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모르고 영화를 본다? 낮잠 팔고, 뜨개 하고, 시 읽는 영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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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은 지금, 코로나 때보다 더한 혹한기를 지나고 있는 듯해요. 사람들은 이제 넷플릭스, 디즈니+, 쿠팡플레이 같은 OTT 덕분에 언제든 원하는 영화를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으니까요. 심지어 개봉작도 조금만 기다리면 곧바로 OTT에 올라오니, 굳이 영화관까지 가야 할 이유가 줄었죠.


몇 년 사이 꾸준히 오르더니 이제는 기본 15,000원에 달하는 영화표 가격이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여기에 경기 침체와 제작 편수 감소로 선택지까지 줄어들면서, 관객들 사이에선 “요즘은 영화관에 갈 이유가 없다.”는 말도 들려요.  


대OTT시대,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객들의 마음을 다시 사로잡기 위해 분주한 극장가의 여러 시도부터 요즘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원하는 것까지 파헤쳐 볼게요.


관람객은 ‘영화관에서 관람’하는 것을 원한다


최근 들어 극장가에 ‘리마스터링 재개봉’이 눈에 띄게 많아진 이유를 아시나요? 예전에는 아주 특별한 기념일이나 감독전 같은 행사 때 간헐적으로 볼 수 있던 고전 명작들이 요즘엔 수시로 극장에 걸리고 있어요.

각 영화 재개봉 포스터, 출처: CGV, 롯데시네마


최근 롯데시네마에서 개봉 35주년을 맞아 <죽은 시인의 사회>를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했고, <이터널 선샤인>은 전 세계 최초로 IMAX 버전으로 상영하기도 했어요. 코로나 이후 장기화된 신작 제작 침체, 제작비 상승, 투자 위축 같은 경제적 부담 속에서, 이미 검증된 과거의 흥행작을 다시 꺼내드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죠. 하지만 이 전략은 단순히 공급자의 사정에만 기대고 있진 않아요.


<인터스텔라>와 <위플래시>는 재개봉 당시 각각 1만 5천 명, 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어요. 이미 볼 사람은 본 영화고, 주요 OTT에도 업로드되어 있는 영화들지만 굳이 영화관에 또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몰입감을 집에선 느끼기 힘드니까요.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챈 영화관들은 이제 상영 일정을 짤 때, 관람객들의 취향을 고려한 기획을 하기 시작했어요. CGV에서 운영 중인 ‘CCIN(씬)’이 대표적이에요. 관객이 직접 상영을 원하는 영화를 제안하고, 함께 기획할 수 있는 관객 주도형 프로그램이에요. 1월에는 <리틀 포레스트>, 2월에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관람객이 원하는 ‘씬’ 작품으로 상영됐죠.


관람에서 경험으로. 그동안은 극장이 편성한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던 시대에서, 관객이 경험하고 싶은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구성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에요. 이런 흐름은 조금 더 새로운 시도로 이어지기 시작했어요. 극장에서 ‘영화’만 팔라는 법은 없다는 거예요.

어떻게 영화가 럭키박스?

영화관에서 책도 팔고 낮잠도 팔아요


이전에도 극장에서 영화가 아닌 콘텐츠를 상영하는 경우는 있었죠. 콘서트 실황이나 뮤지컬 상영은 영화 팬뿐 아니라 아티스트 팬들까지도 영화관으로 이끄는 대표적 대안 콘텐츠였어요.


최근의 흐름은 그보다 더 과감해요. ‘영화관=영화 상영 공간’이라는 기존의 정의를 스스로 벗어나면서 콘텐츠뿐 아니라 관람의 방식과 감각까지 기획하는 새로운 실험들이 이어지고 있죠. 관객 입장에서도 영화 한 편에 15,000원을 지불하는 것이 아깝지 않을 만큼, 혹은 그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도 의미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어요.

비밀 상영회 & 블라인드 상영회 포스터 출처: 롯데시네마, CGV


롯데시네마는 2023년부터 비정기적으로 ‘비밀상영회’를 열고 있어요. 럭키박스처럼 어떤 영화가 나올지 모르게 영화 제목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는 유료 시사회 방식이에요. 5,000원으로 누구보다 먼저 신작 영화를 볼 수 있어 회차마다 빠르게 매진되고 있죠. 비밀 상영이라는 콘셉트지만, 관객이 상영작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도록 힌트를 제공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이유 중 하나예요.

