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르면 경제가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하면 주가도 오를까?

글, 어피티 

the 독자: 😶 (집중)

어피티: 무엇을 그렇게 오랫동안 바라보고 계신가요?

the 독자: 코스피지수 그래프요. 주가는 신기해요. 2024년에 일본 닛케이지수 그렇게 크게 올랐는데 서민들은 돈이 없어서 생활 수준이 최악이라고 하고, 반대로 우리는 30년간 그렇게 경제성장을 많이 했는데 코스피는 아직도 3000을 못 넘겼고… 그런데 또 미국은 경제가 성장할 때마다 S&P500 같은 주가지수가 확확 오르고…. 💸

어피티: 경제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궁금하셨군요. 그렇다면 경제 성장을 나타내는 지표인 GDP와 주가지수 사이의 관계를 알려드릴게요. 🤗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글로벌 증시는 급등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주식투자에 쏟아지는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죠. 말 그대로 ‘돈을 넣으면 돈을 버는’ 장이 1년 넘게 지속됐어요. 하지만 같은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거리는 무척 썰렁했어요. 식당과 미용실 등 손님을 직접 대면하는 장사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사람들이 공장에 출근하지 못해 물건을 만들 수 없고, 운송도 제한돼 물류가 마비되는 바람에 생활물가는 폭등하고 각국 경제성장률은 곤두박질쳤죠. 


사실, 기업이 장사를 잘하면 해당 기업의 주가가 오르기 마련이에요. 또 기업들이 하나같이 장사를 잘하면 증시 전체가 달아오르는 동시에 시장이 커지며 경제가 성장하고요. 하지만 지난 팬데믹 당시엔 이 ‘상식’이 깨져 버렸어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던 걸까요?


선진국에서만 

주가와 경제 성장이 상호작용을 해요


사실 ‘주식 시장의 성과’와 GDP, 그러니까 ‘경제 성장은 단기간에 직접적으로 연동돼 움직이지 않아요. 그 사이에는 여러 가지 변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거든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두 요소는 꽤 강하게 연결돼 있죠.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고소득 국가는 대체로 금융시장이 충분히 발달해 있어요. 이 경우에만 주가와 경제성장이 ‘양방향으로’ 긴밀하게 연결돼요. 주가가 오르면 경제가 성장하고, 경제가 성장하면 주가가 오르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죠. 미국은 주가와 경제성장의 상관관계가 강한 대표적인 국가예요. 금융경제와 실물경제가 원활하게 상호작용을 한다는 의미예요. 


중간 소득 국가와 신흥 국가는 

증시가 조금 약해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간 소득 국가와 신흥 국가는 경제성장률이 높다고 해서 그 나라 증시의 주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아요. 그러나 주가가 오르고 시가총액이 커지면 경제성장률에 플러스가 됩니다.


일단, 증시에 투자하려면 금융시장과 금융상품 자체도 발달해 있어야 해요. 기관이든 개인이든 투자자들이 충분한 자본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이제 막 경제가 성장 중일 때는 아직 제도도 미흡하고 사람들도 회사도 증시에 투자할 만한 자금이 부족할 수 있어요.


돈을 좀 모았다고 해도 금융시장보단 실물 인프라에 투자하게 되죠. 고속도로며 공장 설비는 경제 성장에 필수적이니까요. 또 늘어난 창업 기업들이 마구마구 상장하기 시작할 때이기도 하니까, 한정된 돈이 갑자기 많아진 기업 주식에 분산돼서 증시 전체의 크기와 상관없이 개별 주가가 낮은 상황도 생기고요.


반면 주가가 오르면 경제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쳐요. 왜냐하면 열심히 물건을 만들고 활발하게 장사하는 기업들이 자금을 좀 편리하게 조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거든요.


금융경제는 실물경제를 돕는 역할이죠


경제를 바라보는 방식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어요. 하나는 실물경제, 다른 하나는 금융경제예요. 실물경제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제활동이에요. 상품과 서비스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움직여요. 반면 금융경제는 오직 돈(자본)의 흐름을 중심으로 삼아요.


