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기회로! 역발상 천재들이 만든 지역축제 흰 눈 사이로, 얼음을 타고 물 위를 걷는 기분! 상쾌도 하다❄️

지난 연말, 고영 PD는 눈 구경을 하러 평창으로 떠났어요. SNS에서 본 하얀 설경이 너무 예뻐서 꼭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운도 참 없죠. 막상 도착하니 며칠 전까지 날이 따뜻해서 눈이 전부 녹아버렸다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도착한 날은 또 영하 20도가 넘는 역대급 추위가 몰아쳐서 눈은 하나도 못 보고 덜덜 떨다가 그냥 돌아왔답니다. 이번 겨울이 가기 전에, 실패 없이 정말 끝내주는 풍경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할까요?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춥다고 해도 눈은 안 올 수 있지만, 얼음은 백퍼센트 얼잖아요? 그렇다면 이번엔 눈이 아니라 얼음을 보러 가면 되지 않을까?

제14회 철원 한탄강 얼음 트레킹 축제 현장 ⓒ어피티

추운 겨울, 빙판 위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은 낚시 말고는 또 없는 걸까?
이번 주부터 역대급 최강 한파가 시작되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역발상을 통해 추우면 추울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축제를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철원의 겨울은 도시에서는 감히 상상하기도 힘든 수준이에요. 강추위와 관련된 뉴스가 나오면 늘상 주인공이 되는 곳,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부는 한국의 시베리아 같은 곳이죠. 하지만 이런 추위를 오히려 기회로 삼고 자연 훼손을 최소한으로 하는 축제가 열렸다고 해서 다녀왔어요. 추위를 피하는 대신, 추위를 무대 삼아 사람들을 불러 모은 제14회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 이야기, 지금부터 시작해볼게요! 🏔️

겨울에 국내에서 꼭! 꼭! 가봐야 할 곳
장관이네요. 절경이고요, 신이 주신 선물이네요 ✨
고영 PD는 사실 트레킹을 해본 적이 거의 없는 초보자예요. 작정하고 걸을 자신이 없었거든요. 트레킹은 뭔가 본격적인 느낌이 나잖아요. 그래서 등산과 트레킹 고수 엄마를 초빙했답니다. 엄마는 이미 수년 전 이 길을 걸어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모녀 간의 추억도 만들 겸, 엄마와 이 코스를 함께 하기로 했어요.

미리 보는 철원 한탄강 얼음 트레킹 축제 총평
  • 축제 물가: ⭐⭐⭐⭐⭐ (전체적으로 저렴한 편)
  • 접근성: ⭐⭐⭐⭐ (서울과 가깝고 교통편이 편리함)
  • 감동: ⭐⭐⭐⭐⭐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 꿀팁: 메인 행사장인 승일교와 아름다운 고석정은 꼭 방문해보세요. 매 포인트마다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어서 원하는 지점으로 편하게 갈 수 있어요.
제14회 철원 한탄강 얼음 트레킹 축제 현장 ⓒ어피티

📍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 기본 정보
  • 행사 기간: 2025년 1월 17일(토)~25일(일)까지
    *단, 얼음트레킹은 겨울 내내 계속됩니다. 얼음이 어는 기간은 모두 축제나 다름없어요.
  • 트레킹 코스: 태봉대교 → 마당바위 → 승일교 → 고석정 → 순담계곡 (약 8.5km)
  • 소요 시간: 약 3시간 (중간에 점심 먹고 쉬는 시간 포함)
  • 입장료: 10,000원 (5,000원은 지역 상품권으로 환급)

축제를 가기 위해 태어나서 처음으로 철원에 방문했어요. 가는 데 두세 시간이 걸릴 거라는 생각과 달리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출발해 도착하는 데 고작 한 시간 반이 걸렸어요. 버스는 경유지가 많아 시간이 더 걸렸지만, 자차를 타고 직접 운전했다면 훨씬 빨리 도착했을 것 같더라고요.

‘물윗길’이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한탄강의 주상절리를 물 위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말해요. 대부분의 길이 부표로 만들어져서 얼지 않은 곳을 걸을 때는 출렁임 때문에 부표가 물 위에 떠 있다는 느낌이 나요. 얼음이 언 구간을 지날 때는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어 일반 다리를 건너는 기분이에요.

강 위로 GPS가 표시되는 화면과 부표 위를 걷는 사람들 ⓒ어피티


경치를 보며 걷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어요. 몇몇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평지에 길이 직선으로 뻗어있어서 걷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요. 살짝만 걸었는데도 땀이 나서 오히려 더 추웠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날 정도였어요. 


그렇게 실컷 걷다 문득 지도를 켜보니, GPS 상으로 제가 물 위에 서 있는 것이 보였어요. 한탄강을 두 발로 걷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어요.


메인 행사장이 있는 승일교에서 철원 오대쌀 브런치! 

