이퍼링과, 그 뒤를 이은 기준금리 인상의 결과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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