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600 아래, 환율 1,400원대 후반’ ‘불확실성’이 경제뉴스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된 시점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면서부터예요. 12.3 계엄령 사태가 벌어지면서는 대외 요인에 이어 국내 정치까지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어요. 현재 코스피·코스닥지수와 환율은 박스권에 갇혀 있지요. 그렇다 보니 과연 상황이 나빠지는 것인지 아니면 개선되고 있는 것인지 기준을 세우기가 어려워요. 이럴 때는 어떤 숫자보다 오르거나 내려야 확실한 하향 또는 상향인지 기준이 궁금해져요.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2350~2600 안에서 일어나는 반등은 박스권 안에서의 움직임’이라고 분석했어요. 또, 금융위원장을 지낸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는 ‘1,400원대 초반까지는 대외적 요인도 있기 때문에 정상 환율이지만 1,400원대 후반은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환율’이라고 말했어요. 16일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체포영장 집행을 계기로 경제 프로세스가 정상화될 것’이라며 계엄 선포가 환율을 30원 끌어올렸다고 발언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정상 환율보다 30원 정도 높은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요.
환율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미국 경제지표라는 변수도 있어요. 15일, 환율은 1,460원대로 마감했지만, 16일 어제는 최저 1,449.8원까지 내려가는 등 전날에 비해 4~10원 떨어진 상태로 움직였어요. 어제 환율 하락은 체포영장 집행과 더불어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2.9%로 양호하게 나온 영향이에요. 물가상승률이 2%대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 것이라는 공포는 일단 면한 셈이에요. 그러자 미국 국채 금리가 크게 떨어졌는데, 신규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가 하락한 만큼 매력도가 떨어진 거예요. 미국 채권을 사려고 달러를 구하려는 수요가 줄었으니, 달러 강세가 다소 약해지고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었어요. 최근 국제 정세가 혼란스러워 미국 채권 같은 안전자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던 시점이라 더욱 영향이 컸어요.
금융통화위원회는 금리를 동결했어요
이런 상황 속에서 16일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세 번 연속 국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연 3%로 금리를 동결했어요. 경기 부양보다 환율 안정을 선택한 거예요.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미국 기준금리와 차이가 심하게 나면 환율은 더 크게 오를 수 있어요.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소비자 뿐 아니라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도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어요.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서면 대기업도 버티기 힘들다는 전망이 있어요.
정인 한마디
👑 미국의 경제지표가 외환시장에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는지 알아보려면 외환시장에 국민연금이 공식 개입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8일 시장 움직임을 보면 돼요. ‘연못 속 고래’ 국민연금이 환율 방어를 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미국 경제가 건실하다는 지표들이 나왔고, 따라서 올해 미 연준의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환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어요. 만약 국민연금 개입 발표가 없었다면 환율이 크게 올랐겠죠. 계엄 이후 환율은 70원 정도 올랐는데, 이중 30원은 국내의 불확실성이라면 나머지 40~50원은 미국과 달러의 사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