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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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현미


📌 필진 소개: 안녕하세요, 대신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현미입니다. 지구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ESG 컨설턴트예요. 다양한 ESG 정보를 소비자의 관점에서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알고보면 지금 당장 나부터 실천할 수 있는 ESG, 보다 깊게 알아봐요! ESG에 대한 쉽고 자세한 설명을 유튜브 영상으로도 확인해보세요!


지난 화 보러 가기

그간 소비자와 투자자 입장에서 ESG에 관해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직업으로서 ESG를 다루시거나 염두에 두신 분들을 위한 이야기를 해드릴까 해요.


ESG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분야예요


지난 글들을 보면서 느끼셨겠지만, ESG 분야에는 무척 많은 글로벌 이니셔티브들과 평가기관, 공시표준 관련 기관들이 산재해 있어요. 때문에 각각이 어떤 일을 하는 기관인지, 그 기관에서 발표하는 자료가 어떤 의미인지, 서로가 무슨 관계인지, 그 모든 것들이 실제 기업의 ESG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IFRS(국제회계기준),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EFRAG(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 ESRS(유럽지속가능성 보고표준), NFRD(유럽 비재무정보 공개지침)… 모두 ESG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 개념들이죠. 이것들이 서로 합쳐지기도 하고, 쪼개지기도 하고, 누가 누굴 대체하기도 하고, 확장하기도 해요.


이렇듯 복잡한 메커니즘과 변화를 따라가며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료를 찾아보고, 읽어보고, 분석하는 ‘공부’가 즐거워야 합니다.

 

또한 ESG는 전 세계적으로 EU가 가장 선제적으로 법과 제도를 만들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유럽의 최신 동향에 대해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영어자료를 읽고 분석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겠죠.

 

한 권의 ESG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한 회사의 전 부서에서 1년간 생산한 거의 모든 자료를 읽어야 해요. 그런 다음 그 내용을 자신만의 문장으로 풀어 써내야 하기 때문에 독해력과 자료를 재구성하는 능력, 문장력 등이 두루두루 요구됩니다. 

 

읽고, 해석하고, 쓰는 일이에요


그렇다고 ‘글’만 잘 쓰면 되느냐. 또 그렇지는 않답니다.

 

기본적으로 미디어 분석, 법제도 조사, 벤치마킹 기업 분석 등 전방위적인 분석 능력과 자료 조사 능력이 요구돼요. 특히 비재무적인 요소가 기업의 경영에 미칠 수 있는 단기적인 영향과 장기적인 영향도 식별해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업의 기획 인력이 갖고 있는 기획 능력, 리서치 능력도 상당 부분 필요합니다.

  

세련된 디자인과 화려한 자기자랑 같은 건 뒤로하고, 이 회사가 비재무적인 요소의 리스크와 기회요인을 제대로 식별하고 있는지, 그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생각하고 있는지, 즉 얼마나 ESG에 ‘진심’인지를 가려내는 안목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첫 단추는 뭐니뭐니 해도 여러 산업군의 다양한 기업들이 펴낸 ESG 보고서를 많이 읽어보는 것이겠죠.

한 권의 ESG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실제로 한 권의 ESG 보고서가 나오기 위해 거쳐야 할 각 단계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볼게요.


해당 산업군의 ESG 이슈 조사 


각각의 산업마다 특히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ESG 이슈가 조금씩 다르답니다. 또한 해당 산업군에서 특별히 기업들에게 가입이 요구되는 이니셔티브들도 있어요.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해요.


동종업계 경쟁기업 벤치마킹 조사


동종업계의 경쟁기업에게 중요한 이슈는 내가 보고서를 작성할 기업에도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죠. 같은 산업군에 있는 다른 기업들의 ESG 보고서를 분석해 주요 이슈, 대응 방안 등을 살핍니다. 특히, 작년 ESG 보고서에서 선정된 ‘중대 이슈’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미디어 분석


언론에서 기업 혹은 기업이 속한 산업군에 대해 주로 중요하게 다루는 ESG 이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키워드를 잘 조합해서 최근 3년치 관련 기사를 스크리닝하고, 최근 어떤 이슈들이 기사화되었는지 정리해요. 