본격적인 행사장이 마련되어 있는 승일교는 딱 트레킹 코스의 절반쯤 되는 지점이에요. 각 코스별로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어서 너무 힘들면 그만두고 갈 수도 있게 되어있었는데, 저는 승일교에서 잠시 쉬고 나니 충분히 완주를 할 수 있겠더라고요.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 푸드코트 음식들 ⓒ어피티


마침 이른 점심을 먹을 시간이라 로컬푸드관에 가서 음식을 시켜 먹었어요. 분식이나 국밥처럼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이기 좋은 메뉴들이 가득했는데, 어느 지역 축제와 비교해도 가격이 전체적으로 저렴했어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철원 특산품인 오대쌀로 만든 콩나물밥(7,000원), 엄마는 직접 솥에 끓인 도가니탕(15,000원), 사이드로 축제의 꽃, 떡볶이(5,000원)도 시켰답니다. 행사장에서 시킨 음식은 입장권으로 받은 지역 상품권으로도 결제할 수 있었고, 주문한 음식들은 환경을 위해 대부분 다회용기에 준비되어 나왔어요. 요즘 많은 로컬 축제장에 다회용기 문화가 정착한 것 같아 보기 좋았답니다.

몸을 녹일 수 있는 불멍존과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눈썰매장 ⓒ어피티


별도의 구조물 없이 눈을 다듬어 만든 눈썰매장과 겨울왕국을 연상케 하는 빙벽, 손을 녹이고 갈 수 있는 화덕까지, 자연 훼손을 최소화했다는 축제 주최 측의 말대로 정말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행사였어요. 


하이라이트는 고석정, 걷는 것만으로도 사극 속 주인공이 돼

밥을 먹고 다시 마지막 포인트인 순담을 향해 걷기 시작했어요. 얼음이 깨진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강물은 수심이 꽤 깊어 보였어요. 그런데 무척 물이 맑고 투명했어요.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고, 때로는 거센 물살이 시원한 소리를 내며 제 옆을 흐를 때는 속이 다 시원해졌답니다.


꽁꽁 언 얼음 위, 그 위에 쌓인 하얀 눈을 보면서는 캐나다에서 경험한 록키투어가 떠올랐어요. 설산에서 빙하를 보기 위해 꽤 큰 비용을 지불했는데, 한국에 그못지 않게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었다니. 아쉬움과 감탄이 동시에 느껴지는 순간이었어요.

얼음트레킹의 하이라이트, 고석정 ⓒ어피티


가장 마음에 드는 포인트를 꼽으라면 저는 고석정이 제일 좋았어요. 사극 드라마에서나 보던 절벽이 병풍처럼 저를 감싸고, 그 아래를 유유히 흐르는 한탄강 위를 배를 타지도 않고 걸어갈 수 있다니. 눈앞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장관에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답니다.


엄마는 두 번째 방문인데도 신비로운 풍경이라며 정말 좋아하셨어요. 딸과 함께 이렇게 멋진 곳을 함께 걸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랑 도란도란 수다를 나누며 걷다가 멋진 풍경이 나오면 호들갑을 떨다가 하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코스인 순담에 도착해 있었답니다. 순담에서부터는 주상절리길이라고 새로운 곳이 있는데, 거기서부터 걷는 건 3km가 더 걸린다고 해서 다음을 기약했어요.


이렇게 젠지하고 쿨한 이곳을

그동안 엄마 아빠만 알고 있었다니, 나 서운해! 😂

모든 코스를 다 걷고 첫 번째 포인트였던 태봉대교로 돌아가는 셔틀버스를 타러 가기 전에 입장하며 받았던 철원사랑상품권으로 간식을 구매했어요. 군밤과 군고구마, 어묵 등을 파는 작은 포차가 있었는데, 잠시 쉬었다가 셔틀버스와 대중교통을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돌아왔답니다.

철원사랑상품권으로 시켜먹은 간식, 순환 셔틀버스 ⓒ어피티


사실 처음 한탄강 태봉대교에 도착하자마자 놀랐어요. 주차장엔 한탄강의 겨울 절경을 즐기러 온 가족 단위 관광객과 산악회원들로 가득 차 있었거든요. 겨울이면 국내 유일의 철원 물윗길을 걷기 위해 정말 많은 등산 애호가들이 몰려온다고 해요. 


사진 찍기 좋은 풍경부터 가성비 좋은 먹거리까지 넘쳐나는 이곳에 제 또래는 많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동안 이 좋은 곳을 엄마 아빠만 알고 있었다니 서운하기까지 하더라니까요? 서울과 멀지 않으니 친구들과 편하게 놀러오기에도 너무 좋아 보였거든요. 트레킹 코스가 쉬워서 체력에 자신 없는 분들도 부담없이 올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질서를 지켜가며 트레킹하는 관광객들, 강가에 기묘하게 서 있는 돌멩이들 ⓒ어피티


또, 안전요원이 곳곳에 정말 많이 배치되어 있었어요. 매 포인트, 길이 바뀌는 구간이나 바위가 많아 약간 험한 장소에는 모든 곳에 안전요원이 한두 명씩 꼭 배치되어 있더라고요. 거기다 축제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정말 친절했어요. 교통편도 정말 편리했고요. 지역 전체가 한 마음으로 이 관광지와 축제를 아끼고 돌본다는 생각이 들어서 날은 춥지만 마음은 아주 훈훈했답니다. 


국내에 이렇게 역발상을 통한 재미있는 축제, 생명과 자연을 해치지 않고 함께 공존하는 축제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 반가웠어요. 겨울에 꼭 한 번 가봐야 할 축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앞으로 고영 PD는 망설임 없이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를 추천할 거예요. 14회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는 1월 25일 일요일까지 이어진다고 해요. 독자님들도 이번 겨울에 철원 한탄강에 꼭 한 번 놀러와보세요!

📌 이 글은 철원군의 제작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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