  • 실물경제: 생산, 소비, 투자, 고용 등 재화와 서비스의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제 활동이에요. 기업이 제품을 만들고, 사람들이 일하며 소득을 얻고, 이를 소비하는 과정이 포함돼요.
  • 금융경제: 자본과 돈의 흐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경제 활동이에요. 주식, 채권, 대출, 외환시장 등에서 돈이 이동하며, 기업들에 투자하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역할을 해요.

이 두 가지 경제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여요. 실물경제는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점진적인 변화를 보이지만, 금융경제는 시장의 심리와 기대를 반영해 빠르게 변해요. 예를 들어, 기업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이를 통해 매출이 증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금융시장은 신제품이 잘나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해 보도자료가 나가자마자 해당 기업의 주가를 폭등시킬 수도 있죠.


이런 금융경제는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탄생하고, 발전했어요. 기업이 공장을 세우거나 연구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해요. 이때 금융시장을 통해 기업은 주식을 발행하거나 채권을 판매하여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죠. 은행은 기업과 개인에게 대출을 제공해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투자자들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자금을 투입해 경제 성장을 도와요.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며 금융경제는 자체적으로 굉장히 발달해 버렸어요. 그래서 실물경제와 분리되어 확대되는 분위기가 있죠. 금융시장이 과도한 투기와 거품에 휩싸이면 오히려 실물경제에 부담을 줄 수도 있어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예요.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비슷한 금융-실물 분리가 진행됐어요. 정부가 돈을 많이 풀었는데, 실물경제 순환이 멈춰 있다 보니 자금이 갈 곳이 금융시장인 증시밖에 없었거든요.


우리나라는 고소득 국가인데 

왜 경제가 성장해도 증시가 오르지 않을까요?


우리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미국이나 중국 같은 국가와 비교하니 주눅 들기 쉽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전 세계 12~13위를 오가는 데다,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2020년 기준 일본을 앞선 적도 있을 정도로 고소득 국가예요. 세계 최고로 가난하던 국가가 수십 년 만에 굉장한 부자 나라가 될 정도로 고도의 경제 성장을 해냈는데… 문제는 증시의 시가총액과 성장성이 실물경제 수준만큼 뛰어나지 못해요.


우리나라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요 기업 주식을 모아놓은 KOSPI 200의 최초 증시 개장 이래 2025년 2월까지의 지수를 미국과 일본의 대표 지수인 나스닥, 닛케이와 비교해 볼게요. (각 그래프마다 단위가 다르기 때문에 그래프의 기울기만 보아 주세요.)


그래프를 보면 KOSPI는 ‘튀는 시기’를 제외하면 평행선을 그리는 구간이 많아요.

반면 미국의 나스닥을 보면 가파르게 우상향하고 있죠.

닛케이는 한때 G2로 불렸으나 버블이 꺼지며 오랜 경기 침체에 들어섰다가 다시 회복 중인 일본 증시의 기쁨과 슬픔이 잘 드러나고 있어요.

the 독자: 도대체… 왜요? 저도 환율 걱정 없고, 비교적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국내 증시에 투자해서 노후 준비도 하고 자산도 모으고 싶은데 도대체 왜 우리나라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 있어요?  😥

어피티: 우리나라가 고소득 국가이긴 하지만 그건 실물경제인 제조업의 높은 수준 덕분이에요. 마치 중간 소득 국가나 신흥 시장처럼 자본시장은 충분히 발달하지 못했어요. 이런 금융경제와 실물경제의 수준 불일치가 바로 그 유명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정체예요.

the 독자: 그래서 K-밸류업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상법을 개정해서 취약한 지배구조도 어떻게 해보겠다’고 시도도 하고 그런 거군요.

어피티: 증시를 발전시켜 보려는 노력이 결실을 보아야 할 텐데 말이에요. 😊


어떤 맥락으로 등장하나요?


머니레터 속 뉴스에서 증시 실적과 경제 성장 사이 관계에 관한 내용을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단어의 의미가 선명하게 이해되실 거예요.

📈

일본의 닛케이지수가 3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어요. 최근 일본 증시 호황을 1980년대 버블 이후 경제가 다시 부활한다는 신호로 분석한 기사가 많아요. … 그런데 국가의 경제규모를 뜻하는 GDP는 사정이 달라요. 지난해, 일본은 GDP 규모에서 독일에 밀려 세계 4위로 내려왔어요. … (2024.2.17 머니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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