대상기업의 데이터 수집


기업 스스로 자료를 분류해서 정리하여 취합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이 지난 1년간 ESG와 관련하여 수행한 모든 활동자료들을 수집합니다. 적절한 카테고리와 폴더트리를 생성해 주고, 그 안에 해당자료를 모으도록 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정리가 수월하고, 연도별 데이터 축적도 가능하겠지요.


중대성 평가


앞서 분석한 문헌조사 결과와 내외부 이해관계자 설문내용을 취합해서 그 해의 ESG 보고서의 중대이슈를 선별해 냅니다. 중대성 평가와 관련하여 보다 자세한 내용 및 절차는 뭣이 중헌디, ‘중대성 평가’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보고서 목차구성 및 세부기획


여기까지 끝났다면 사실 ESG 보고서를 절반쯤은 썼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통상 ESG 보고서 한 권을 쓰는 데에 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면, 앞선 단계에만 2~3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게 보통이에요.


중대성평가를 통해 중대이슈까지 선정이 완료되었다면, 이제 이 중대이슈에 맞춰 보고서의 목차를 구성해요. 수많은 비재무적 이슈 중에 어떤 내용을 특별히 강조할지, 배열과 디자인과 구성을 기획하는 단계예요.


본격적인 본문 작성


중대이슈가 확정되고 목차 구성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본문을 작성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습니다. 성과를 증빙할 수 있는 자료들만 잘 정리가 되어 있다면 10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쓰는 데에 한 달이면 충분해요.


물론 수정과 피드백을 얼마나 반복하느냐에 따라 이 기간은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영문번역, 디자인, 제3자 검증


보고서의 본문이 확정되면 영문으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쳐요.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들은 해외 바이어의 요청으로 ESG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 영문 번역이 무척 중요해요. 최근에는 ESG 보고서만 전문으로 번역하는 업체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어요. 


기업에 맞는 디자인이 완료되면 마지막으로 보고서에 대한 검증을 거칩니다. 보고서 ‘검증’이란,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에 사용된 데이터나 중대성평가 프로세스 등에 문제가 없음을 고객사도 아니고, 보고서를 작성한 컨설턴트도 아닌 ‘제3자’가 확인해 주는 과정이에요. 


제3자 검증이 아직은 의무사항은 아니에요. 그러나 검증을 거치지 않은 보고서는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거래소에 올라와있는 ESG보고서를 다운로드 받아 읽어보시면 맨 마지막 페이지에 반드시 ‘제3자 검증 의견서’가 첨부되어 있는 것을 확인해보실 수 있을 겁니다.

ESG 컨설턴트의 소명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해 보았는데요, ESG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이 조금은 구체적으로 느껴지셨을까요?


ESG 보고서 작성은 시작했다하면 최소 5개월에서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보니 보고서 한 권을 쓸 때마다 대단히 도전적인 일정을 소화하게 됩니다.


힘들고 버거울 때가 많지만, 또 그만큼 큰 보람과 성취감을 주는 일이 바로 ESG 컨설턴트의 일인 것 같아요.

 

비록 ESG 보고서의 시작은 보여주기 식의 경향이 짙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바뀌어 보다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자료로 기능하기 시작했고 앞으로는 더 그럴 것입니다. 


ESG 보고서를 한 번 쓰고, 두 번 쓰고, 해가 거듭될수록 그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기업의 진심이 되도록 만드는 것, 그리하여 진짜 해결책을 강구하도록 이끌어주는 것, 그것이 ESG를 ‘업’으로 삼은 자들의 사명이겠죠. 저도 그 과정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제 일에 최선을 다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ESG 뜯어보기’ 시리즈를 성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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