출처: CGV


CGV는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전국 10여 개 극장에서 ‘뜨개상영회’를 진행하고 있어요. 뜨개를 좋아하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함께 뜨개질을 즐길 수 있는 상영회예요. 지난 1월, CGV 강변에서 첫 회를 성황리에 마친 이후 전국으로 확대됐고, 상영관에는 뜨개질을 하기 좋은 밝기의 조명이 따로 마련돼 있어요. 예매 가격은 지역과 좌석에 따라 18,000원~22,000원이고 뜨개질 도구는 개인이 직접 준비해야 한다고 해요.


또, CGV는 출판사 문학동네와 협업해 ‘씨집책방’이라는 팝업 독립서점을 열었어요.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팝업 형태의 독립 서점 ‘씨집책방’이 약 2주간 오픈했는데요. 영화 속 장면과 책 속의 문장을 연결 지어 영화광과 애서가의 마음을 동시에 떨리게 했어요. 영화 속 명장면과 함께 읽으면 좋을 시구를 제공해 영화와 텍스트 모두를 깊이 음미할 수 있도록 했죠. 4월 1일 단 하루 동안에는 소설가 정세랑 작가가 일일 책방지기가 되어 북 큐레이션과 문장 이벤트를 열었고, 낮과 밤 시간에는 독서 전용관인 ‘독서관’을 오픈했어요(각 25,000원, 35,000원). 책 읽기에 안성맞춤으로 조성된 좌석과 적당한 구성의 간식, 몰입을 위한 조명까지 삼박자가 딱 맞아 만족스러웠다는 후기가 꽤 올라왔어요.


비슷하게 롯데시네마에서는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와 손잡고 영화 <파과>의 프리퀄 소설인 구병모 작가의 <파쇄>를 함께 읽고, 보는 ‘파몰입 상영회’를 예고했어요.(예매 시 1인 15,000원)

  

출처:CGV X, 메가박스 인스타그램


한편, 메가박스는 관객에게 낮잠을 팔았어요. ‘메가쉼표’는 단돈 1,000원에 메가박스의 리클라이너 좌석에서 2시간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는데요. 메가박스 강남점이 상영관 내 모든 좌석을 리클라이너 좌석으로 리뉴얼하면서 열었던 특별 이벤트였죠(3/21 종료).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영화관의 대반란, 세계는 지금


이런 흐름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CGV에서 진행한 ‘뜨개상영회’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영화 이벤트거든요.


최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200여명이 함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관람하며 뜨개질을 하는 ‘Knit in Cinema'(영화관에서 뜨개질하기) 행사를 진행해 큰 화제가 되었어요. 미국, 북유럽, 프랑스, 독일 등에서 이미 비슷한 ‘뜨개질 영화관’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고 해요.


미국의 독립 영화관 체인 Alamo Drafthouse는 콘텐츠 선택에서부터 상영 방식, 공간 기획까지 모든 면에서 관람객들이 영화를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어요.


‘잃어버린 보석 재평가’ 테마를 통해 B급 영화나 70~90년대의 잊혀진 장르 영화도 35mm 필름으로 복원하여 상영하며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을 재상영하기도 하고요. 

‘슈렉’ 무비파티, ‘소세지파티’ 한정 메뉴, 출처:Alamo Drafthouse


‘인터랙티브 영화 파티’처럼 관람객과 소통하는 파티를 하기도 해요. <록키 호러 픽쳐 쇼>를 보며 관객들이 함께 특정 대사를 외치거나 극 중 소품을 들고 따라하는 이벤트를 하기도 하고 <슈렉>을 볼 때는 다함께 슈렉 머리띠를 쓰고 볼 수 있도록 굿즈를 나눠주기도 하죠.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셰프의 요리’ 이벤트에서는 영화 테마에 맞춘 코스 요리를 제공하기도 하는데요. <대부>가 상영되는 날엔 이탈리안 디너, <소세지파티>를 볼 때 먹을 수 있도록 다양한 소세지 음식이 곁들여지죠. Alamo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모든 요소는 관객들이 최고의 경험을 하기 위해 설계되어 있는 셈이에요.


이처럼, 어떤 영화가 개봉하는가만큼이나 어떤 방식으로 그 영화를 상영하는가, 어떤 콘셉트와 경험을 곁들이는가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어요. 극장들이 앞으로 또 어떤 이색 상영회를 들고 나올지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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