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캠브리지 영어사전
제가 오늘 소개할 ‘생활 속 다시 쓰기’는 이런 임시방편적 접근이 전통적인 소비 방식을 대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진행한 석사 연구에서 시작되었어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비하고 있는지, 제가 있었던 영국을 사례로 말씀드려 볼게요. 2020년 기준으로 영국에서는 1인당 매년 무려 98.66kg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더 충격적인 건 이 중 9%만이 재활용된다는 거죠.
택배 물량을 보면 더 실감이 나는데요. 영국은 전 세계에서 1인당 택배 수령이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해요. 1년에 한 사람당 74개의 택배를 받고, 매초마다 160개의 택배가 배송된다고 하죠. 이런 소비 패턴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요? 우리가 정말 이 모든 물건들이 필요해서 구매하는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이런 현상은 실제 제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당시 유학생들이 공부하는 동안 구매했던 생활용품들이 학업이 끝나면서 대부분 버려지는 걸 보게 됐어요. 빨래 건조대, 조명, 의자, 식기 등 꼭 필요한 물건들인데, 1년 정도 쓰고 버리기엔 너무 아깝잖아요? 빌리거나 중고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단돈 몇 만원에 새 제품을 집 앞까지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보니 새 물건을 사는 게 너무나 당연해져 버렸죠.
떠날 걸 알면서도 필요한 물건을 샀던 유학생들이 이 정도인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물건을 사고 있을까요? 하지만 우리에게 정말 ‘제품’ 자체가 필요한 걸까요? 빨래 건조대가 아니라 빨래를 널 공간이, 조명이 아니라 책상을 밝힐 빛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이런 생각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고도 우리의 필요를 채울 방법은 없을까? 이미 가진 물건에 새로운 기능을 더할 순 없을까?
주위를 둘러보니 우리는 이미 그렇게 살아가고 있더라고요. 의자는 때때로 옷걸이나 빨래 건조대가 되어주죠. 두 개를 마주 보게 놓으면 이불도 말릴 수 있고, 전구를 바꿀 때는 사다리로도 쓰이고, 문을 고정할 때도 요긴하게 씁니다. 여행용 캐리어는 손님이 오면 어느새 의자나 테이블로 변신하고, 침대 밑에 두면 훌륭한 서랍이 되어주죠. 숟가락은 또 어떤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숟가락으로 맥주병을 따본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