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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가 안 되는 나, 너무 질책하지 마세요

글, 조이

마스크를 벗고 만나는 세상이 이렇게 좋은 줄 미처 몰랐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1유로 프로젝트’ 브랜드 몰에 나들이 갔다가, 베데레 문정원 대표님을 만났어요. 

1유로 프로젝트는 2004년 네덜란드 건축가가 시작해 세계적으로 확산된 지역재생 프로젝트예요. 방치된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임차인에게 1유로를 받고 빌려주고, 임차인이 원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마을이 살아나게 된 프로젝트죠. 

우리나라에서는 송정동 4층 빌라가 첫 사례입니다. 건물주는 3년 동안 임대료 없이 빌려주지만, 매력적인 임차인들이 입주해 동네를 살리면 건물의 가치가 올라가니 좋고, 임차인은 임대료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좋고, 동네 주민은 동네가 살아나니 좋아서 모두가 ‘윈윈’ 할 수 있어요. 

출처: 베데레[vedere]

오늘의 프로일잘러, 문정원 님

조이: 정원 님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문정원: 브랜드 ‘베데레[vedere]’의 대표로 일하고 있어요.

베데레는 핸드 메이드 가죽 제품 브랜드예요. 비건 공정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오래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평화로운 삶의 가치를 전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대표라는 직함을 쓰고 있지만, 하는 일을 보면 인턴에 가까워요. 베데레는 1인 스몰 브랜드라서 제가 모든 일을 다 해야 하거든요. 

  • 제품 기획 및 제작: 시장 조사, 재료 공수, 디자인, 샘플링, 제품 제작
  • 제품 홍보: 사진 촬영 및 보정, 상세 페이지 제작, 홍보물 제작
  • 베데레 쇼룸 운영: 제품 판매 및 체험 프로그램 운영

“저라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발견하기 시작했어요”

조이: 어떻게 베데레를 만들게 되셨나요?

문정원: 사실, 저는 꿈이 없었어요.

꿈이 뭐냐고 물으면 부끄러워하며 ‘없다’라고 답하곤 했죠.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고, 대학에서 인테리어를 전공해 백화점 설계팀에서 일했어요. 

그렇게 일하던 어느 날, ‘더는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장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하나도 즐겁지 않았거든요. 다음 날 출근해서 바로 사표를 냈어요. 

‘있는 집 딸이라서 마음 편하게 사표 냈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요, 저는 제가 벌어 아들을 키워야 하는 ‘싱글맘’입니다. 

저라는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은 미치도록 하는데,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못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을 뿐이에요.

“넌 끈기가 없는게 아니라, 도전하는 중이야”

돈을 벌기 위해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던 어느날, 제가 좋아하는 물건을 늘어놓으면서 가죽 제품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바로 가죽공예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해보니까 너무 재밌더라고요! 결국 있는 돈을 탈탈 털어 반지하 원룸을 구했고, 기계와 도구를 들여 나만의 작업실을 만들었어요.

어른들은 그런 저에게 ‘넌 왜 그렇게 끈기가 없니?’라며 걱정으로 포장한 질책을 하셨어요. 하지만, 딱 한 분이 이렇게 말하셨죠.

“넌 끈기가 없는 게 아니라,
도전하는 중이야”

“제가 성장하는 만큼 아이도 성장하더라고요”

조이: ‘왜 일하냐’라고 물으면, 어떤 답변을 들려주고 싶으세요? 

문정원: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에게 공유하기 위해서예요.

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많이 한 고민이 ‘이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였어요. 제가 찾은 답은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공유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실과 쇼룸에 아이를 자주 데려오고, 고민이 있으면 아이한테 묻기도 해요.

저는 아이의 의견을 반영해 디자인하고 아이한테 보여주면서 말하죠. 

“고마워, 네 의견 덕분에 잘 해결됐어!”

저에게 일은 아이를 보살피는 일의 연장선이기도 하고, 저의 성장일지이기도 합니다. 제가 성장하는 만큼 아이도 성장하더군요. 물론, 일에 대한 만족감은 보물 같은 보너스고요.

“번아웃과 공황장애로 힘든 적도 있었어요”

조이: 일하면서 매너리즘이나 번아웃을 경험하신 적이 있나요? 그런 상황은 어떻게 돌파하셨나요?

문정원: 지금은 극복했지만, 의기소침, 번아웃,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첫 번째 해결 방법은 처방 약이었어요. 공황장애를 인지하지 못했을 때는 단순히 제가 피곤해서, 힘들어서, 의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하고 넘겼어요. 그러다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야 병원에 방문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제게 그러셨어요.

“길을 걷다 갑자기 소나기가 오면, 그냥 맞나요? 약은 소나기 올 때 쓰는 우산이에요”

“번아웃이 올 때는 일단 멈춰요”

저는 30시간 이상 잠든 채로 보낼 때도 있어요. 대부분 매너리즘, 의기소침, 번아웃과 같은 증상은 몸이 너무 바쁠 때 오더군요. 생각할 틈도 없이 바쁠 때요. 

그래서 저는 일단 멈춰요. 바쁠 때 멈추면 후폭풍이 있기도 하지만, 멈춰야 다음 스텝이 덜 꼬였어요. 

번아웃을 다스리기 위해 저에게 내린 처방 문구가 있어요. 제 일기장에 적어둔 문장입니다. 

“몸이 바쁠 때는 행동을 잠시 멈추고, 머릿속과 마음속이 부산스러울 때는 더 바삐 움직이자”

조이가 전하는
문정원 님의 ‘한 끗 차이’

① ‘끈기 없다’는 질책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어요

대다수의 사람들은 주어진 환경에 적당히 적응해 살아갑니다. 하지만, 정원 님처럼 예술가적 기질과 자기만의 기준이 분명한 사람은 ‘적당히’가 안 돼요. 

적당히가 안 되는 스스로를 너무 질책하지 마세요. 대신, ‘나는 끝까지 도전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내가 원하는 일을 찾을 때까지 스스로에게 도전할 시간과 응원을 건네주세요.

② 때로는 남의 기준 대신 나만의 기준으로 전진 

정원 님이 졸업한 학교는 졸업작품 도록을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야 하는 규칙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원 님은 정사각형으로는 도저히 본인의 작품이 가진 매력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했죠. 

책자의 레이아웃을 바꾸고 책 커버는 화이트 패브릭에 제목은 색도 없이 압으로 만들어서 제출했습니다. 교수님께 고개를 못 들 정도로 혼났지만, 결국 본인이 원하는 대로 만들었어요.

결과는 대성공. 정원 님의 개성 있는 도록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어요. 무조건 세상의 규칙에 저항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때로는 나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만나는 용기가 필요하답니다.

③ 절망과 패배감 대신 배움으로 전환 

우리는 날마다 일의 현장에서 패배를 경험합니다. 자원이 부족해서, 회사의 반대로, 시장이 원하지 않아서 등. 수많은 실패에 좌절하고 있으면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어요. 애쓴 나를 격려하고, 실패에서 뭘 배웠는지 빠르게 파악해 또 다음 걸음을 나서야 합니다. 

혼자 애써온 탓에 유난히 좌절과 실패가 많았던 정원 님이 지금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좌절을 배움으로 전환할 수 있어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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