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멕시코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요
지난 12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EU와 멕시코에 8월 1일부터 각각 ‘상호관세’ 30%를 부과하기로 했어요. 문제는 30%라는 관세율이 지난 4월에 발표한 상호관세율보다 EU는 10%p, 멕시코는 5%p. 더 높은 수치라는 거예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생각해 미국에 한발 양보했던 EU도, 미국과 경제적으로는 거의 한 국가나 마찬가지인 멕시코도 놀란 수치예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에 따라 한미FTA는 물론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무역협정인 USMCA도 무효가 됐어요.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미국 수출용 제품을 멕시코에서 만들던 우리나라 기업들도 갑자기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했어요.
오히려 중국에는 반도체 통제를 풀고 있어요
반면 중국에는 미국산 첨단 반도체 수출을 막았던 규제를 한 단계 풀었어요. 바로 어제, 엔비디아의 창립자 젠슨 황은 H20 반도체 중국 수출이 다시 허가됐다고 밝혔어요. 이러다 보니 ‘협상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와요.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로 원하는 건 (비록 미국 기업들이 지불하기는 하지만) 관세를 통한 재정 적자 보전이나 미국 공산품 가격 경쟁력 확보가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전면적인 ‘시장개방’이에요.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나 일본은 식량 안보를 위해 농산물 시장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고 있고, EU는 미국 기업들의 빅테크 독점을 막기 위한 디지털세를 물리고 있는데 이 장벽을 허물고 싶어 하는 거예요.
우리가 알던 세상이 또 하나 사라져가요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처럼 미국은 다른 나라에서 많이 수입하지만 다른 나라는 미국산을 잘 수입하지 않는 시장도 ‘공평하게’ 맞추고 싶어 해요. 사실 국제무역은 서로 더 잘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서로에게 부족한 상품을 서로 교환하며 상호 이익을 키우는 행위예요. 이걸 시장개방이라는 이름으로 ‘공평하게’ 맞추겠다는 건,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유시장경제 질서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죠. EU는 미국에 공동 대응을 하기 위해 일본과 캐나다에 물밑으로 접촉하고 있어요.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미국이 제외된 국제무역질서가 탄생할 수도 있겠어요. 물론 아직은 희박한 가능성일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