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영화 재개봉 포스터, 출처: CGV, 롯데시네마
최근 롯데시네마에서 개봉 35주년을 맞아 <죽은 시인의 사회>를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했고, <이터널 선샤인>은 전 세계 최초로 IMAX 버전으로 상영하기도 했어요. 코로나 이후 장기화된 신작 제작 침체, 제작비 상승, 투자 위축 같은 경제적 부담 속에서, 이미 검증된 과거의 흥행작을 다시 꺼내드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죠. 하지만 이 전략은 단순히 공급자의 사정에만 기대고 있진 않아요.
<인터스텔라>와 <위플래시>는 재개봉 당시 각각 1만 5천 명, 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어요. 이미 볼 사람은 본 영화고, 주요 OTT에도 업로드되어 있는 영화들지만 굳이 영화관에 또 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몰입감을 집에선 느끼기 힘드니까요.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챈 영화관들은 이제 상영 일정을 짤 때, 관람객들의 취향을 고려한 기획을 하기 시작했어요. CGV에서 운영 중인 ‘CCIN(씬)’이 대표적이에요. 관객이 직접 상영을 원하는 영화를 제안하고, 함께 기획할 수 있는 관객 주도형 프로그램이에요. 1월에는 <리틀 포레스트>, 2월에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관람객이 원하는 ‘씬’ 작품으로 상영됐죠.
관람에서 경험으로. 그동안은 극장이 편성한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던 시대에서, 관객이 경험하고 싶은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구성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셈이에요. 이런 흐름은 조금 더 새로운 시도로 이어지기 시작했어요. 극장에서 ‘영화’만 팔라는 법은 없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